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재학 PD가 사망한 후 진상조사로 인해 CJB청주방송 내 노동자성을 인정받거나 불법파견이 확인된 비정규직들이 대다수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내부에선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들은 명문화한 규정이 없는 한 승진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들이 사실상 승진할 수 없는 ‘무기계약직’ 신세라 차별이라는 주장이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청주방송 직원들은 모두 가장 낮은 호봉제인 5급으로 전환됐다. 청주방송의 호봉제는 2급 갑부터 5급까지 있는데, 승진체계는 4급 마지막 호봉인 13호봉까지 오르면 3급 차장대우로 승진되는 식이다. 

청주방송의 승진체계는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에 명시되어있지는 않지만, 4급부터는 관행적으로 승진이 이뤄져왔다. 명시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전적으로 인사권자의 의지와 관행에 맡겨져 온 것이다. 5급 직원들, 그 중에서도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들은 승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구성원들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승진에 대한 규정을 명문화해야한다는 입장이다. 

▲  CJB 청주방송 간판.  사진=미디어오늘.
▲  CJB 청주방송 간판.  사진=미디어오늘.

다른 직급은 보통 1호봉부터 13호봉까지 있는 반면, 5급은 42호봉까지 있다. 해가 지날 때마다 호봉이 약 100만원씩 오른다. 승진은 어렵고 5급 호봉 안에서만 오를 수 있으니, 직급 승진이 가능한 정규직 직원들과 매년 연봉 인상액이 2배 이상 차이나는 등 임금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청주방송은 단체협상에 따라 신입사원 공채를 4급으로 뽑는데, 5급 정규직들은 몇 년을 일해도 신입사원보다 임금이 낮을 수밖에 없다. 정규직 안에서도 ‘계급’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노조는 이러한 체제에는 저임금자를 계속 쓰려는 회사의 의도가 담겨있다고 주장했다. 이상대 전국언론노동조합 청주방송지부장은 “회사에서는 정규직 중에서 5급 직원을 쓰면 저임금자를  쓸 수 있으니까 계속 5급으로 직원을 뽑으려고 시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MD(Master Director·방송운행책임자)를 5급으로 채용해놓고 PD, 카메라 기자를 시켜도 5급 저임금 그대로 시키려하고 있다”며 “저임금이 고착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5급으로 들어온 직원들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4급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며 “혹은 5급이나 다른 연봉 계약직으로 들어왔다고 하더라도 기자, PD, 카메라 기자 등 직군으로 전환될 때는 그에 맞는 처우, 호봉을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회사 측은 승진 가능성이 열려있기 때문에 차별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채현석 청주방송 경영국장은 9일 미디어오늘에 “근로감독 이후 파견 직원 등에 관한 시정지시를 충실히 따랐고, 전국에 있는 방송국 중에 우리 같이 비정규직이 없는 회사가 없다”며 “지난해에도 5급직 중 7명 정도를 4급으로 다 인사위원회를 통해 전환시켰다”고 말했다. 아울러 “5급의 호봉 단계가 너무 많은 것은 회사의 상황이나 경영 상황에 따라 달리 적용될 수도 있는 부분”이라며 “5급도 충분히 인사위원회를 통해서 승진의 기회는 충분하다”고 했다.

그러나 내부에서 차별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MD에 대한 회사 대응 탓도 있다.

청주방송은 지난해 12월 주조정실에서 근무 중인 MD들에게 지급된 연장근로 수당을 ‘업무를 지시한 건 맞지만 돈을 주겠다는 건 아니다’라는 논리를 주장하며 다시 되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임금 환수를 거부하자 회사는 임금에서 해당 금액을 차감해 지급했다. 해당 MD가 노동부에 임금체불 진정을 넣자, 회사는 뒤늦게 ‘진정을 취하할 계획이 있냐’며 미지급분을 지급했다. 

이런 가운데 청주방송은 고 이재학 PD 사망 진상 조사 후 청주방송 완전자회사 ‘CJB엔터컴’ 소속 행정·TD(Technical Director) 노동자를 지난해 말 계약 만료 시점인 12월31까지 정규직 전환하기로 합의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진상조사위원회는 올해 3월 말 최종적으로 이행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 방송국 주조정실 자료사진.
▲ 방송국 주조정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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