KT가 ‘친윤’성향 인사 사외이사 선임에 이어 자회사 스카이라이프 사장에 윤석열 대통령의 고등학교 선배를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KT 수사가 시작되고 윤경림 KT 대표이사 내정자에 대한 대주주 국민연금의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KT가 정권 코드인사를 선제적으로 발탁하는 모양새다. 

KT는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 사장에 윤정식 한국블록체인협회 부회장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정식 부회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충암고 출신의 4년 선배다. 2020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비례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에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한 전력이 있다. MBC 기자 출신으로 KT에서 부사장과 미디어허브 이사를 지낸 뒤 OBS 사장을 역임했다. 최근 치러진 KT대표이사 공모에 탈락한 인사이기도 하다.

▲ KT스카이라이프 
▲ KT스카이라이프 

윤정식 내정자는 이명박 정부 김재철 사장 체제 MBC에서 ‘김재철맨’으로 불렸다. 김재철 사장 출근 저지를 한 노조 조합원에 대한 취재 통제 등을 총괄했고 김재철 사장 시기 지역MBC사장에 임명됐다. 

정태천 언론노조 스카이라이프지부장은 “내정된지 몰랐다. 너무 급작스럽고 뜬금 없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인사”라며 “KT 대표이사 지원자 가운데 정권에 줄을 댈 수 있는 유력자라는 생각에 스카이라이프 사장 자리를 선물처럼 챙겨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KT가 급작스럽게 임승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사례도 유사하다. 임승태 고문은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에서 경제특보를 맡은 인사다. 임승태 고문은 KT가 ‘무마용’으로 선임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선임 이틀만인 10일 사의를 표명했다.

이는 정부여당의 반발 속에 내정돼 최종 선임 여부가 불투명한 윤경림 KT 대표이사 내정자가 ‘친정부’ 인사를 통해 돌파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KT가 검찰 수사도 받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합뉴스에 따르면 여권 관계자가 대통령과 윤정식 내정자가 일면식도 없다고 밝힌 상황이라 실제 공식 인사 발표가 날지 미지수다. 

▲ 서울 광화문 KT 본사. ⓒ 연합뉴스
▲ 서울 광화문 KT 본사. ⓒ 연합뉴스

언론노조 스카이라이프지부는 윤정식 사장 내정자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스카이라이프지부는 10일 성명을 통해 “구현모·윤경림 본인들의 살 길만을 찾고 현 정권에 줄대기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이번 인사를 추진한다면 스카이라이프 노동조합은 방패막이 인사를 단호히 거부하고 모든 가용한 수단을 동원한 반대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 스카이라이프지부는 “민주노총과 언론노조 탄압에 앞장서고 있는 현 정권의 기조에 과거 MBC노조 탄압의 주역이었던 윤씨가 우리 회사에 왔을 때 노동조합의 미래를 낙관할 수 없으며 노사간의 상생은 애시당초 불가능할 수 밖에 없다”고도 지적했다.

KT새노조도 10일 성명을 내고 “난데없이 윤심을 대표한다는 이를 사외이사와 자회사 사장으로 영입하고 이를 통해 위기가 해소될 것처럼 떠들다 망신을 자초하고 있다”며 “우리는 윤경림 내정자와 이사회에게 더 이상 정치적 줄대기에 나서지 말 것을 강력히 경고한다. 경영진의 정치적 줄대기는 위기의 증폭일 뿐임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윤경림 KT 대표이사 내정자는 3월말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야 사장에 선임되는데 KT 대주주이자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국민연금이 반대 입장을 낼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구현모 대표이사 연임 결정에 국민연금이 반대 입장을 내 재공모가 치러졌는데, KT이사회가 정치권 출신 인사를 배제하고 최종 후보 4인을 발표하자 정부여당의 반발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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