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소추안에 담긴 탄핵사유의 핵심은 수백명의 생명과 안전이 달린 위기 상황에서 안전을 총괄조정해야 할 책임자로서 역할을 방기했다는 데 있다. 이밖에 참사 사후 수습의 노력 부족 뿐 아니라 책임회피를 위한 반복적인 부적절한 발언과 유가족에 대한 2차가해성 발언 등도 주요 헌법 법률 위반의 대상으로 지목됐다.

국회가 지난 8일 야 3당의 의석 합계보다 3석 많은 179석의 찬성으로 가결한 이상민 장관의 탄핵소추안을 보면, 이 장관의 잘못된 행위가 어떻게 헌법과 법률에 위배됐는지를 상세히 따졌다. 국회가 제출한 탄핵소추안의 사유를 헌법재판소가 인용할지 여부는 아직 남아 있다.

탄핵은 공무원의 공직을 파면하는 것을 뜻한다. 헌법 제65조 제1항은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행정각부의 장‧헌법재판소 재판관‧법관‧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감사원장‧감사위원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가 탄핵을 결정하는 요건은 ‘공무원의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과 법률을 위배’한 행위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국회의 이상민 장관 탄핵소추안에 나온 헌법 법률 위반 행위는 크게 △참사를 사전에 예방조치 미비 △사고 즉시 수습본부를 설치 등 역할을 방기 △현장에 뒤늦게 도착했다가 별다른 조치없이 이탈 △참사 이후 원인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 반복 및 유가족과 국민에 2차 가해 △국회에서 여러 위증으로 불신 초래 등이다.

국회는 “이 장관이 재난 및 안전관리 사무를 총괄·조정하여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참사 예방하기 위한 다중밀집사고에 대한 대책 마련, 사전 재난예방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고, 참사 발생사실을 인지하였음에도 대통령 지시조차 제때 이행하지 않은 채 재난대책본부를 적시에 가동하지 않고 수습본부를 설치하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현장통제, 구급차 진출입로 확보가 지연되는 한편 참사현장에서의 적절한 구조·구급활동이 적시에 이루어지지 않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국회 본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 정지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본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 정지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는 또 이 장관이 참사발생 이후 자택에서 참사대응 조치를 취하지 않고 85분 동안 관용차가 오기를 기다리다 뒤늦게 참사현장에 도착했으나 신속한 대응을 위한 구체적 지시나 조치없이 현장을 떠났다며 “참사 다음날 새벽 2시30분경에야 중앙대책본부가 가동되었는데 그 전에 행정안전부장관으로서 참사대응·수습과정에서도 적절한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기술했다.

국회는 “이 장관이 참사 이후에도 참사경위·원인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을 반복해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게 상처를 줬고, 국회에서 참사수습과정에서 필수적인 유가족 명단 등의 확보, 중대본 설치 등에 관한 질의에 거짓으로 답변하기도 했다”고 썼다.

이 같은 행위를 두고 국회는 우선 헌법 제34조 제6항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조문을 위반했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국회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재난안전법) 제6조에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행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조정하도록’ 한 것을 비롯해 중앙사고수습본부 설치 등 다양하게 규정된 의무를 들어 “이상민 장관의 의무는 바로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마땅히 해야하는 의무)”라고 해석했다. 국회는 국정조사와 검경수사, 언론보도, 피해진술 등에서 나타난 진술을 볼 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책임을 지는 행정안전부장관의 행태는 단순히 무능하거나 무책임함을 넘어 헌법상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고, 이에 대해서는 엄중한 헌법위반의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①사전예방대책 수립 시행, 재난안전통신망 구축 의무 방기

국회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재난안전법에 재난이나 각종 사고의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조정하고(제6조), 기본계획과 집행계획을 수립해야 하며(제22조 제3항, 제23조 제1항), 재난 예측 및 체계 구축, 예방조치 의무(제25조의2)가 있을 뿐 아니라 재난안전통신망 구축 운영과 사용의무(제34조의8 제1항)가 있는데도 이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매년 핼러윈 데이 때마다 대규모 인파가 밀집되고 다중밀집 사고가 사회재난의 한 유형으로 예상됐는데도 다중밀집사고 사전 예방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하지 않았고, 재난안전통신망 구축 및 고도화 연계 의무를 수행하지도 않아 재난안전법상 사전 재난예방 조치의무와 재난안전통신망법 등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②참사 인지 직후 위기상황 역할 방기

이 장관의 참사를 인지한 이후 대응도 재난안전법상 의무 위반의 사례로 지목됐다. 국회는 이 장관이 자택에 머물다 재난 발생 후 1시간5분이 지난 23시20분경에 재난안전비서관의 문자보고로 재난 발생을 인지했는데, 인지한 이후에도 늑장 대응을 하며 재난 및 안전관리 총괄책임자로서 실질적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봤다. 즉시 중앙대책본부를 가동하지 않았고, 중앙대책본부장으로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소집도 하지 않았으며, 재난현장 대응지원, 현장상황관리관 파견, 수습지원단 파견 등 조정·총괄 지휘 역할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당일 23시49분경 재난안전비서관에게 ‘현장 상황파악 및 현장 방문 준비’를 지시한 것이 전부였고, 관용 차량을 기다렸다가 재난 발생 2시간30분이 지난 10월30일 0시45분에야 현장 부근에 도착해 도보로 이동했다. 이 시간 동안 현장에서는 일부 출동한 소방 인력만으로는 효율적인 긴급구조가 어려웠으며, 현장을 통제할 경찰병력 파견도 제대로 안 됐고, 길거리에서 사상자들이 심폐소생술을 받는 등 상황관리 및 대응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이 이후 1시5분경 참사 현장 부근에서 소방재난본부장으로부터 상황보고를 받고, 현장상황판단회의 참석 후 1시30분경 현장방문을 종료했다.

국회는 이를 두고 “재난 발생 이후에도 대통령보다 늦게 보고받고 현장방문 이외에 적절한 대응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최상위 재난관리책임기관 및 재난관리주관기관으로서 재난대책본부 미가동, 신속한 수습본부의 미설치 등으로 재난의 피해를 확대시켰다”며 재난안전법 제4조 제1항, 제14조, 제15조, 제15조의2, 제18조, 제22조, 제23조, 제25조의2 등에서 규정한 행정안전부장관의 재난 및 안전관리 책무를 위반했다고 제시했다.

국회는 재난안전법 상 행정안전부장관으로서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 공무원에 부과된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제56조)도 위반했다고 해석했다. 국회는 이 장관의 행위를 두고 “이 사건 참사와 관련한 직무수행은 그 조치의 적절성이나 충실성 여부를 판단하기도 무색할 만큼 현저히 부족하고 불성실하다”고 판단했다.

③참사 이후에도 부적절한 언행의 반복과 유가족에 상처

국회는 이 장관이 참사 사후에 보여준 부적절한 언행의 반복은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의무(제63조) 위반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 장관이 참사 이튿날인 10월30일 브리핑에서 “그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 “통상과 달리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이라고 답변해 반발을 샀다. 국회는 “국가의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을 하여 희생자 유가족 및 부상자들에게 큰 상처를 줬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장관이 지난해 12월27일 국정조사 1차 기관보고에서 최초 인지 시점인 23시20분부터 현장 도착 시점인 0시45분까지 85분 동안 중대본 설치를 않고 무엇을 했느냐는 윤건영 의원 질의에 “이미 골든타임을 지난 시간이었다. 제가 그 사이에 놀고 있었겠습니까”라고 언급한 것도 부적절한 언행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국회는 그 시각이 서울대병원에서 처음 현장에 도착해 응급의료활동을 개시한 시점으로, 현장응급의료소 설치 후에도 이송 환자가 계속 발생했다며 일률적으로 골든타임을 확정하기 어려운 것이 이번 참사의 특징이라고 반박했다. 국회는 “이 장관이 골든타임이 지난 시간이었다는 근거 없는 발언으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유가족들에게 한 번 더 상처를 입혔다”며 “자신의 불성실한 직무수행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지는 태도는커녕 ‘놀고 있었겠느냐’며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은 고위공직자의 언행으로서는 심히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밖에도 이 장관이 △12월23일 행안부 현장조사 당시 “소방서장이 현장 지휘하면서 응급조치하는 게 중요하지 중대본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한 발언 △12월27일 국조 1차 기관보고에서 “오히려 그 당시 중대본이 구성됐다면 현장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 중대본에 참여해 긴급구조에 방해가 될 수도 있는 그런 상황이었던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 발언 등도 사건의 몰이해를 나타낸 사례로 제시됐다.

④‘유가족 명단 없다’, ‘압사 표현 삭제 지시 모른다’ 등 위증 혐의

특히 위증과 관련해 이상민 장관은 사망자 정보 제공 관련 위증 의혹을 받았다. 국회는 서울시가 지난해 10월31일부터 11월2일까지 3차례에 걸쳐 행안부에 사망자 파일(일부 유가족 성명과 연락처 등 유족 명단)을 제공했으나, 이 장관이 11월1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행안부는 유족 전체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는다”, “명단조차도 가지고 있지 않고, 연락처는 물론이고, 그 명단을 누가 가지고 있고 연락처를 누가 가지고 있는지는 따로 확인을 해 봐야 되는 문제”라고 발언한 사실을 제시했다. 12월27일 국조 1차 기관보고에서도 이 장관은 서울시에서 명단을 넘겨주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답변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압사’ 표현 위증 의혹도 받았다. 국회는 참사 이튿날 대통령 주재 회의 이후 보건복지부 모바일상황실 등에 ‘압사 또는 피해자라는 말을 쓰지 말라’라는 제안과 관련해 지시한 주체가 누구냐는 윤건영 의원 질의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제가 물어봤더니 담당 국장께서 주재자를 좀 헷갈리셨고 그거는 행안부의 안내에 따라 가지고……”라고 진술했다고 제시했다. 그런데 이 장관은 1월6일 2차 청문회에서 “그런 제안을 누가 했다는 기억은 전혀 없다”고 허위진술했다고 국회는 탄핵소추안에 기재했다. 국회는 “이와 같은 거짓진술, 말바꾸기는 고위공직자로 국민을 기만하는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비판했다.

헌법과 법률 위반에 중대성이 있어야 한다는 반론과 관련해 국회는 “헌법 제65조 제1항은 탄핵사유로 피소추자의 헌법·법률위반이 중대할 것을 명문으로 요구하지 않고,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 역시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결정문에서 “대통령을 제외한 다른 공직자의 경우에는 파면결정으로 인한 효과가 일반적으로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미한 법위반행위에 의해서도 파면이 정당화될 가능성이 큰 반면”이라고 언급한 대목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상민 장관 탄핵의 필요성을 두고 국회는 △행정안전부 장관의 본질적이고 핵심에 해당하는 직무집행에 관한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고 △장관으로서 적절한 직무수행이 강력하게 요청되는 위기상황에서 주어진 역할을 방기하거나 소홀히 임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으며 △참사 후 대응이 국민의 기대를 현저히 저버렸을 뿐 아니라 △그 결과 159명의 희생자와 196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침해된 법익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심대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헌법재판소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국민의힘 바로세우기 대표를 맡고 있는 신인규 변호사는 지난 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기각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재난안전을 총괄하는 부서 책임자라는 선언적 추상적 법규범은 있지만 ‘어떤 업무를 하라’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 헌법과 법률 위반으로까지 인정해서 파면시킬 정도에 이를 것이냐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반해 장윤미 변호사는 “인용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까지는 전망하기 어렵지만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며 “헌법재판소도 추상적 지침적 법규들도 탄핵 사유의 근거 규범이 될 수 있다라고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신선민 KBS 기자는 지난 8일 저녁 <뉴스9> 스튜디오에 나와 “인용되지 않을 거란 견해가 조금 더 많아 보인다”며 “법적 책임이 명확지 않고, 파면까지 가려면 중대한 불법이 확인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신기자는 “반면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처럼, 앞으로 변론 과정에서 위법 여부가 더 드러날 수도 있다는 견해”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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