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네 번, 전라북도 지역을 취재하는 ‘전북일보’의 홈페이지에는 <독자권익위원회 정기회의 제안, 이렇게 반영했습니다>라는 기사가 올라온다. 기사는 “지난번 열린 전북일보 독자권익위원회(독자위) 정기회의에서 독자위원님들은 ○○○을 당부했습니다. 전북일보는 독자위의 제언을 뉴스 제작에 적극 반영하고 있습니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구체적인 의견 반영 내용들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대다수의 언론사가 독자들을 만나 의견을 청해 듣는 ‘독자권익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독자들의 의견이 보도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다시 설명해주는 언론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피드백 반영 여부를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독자들의 입장을 생각하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대게 편집국 내부에서의 의견 공유, 혹은 반영에 그칠 뿐 독자들에게 다시 추가적 설명이 돌아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강인석 전북일보 편집국장은 지난 27일 미디어오늘에 <독자위 정기회의 제안, 이렇게 반영했습니다> 기사에 대해 “예전부터 늘 해왔다.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결국 더 좋은 신문을 만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 전북일보 2023년 2월23일 지면 기사 갈무리.
▲ 전북일보 2023년 2월23일 지면 기사 갈무리.

전북일보는 2003년 4월 1기 독자위가 출범했다. 시민사회단체, 교수 등 다양한 지역민들이 독자들을 대표해 전북일보에 쓴소리와 칭찬 등을 전해 온 독자위는 지난 22일 11기가 출범해 운영되고 있다. 

<독자위 정기회의 제안, 이렇게 반영했습니다> 기사는 2009년 23차 독자위 회의에 대한 피드백부터 온라인 홈페이지에 게재되기 시작했다. 독자위의 형식적 운영인 아닌, 제대로 의견을 수렴해 지면을 개선하고 독자들에게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강인석 국장은 “의견을 지면에 반영해도 독자들은 실제로 어떻게 지면에 반영됐는지 모를 수밖에 없다”며 “독자위 운영 목적과 취지에도 맞고, 신문을 보는 독자들에 대한 서비스이자 언론사가 당연히 해야 할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북일보는 시의적절한 지역 현안 보도에 더 힘써야한다는 지난 82차 독자위 의견에 2023년은 전북이 ‘전라북도’라는 이름을 쓰는 마지막 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내년부터는 ‘전라북도’ 대신 ‘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한다. 전북일보는 1월 전북이 매듭지어야 하는 과제를 돌아보고, 광역자치단체인 ‘전라북도’의 마지막 도전을 <전라북도 명칭 마지막해, 담대한 도전>을 주제로 두 차례에 걸쳐 보도했다. 

▲ 전북일보 2023년 1월9일 기사 갈무리.
▲ 전북일보 2023년 1월9일 기사 갈무리.

이웃 돕기 등 미담기사를 통해 우리사회가 밝아질 수 있도록 앞장 서 달라는 75차 독자위 주문에는 ‘도민의 벗으로, 전북의 빛으로’라는 문구를 내걸고 <에디터가 만난 전북인>이라는 코너를 신설해 다양한 전북인들이 살아온 삶을 공유했다. 텍스트보다 시각화가 중요하다는 79차 독자위 지적에는 기사 속 관련 삽화와 그래픽·표 등 편집을 강화해 다음 지면에 반영했다.

▲ 전북일보 2020년 3월11일 기사 갈무리.
▲ 전북일보 2020년 3월11일 기사 갈무리.

전주 객리단길 카페의 ‘공유 컵’ 사용 정책을 비판한 기사에 대해 ‘나름의 어려움을 보완해가는 당사자의 노력도 조명해달라’는 74차 독자위의 제안에는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환경을 위하는 상인들의 모습을 취재해 보도했다. 이러한 독자위의 의견과 구체적인 반영 결과물은 모두 다음 회의가 열리기 직전 <독자위 정기회의 제안, 이렇게 반영했습니다> 기사에 담긴다. 해당 기사는 피드백 반영 여부 점검을 넘어서 그간 전북일보가 어떠한 기사를 썼는지 정리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 전북일보
▲ 전북일보

강인석 국장은 “언론은 권위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언론과 일을 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실제로 피드백 반영 과정을 정리하고 알려드리면서, 기사가 나오기까지 독자위의 피드백을 통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말씀드리면 더 가깝게 느끼는 것 같다. 독자들이 언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강 국장은 “독자를 주인으로 생각하고, 비판을 잘 받아들이고 고쳐나가 더 건강한 신문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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