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늘(6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을 공식 발표한다. 대법원이 2018년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의 강제징용 배상 의무를 확정했지만, 이들에 배상 책임을 묻지 않고 한국기업들이 낸 기부금으로 대신 배상하는 이른바 ‘제3자 변제’ 방식이 주요 내용이다.

아침신문들은 박진 외교부 장관이 정부를 대표해 이날 ‘제3자 방안’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1면에 보도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5일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하는 길에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일 강제동원 배상 협상’ 해법과 관련해 “한일 외교 당국 간 협의가 마무리 단계”라고 했다.

제3변제 방안은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포스코 등 1953년 한일 청구권 협정 수혜를 받은 한국기업으로부터 출연금을 받아 배상 확정 판결을 받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6일 경향신문 1면
▲6일 경향신문 1면
▲6일 아침신문
▲6일 아침신문

일본 정부는 박 장관의 발표 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계승한다는 선언적 담화를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일보는 이를 두고 “피해자들이 강제동원이란 개별 사안에 관해 구체적 사과를 요구하는 것과 달리 포괄적·원론적 입장 표명”이라고 했다. 한겨레도 “(‘담화 계승’은)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것이 아니다”라며 “일본 역대 정권마다 ‘담화 계승’ 뜻을 밝혀왔기에, 이번 문제를 위한 추가적 조처로 보기도 힘들다”고 했다.

강제동원 배상을 위한 기금과 별도로 한·일은 우리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일본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를 통해 ‘미래청년기금’(가칭)을 공동 조성해 운영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기금은 유학생을 위한 장학금 등에 쓰인다.

경향신문은 이를 두고 “일본의 ‘호응 조치’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이뤄지는 셈이어서 일제 강제징용의 불법성을 적시하고 배상하도록 한 한국 대법원 판결 취지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게 됐다”고 했다.

▲6일 경향신문
▲6일 경향신문

일본 기업의 배상 참여와 사과가 모두 빠지는 데 반발한 피해자 지원 단체들은 서울과 광주에서 동시 기자회견 개최를 예고했다. 국민일보는 이날 1면에서 “피해자 측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일본의 직접 사죄를 요구하는 우리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신문들은 1면 기사에서 정부의 ‘해법’을 비판 보도했다. 한겨레는 “‘과거 직시’는 소홀히 한 채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와 한·미·일 협력 강화’를 외치며 직진해온 윤석열 정부 일방외교의 결정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일본 피고 기업들의 배상 참여는 물론 이 사안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직접적 사과도 빠져 있어, 피해자 단체는 물론 국내 여론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고 했다.

▲6일 세계일보 1면
▲6일 세계일보 1면
▲6일 한겨레
▲6일 한겨레

세계일보는 1면에서 “한·일관계 개선을 의식한 정부가 향후 외교 일정에 맞춰 무리하게 협상을 마무리지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판결 후 일본의 수출규제 등으로 3년 넘게 악화일로를 걸은 한·일관계가 정상화하려면 일본의 호응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라고 했다.

경향신문과 세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은 1면 기사 제목과 본문에서 일본기업의 배상 책임이 빠진 점을 비판적으로 비췄다.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배상 책임과 무관하게 진행되는 ‘미래청년기금’을 제목에 올렸다. 이 중 동아일보는 1면에 법적 배상 책임을 언급하지 않았다. 반면 매일경제 보도 제목 <국익·미래 초점…한일 경제안보 새판>은 이번 ‘해법’을 미래지향적인 안으로 긍정 평가했다.

▲6일 경향신문
▲6일 경향신문
▲6일 경향신문
▲6일 경향신문

신문들은 3면 등 이어지는 기사에서 피해자와 지원단체, 민주당 등의 강한 반발 입장을 전하고 정부의 발표 과정과 내용을 평가했다.

한국일보는 “(한국 외교부) 실무자급에서는 피고기업의 배상과 사죄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전달했다. 하지만 일본 측은 강제동원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재단에 일본 기업이 기부할 수 없다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정상외교 일정에 강제동원 합의를 짜맞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며 “미국이 원하는 한일협력 복원을 위해 발표를 서둘렀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3월 일본, 4월 미국을 방문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고 했다.

▲6일 한국일보
▲6일 한국일보

한겨레는 3면 해설 기사에서 이번 ‘해법’을 “한국 대법원 판결을 “국제법 위반”이라며 완강히 거부해온 일본 정부의 ‘완승’”이라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윤석열 정부의 해법이 “정권 차원을 넘어서는 근본적 문제를 안고 있다”고 했다. △국제 인권법의 대원칙인 ‘피해자 중심주의’와 정면으로 충돌하며 △“불법적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으로 인한 피해의 구제”를 시도한 이같은 대법원 판결을 무력화하고 △일본의 식민지배가 “합법”이라는 일본과 “불법”이라는 대한민국의 이견에서 일본 정부 손을 들어준 외교·행정 행위로 해석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6일 한겨레
▲6일 한겨레

윤석열 정부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정부의 합의로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가 해소될 가능성도 거의 없다. 한겨레는 “대법원 판결을 받은 피해자(4건 15명)는 대한민국 정부가 공식 인정한 강제동원 피해자(21만8639명)의 0.0069%에 불과하다”며 “이미 법원에 계류 중인 소송만 66건에 1124명이다. 대법원이 2018년 판결을 번복하지 않는 한 대부분 승소 가능성이 높은 소송들”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3면에서 2018년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의 배상책임을 확정한 대법원 판결과 이후 문재인 정부의 외교 방침을 두고 한일관계의 걸림돌로 표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문제를 회피하고 ‘죽창가’ 선동만” 했다며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을 뒤집고 청구권이 살아있다는 해석을 내리면서 강제징용은 한일관계의 폭탄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6일 조선일보
▲6일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정부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면 일본도 한미일 협력을 강조하는 미국과 관계를 고려해 ‘성의 있는 호응’에 나설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세계일보는 협상 이후 일본이 어떤 구체적 조치를 취할지도 불투명하다고 짚었다. 세계일보는 “일본 교도통신은 전날 ‘한국정부가 제3자 변제안을 공식발표하면 일본 정부는 뜻이 있는 일본기업의 기부를 용인할 것’이라는 취지로 보도했다”며 “현재로선 어떤 일본 기업이 기금조성에 참여할지, 일본 정부가 ‘용인’ 이상의 어떤 구체적 독려책을 제시할지 확실치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6일 세계일보
▲6일 세계일보

피해자 쪽은 “2015년 ‘위안부 합의’보다 못한 외교 참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강제동원 소송 법률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는 이날 소셜미디어에서 “한국 기업 돈으로 강제동원 피해자들 채권이 소멸되는 꼴”이라며 “강제동원 문제에는 1엔도 낼 수 없다는 일본의 완승”이라고 평했다.

미쓰비시중공업 강제동원 피해자를 지원하는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의 이국언 이사장은 일본 쪽의 ‘성의있는 호응’으로 제시될 것으로 보이는 한·일 ‘미래청년기금’(가칭)이 과거 피해자와 피고 기업 간 협상 과정에서 이미 나왔고 피해자들이 한 차례 거절한 방안이라고 한겨레에 밝혔다.

▲6일 한겨레
▲6일 한겨레

경향신문은 “정부의 이번 발표로 한·일간 최대 현안인 강제징용 판결 문제로 인한 국가 간 외교적 갈등은 일단락될 전망”이라고 했다. 신문들은 양국이 일본 수출규제 조치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복원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그러면서도 “제3자 변제로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의 법적 권리가 충족되는 것인지, 정부의 대리 변제를 거부하는 피해자들의 채권을 합법적으로 소멸시킬 수 있는지 등의 법적 문제도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며 “해결하지 못하면 강제징용 문제는 ‘해결했으나 해결되지 않은’ 현안으로 남아 다시 한·일관계에 계속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5일 성명을 통해 “윤석열 정부가 일본 기업 참여 없는 ‘제3자 변제안’과 일본 정부의 간접 사과를 강제징용 해법으로 공식 발표한다면 이는 대한민국 외교사에 최악의 굴욕 외교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조선 ‘간접배상이나 마찬가지’…“유학지원이 무슨 관련? 논점 이탈”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정부가 이번 안을 발표하지 않고 새로운 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것은 과거사에 대한 반성이 전제돼야 한다. 그리고 피해자들의 동의가 필수적”이라며 “정부는 발표하지 말고 방향부터 새로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6일 경향신문 사설
▲6일 경향신문 사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양국의 ‘미래청년기금’을 두고 “일종의 ‘간접 배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의 대법원 판결이 외교 정책에 영향을 미칠 판결을 삼간다는 ‘사법 자제’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벗어났”다고도 밝혔다. 그러면서 “(이 안이)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의 새로운 발판이 될지는 이제 일본의 후속 조치에 달렸다”고 했다.

▲6일 조선일보 사설
▲6일 조선일보 사설
▲6일 한겨레
▲6일 한겨레

반면 한겨레는 사설에서 “전경련-경단련(게이단렌)의 ‘미래청년기금’ 조성 방안은 논점 이탈”이라며 “강제동원 피해와 한·일 기업 장학금 받아 일본 유학 가는 것이 무슨 관련이 있나”라고 비판했다. “이번 ‘해법’은 행정부가 대법원 판결을 전면 부인하는 셈이다. 또 ‘식민지배는 불법’이라는 우리 헌법 질서를 정부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라며 “역사는 일개 정부의 독점물이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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