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18일 MBC 사장 후보 시민평가단 회의에서 안형준 후보의 모습. 
▲ 지난 2월18일 MBC 사장 후보 시민평가단 회의에서 안형준 후보의 모습. 

MBC가 23일 오전 주주총회를 열고 안형준 기획조정본부 소속 부장을 신임 MBC 사장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최종면접에 올랐던 후보가 공모 절차의 불공정성을 주장하고 여당에선 공모 절차를 진행한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의 사퇴를 요구해 사장 선임을 둘러싼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MBC 지분 30%를 소유한 정수장학회는 이날 주총에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안 사장을 둘러싼 의혹의 철저한 규명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MBC의 감사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안 사장과 함께 최종후보에 올랐던 허태정 후보는 23일 공식 입장을 내고 “안형준 후보가 21일 오후 신임 사장으로 내정되고 안 후보에 대한 한 벤처기업의 주식 관련 의혹이 보도되었다. 문제는 이 제보가 최종면접 전에 방문진에 접수되었다는 사실”이라며 “방문진은 의혹을 규명하지 않은 채 최종면접을 진행했고, 최종면접은 매우 편파적이어서 면접 결과가 이미 예상될 정도였다”고 주장했다. 방문진이 사실상 안 후보를 내정하고 면접을 진행했다는 것.

허 후보는 이번 방문진의 최종면접 과정을 두고 “방문진은 시민평가단 투표에서 기대했던 한 후보(박성제 현 사장)가 탈락하자, 낙마가 예상되는 사장을 임명해 이번 사장 공모 절차 전체를 무효화하고 재공모를 하고자 했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향후 방문진은 제보 처리 과정을 낱낱이 밝히고, 시민평가단이 보여주신 뜻을 살리는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주장에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은 23일 “제기된 의혹에 대한 당사자 소명을 들었고, 재공모하고자 한 일은 없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여당은 방문진 이사진 사퇴를 요구했다. 국민의힘 공정미디어위원회는 23일 성명에서 “MBC노동조합(제3노조)에 따르면, (안 사장이) 과거 한 벤처기업의 주식을 공짜로 받았다는 의혹이 있어 MBC 감사실이 특별감사에 나섰다고 한다”며 “방문진은 안 사장의 비리 의혹을 규명하고 무능한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과 이사진들은 지금이라도 전원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특별감사 주장에 김원태 MBC감사는 23일 “감사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방문진에 접수된 제보 사건과 관련해 당사자 A씨는 22일 “문제가 된 주식은 내 소유다. 2013년 사업을 하면서 개인 사정 때문에 안 후보자를 설득해 명의만 안 후보자 명의로 해달라고 부탁한 것”이라 해명했다. A씨는 “나를 보호하기 위해 내 부탁을 받은 안 후보자가 (내가 재직 중이던) 방송사에 주식을 ‘본인 소유’라고 답변을 한 적은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나를 위해 선의로 한 행동으로 안 후보자가 피해를 입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23일 성명을 내고 안 사장의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MBC본부는 “최종면접 전후로 안 사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신임 사장의 정당성과 리더십은 임기 시작도 전에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며 “공영방송 MBC를 둘러싼 외부적 압박이 거센 상황에서, 신임 사장의 정당성과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명확한 규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MBC본부는 “주식 차명 소유 의혹부터 차마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개인적 비위 등 안형준 신임 사장을 둘러싼 의혹들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무엇 하나라도 사실로 드러난다면 법적인 책임 유무와 상관없이 공영방송 MBC 사장으로서 정당성을 잃을 만한 내용들”이라며 “MBC의 수장에게는 법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엄격한 잣대가 요구된다. 진실을 밝힐 1차적 책임은 의혹의 당사자인 안 사장에게 있다. 절차상 공식적으로 사장으로 선임됐다고 해서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MBC본부는 “사장 선임 과정이 전례 없이 혼탁해지고 있는 현 상황을 매우 위중하게 지켜보고 있다. 진상 규명의 시간이 늦어지고, 혼란이 지속될수록 공영방송 MBC를 균열 내려는 세력들의 공격은 드세질 것이다. 엄정한 조사, 냉정한 판단 그리고 빠른 결단만이 MBC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자 공영방송을 지키는 책무임을 방문진과 신임 사장은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MBC 구성원들은 감사 및 안 사장의 해명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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