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재명 대표에게 희생과 결단을 하라면서 핵심 당직자들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 희생과 결단이 이재명 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것은 아니라고 했고, 체포동의안이 또 넘어오게 되면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것이 본인 리더십을 더 이상 잃지 않는 길이라고 밝혔다.

박 전 위원장과 함께 나선 일부 민주당 청년정치인들도 현재의 민주당 인사들이 민주당을 망치고 있다면서 전면 쇄신을 요구했다. 이들은 당원들과 소통도 팬미팅 수준으로 전락한 현재의 소통보다 민심을 들을 수 있는 일반 국민과 소통을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지현 전 위원장은 6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의 소통관 회견은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9개월 여 만이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의 개혁을 위한 목소리를 내겠다는 청년 정치인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본인 이름으로 기자회견장을 빌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전 위원장은 회견에서 “이재명 당대표가 지난 8개월간 보여준 모습은 국민을 위한 정당의 대표도 당원을 위한 정당의 대표도 아니었다”며 “이재명 의원은 당 대표 당선 이후 국민에 한 약속들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박 전 위원장은 “국민의 삶도, 정치개혁도, 정당개혁도 그 어느 것 하나 약속대로 실천하지 않았고 당은 계속 분열되기만 했다”며 그 결과가 본인의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압도적 부결을 예상했으나 찬성표가 1표 더 많게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은 “강성 팬덤의 위세에 눌려 앞에서 반대하고 뒤에서 찬성하는 의원들이 많다는 걸 증명했다”며 “당내 민주주의가 철저히 망가진 비참한 모습”이라고 표현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이재명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국회 의사중계시스템 영상 갈무리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이재명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국회 의사중계시스템 영상 갈무리

박 전 위원장은 “정치개혁과 유능한 민생을 요구했지만 지금 이재명 대표는 방탄을 위해 당을 위기로 몰아넣는 이기적인 모습만 보여줄 뿐”이라며 “지난 세월 국민을 위해 싸워왔던 민주당이 지금은 누구를 위해 싸우는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당 지도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이재명 대표가 결단하라”며 “이재명 대표가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검찰이 아니라 국민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은 “지금 이 대표에게 필요한 건 사즉생의 결단”이라며 “잃어버린 신뢰 회복하는 길은 오로지 희생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희생과 결단의 의미가 대표직 사퇴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장 발표 이후 프레스라운지 브리핑에서 ‘사실상 재명대표 사퇴를 요구하신 걸로 해석된다’는 질의에 “아뇨. 저희는 이재명 대표 사퇴를 요구하지 않는다”라며 “이재명 사퇴가 당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지금은 사퇴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당이 개혁을 하느냐 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개혁안과 관련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를 두고 박 전 위원장은 “지금 당은 전략도 비전도 가치도 없어 보인다”며 “이를 위해 당직자를 교체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당의 대변인, 전략기획위원장, 사무총장 등을 전면 교체하고 새로운 당의 모습으로 나아가는 게 개혁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면 물갈이를 하자는 뜻인데, 사무총장을 대체할 의원들 있다고 보느냐는 질의에 박 전 위원장은 “꼭 의원이 아니어도 된다”며 “그 역할을 잘할 수 있는 사람으로 개혁안 가진 분으로 교체하는 게 시급하다”고 답했다. 그는 “친명과 비명으로 나뉘는 게 아니라 당의 개혁파와 개혁하지 않으려는 파로 나뉘었을 때 개혁파가 일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을 두고 박 전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가 국회의원들과 함께 다같이 대국민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모습”이라며 “반성하고 사과하는 모습이 개혁으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청원동의 게시판에 박지현 전 위원장 제명‧출당 청원이 올라온 것 등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의에 박 전 위원장은 “공당인 민주당에서 다른 이야기 이야기를 했다고 출당, 징계 청원을 올리는 게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정당의 태도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말씀 드릴 수 있을 거 같다”면서도 “다만 당원들께서 그렇게 청원한 것의 마음은 이해 한다. 그분들과 공통점은 당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런 거라 이해한다”고 답했다. 박 전 위원장은 “보다 많은 소통을 통해 노력을 하고 있고, 지역에 다니면서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다시 국회로 올 경우 가결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박 전 위원장은 “당의 논의가 (체포동의안을) 가결하냐 부결하냐로 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만 이 대표가 지금 선택할 최선의 방법은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가는 게 이 대표가 리더십을 가장 잃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소통을 강조하고 있는데, 소통을 어떻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느냐는 질의에 박 전 위원장은 “당원들과의 소통만이 아니라 국민과 소통하는 자리를 더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며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있다고 이야기하지 않느냐. 그 부분을 어떻게 줄여나갈지에 대한 논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함께 참석한 청년정치인인 이대호씨도 “찾아가는 소통이 중요하다고 본다. 열고 초대하는 자리는 오시는 분들이 애정이 많고 열정이 있는 분들이 많다”며 “시민을 모시는 게 아니라 시민들이 찾아가는 방식을 기획해야 한다”고 답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오전 기자회견에 이어 백브리핑을 한 뒤 자리를 이동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오전 기자회견에 이어 백브리핑을 한 뒤 자리를 이동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이날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김지수 청년 민주당원은 △민주당 의원 전원의 대국민 사과 △민주당의 전면 교체 △외부 인사들로 구성한 민주당 혁신회의 설치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제도 개편안을 추진 △당 대표급 공통 공약추진단 구성 △당 대표의 타운홀 미팅에 청중 교체 등을 제안했다. 특히 김지수씨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폭력적 팬덤에 기생하고 소수의 발언을 압력으로 묵살시키며 민주당을 위기로 몰아넣은 당직자를 지도부가 나서서 전면교체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의 타운홀 미팅 방식을 두고 “조직된 당원들만 모이는 팬 미팅 장소가 아니라 평범한 국민들도 자리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국민적 공론장을 만들어 민심을 경청하고 소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청년 민주당원인 이대호씨는 “우리 당 국회의원, 이재명 대표는 지금 우리가 민주주의를 망치고 있다고 국민께 고백해야 한다”며 “당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누구 하나 나서서 국민께 죄송하다는 말을 하질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씨는 “지금 우리는 권력 투쟁 속에 국민을 위한 대의는 보이지 않는다”며 “밥줄 사람 생각도 안하는데 밥그릇을 놓고 싸우는 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창피하고 부끄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며 “민주당 당원으로서 우리가 먼저 국민께 사죄하겠다”고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씨는 “우리가 이렇게 된 까닭이 야당 탄압에 골몰한 윤석열 정부만이 문제라고 여겼다”며 “하지만 사법리스크 대응보다 민생 우선이라고 주장해봐도 국면 전환에 번번이 실패하는 민주당 지도부, 풍부한 권한과 조직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오로지 자신들의 재선에만 쏟아붓는 국회의원들에도 책임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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