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캐릭터 ‘펭수’ 전문 유튜브 ‘자이언트팍tv’가 지난달 중단된 가운데 운영자가 EBS의 중단 요구가 있었다고 밝히며 펭수 팬클럽과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EBS를 향한 비판 여론이 나왔다. EBS 측은 소통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다며 협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저작권 줄타기가 있을 수밖에 없는 팬 문화에선 저작권을 가진 쪽과 팬 사이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 ‘자이언트팍tv’ 갈무리.
▲ ‘자이언트팍tv’ 갈무리.

‘자이언트팍tv’는 2021년부터 라디오, 팬미팅 등 오프라인 행사를 다니며 펭수 ‘직캠(직접 찍은 영상)’을 찍어 업로드하는 유튜브 채널이다. 구독자는 대략 8000명, 조회수는 한 영상당 1~2만회가 나온다. 박성기 디지털타임스 기자가 직접 만드는 채널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펭수 팬클럽과 커뮤니티에선 현장성을 보여주는 영상들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자이언트팍tv’는 지난 20일 ‘안녕. 가끔, 문득 너도 날 기억해주길’ 영상을 끝으로 운영이 중단됐다.

▲ 지난달 18일 ‘[마지막 회] 그동안 자이언트 팍TV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상. 자이언트팍tv 갈무리
▲ 지난달 18일 ‘[마지막 회] 그동안 자이언트 팍TV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상. 자이언트팍tv 갈무리

이를 놓고 EBS의 중단 통보가 있었는지가 쟁점이다. 지난달 18일 ‘[마지막 회] 그동안 자이언트 팍TV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상에서 박 기자는 “EBS의 채널 운영과 관련한 요구와 그에 따른 입장 차이로, 더 이상 채널 운영을 지속할 수 없게 되었다”고 밝혔다. 박 기자는 지난 23일 SNS에서도 “EBS에서 ‘자이언트팍TV 운영을 중단하라’고 통보했다”며 “채널을 남겨놓는 것이 무의미해졌다. 충분한 시간 뒤에 (채널을) 폐쇄하겠다”고 했다.

박 기자는 2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EBS가 지난달 앞으로 영상 올리지 말고 행사장 오지 마시라, 오셔도 못 찍는다고 했다”며 “사실 다른 사람도 하는 일이다. 그냥 가서도 찍을 수 있는 공개 행사장이었고 공식영상을 재편집한 것도 아닌 직접 찍은 영상이라 허용되는 수준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부터 펭수의 공식 팬 채널로 인정해주고 수익을 적절하게 분배했으면 좋겠다고 요구했지만 별 다른 응답이 없었다. EBS의 중단 통보를 받고 수익을 다 포기하겠다, 채널만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그것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 네이버카페 ‘펭수펭클럽’ 게시글 갈무리.
▲ 네이버카페 ‘펭수펭클럽’ 게시글 갈무리.

펭수 팬클럽과 커뮤니티에선 EBS를 향한 비판 여론이 나왔다. 지난 20일 네이버 ‘펭수펭클럽’에서 한 네티즌은 “펭수 소속사가 팍채널이 여러모로 앞설까 견제한다는 의구심이 든다. 이익만을 취하려는 의도가 느껴진다”며 “펭클럽연합회에서 대응할 방법은 성명서밖에 없나. 침묵시위를 해서라도 원래대로 돌려놓을 순 없나”라는 글이 올라왔다. “EBS가 너무 원망스럽다”, “함부로 쓰고 버리는 EBS 갑질 행태” 등의 댓글도 달렸다.

EBS는 소통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다며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EBS 펭티비&브랜드스튜디오프로젝트팀 관계자는 지난 23일 통화에서 “중단 통보를 한 적이 없다. 팬 유튜브 영상이 대부분 다 그런 식이고 팬 문화를 모르는 게 아니기 때문에 서로 협조하는 것이 기본 방침이었다”며 “다만 이번에 팬사인회를 처음 하게 됐는데 취재협조를 사전에 구하지 못해 팬들의 초상권 문제를 우려했고 팬과 펭수가 만나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기획했기 때문에 (대화가) 영상화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EBS 관계자는 “저작권과 초상권 침해 우려가 있으니 스케치 형태로 1분 이내 영상을 제작하는 게 어떨까 요청드렸다. 수익배분 제안이 있었지만 애초에 수익이 목적이 아니었고 EBS가 공사기 때문에 더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다”며  “소통 과정에서 감정이 상하거나 오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인 채널에 대해 저희가 관여할 권한은 없고 채널 폐쇄를 요청한 적도 없다. 영상도 앞으로 협의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했다. 채널 중단 상황과 팬들의 비판 여론에 난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경기도 일산 EBS 본사 앞. 사진=장슬기 기자
▲ 경기도 일산 EBS 본사 앞. 사진=장슬기 기자

캐릭터, 아이돌 등 팬 문화가 있는 곳은 팬들이 직접 행사장을 촬영해 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속사 입장에서도 홍보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강하게 제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러한 ‘직캠’ 영상에도 엄밀히 말하면 법적 위반 소지가 있다. 백세희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통화에서 “기존 콘텐츠를 2차저작물로 만들지 않더라도 부정경쟁방지법이 적용될 수 있다. 펭수가 가지고 있는 저명성과 이에 따른 경제적 이익에 무임승차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백세희 변호사는 “물론 저작권을 풀어주면서 팬 채널로 인정해주고 수익 배분하고, 이런 것은 팬 문화에서 있는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다 퍼블리시티권(유명인이 자신의 성명이나 초상을 상품 등 선전에 이용하는 것을 허락하는 권리) 침해 소지가 있다. 문제 삼으려면 다 문제 삼을 수 있지만 묵과해주는 것이다. EBS가 권리행사를 할 수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팬 문화에선 저작권 위반을 놓고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원작자와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어차피 결정권은 저작권을 가진 쪽에 있다. 그들이 전략적으로 각 사안에 대해 판단하는 것”이라며 “특정 방송사는 보수적이라고 선을 그을 수는 없다. 저작권 문제는 갖고 있는 쪽에서 허용을 해준 것이고, 팬도 제작진도 결국 스타가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소통이 되는 것이다. 분쟁이 일어났다면, 내부적으로 소통해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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