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무형문화보유자로 살아온 어르신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김주하 MBN 뉴스7 앵커는 지난달 31일 평택시가 국가 무형문화재에게 지원금을 주는 대신 연습을 강제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MBN 보도는 오보였다. 무형문화재에게 ‘연습’을 조건으로 지원금을 주는 평택시 조례는 없다. MBN은 평택시에 사실확인을 요청하지 않았다. MBN 메인뉴스를 통해 잘못된 정보가 방송됐지만 정정보도는 온라인에 배포되는 것에 그쳤다.

▲1월31일 MBN 뉴스7 '김주하의 그런데' 방송화면
▲1월31일 MBN 뉴스7 '김주하의 그런데' 방송화면

조례·시행규칙에도 없는 ‘연습 의무조항’

MBN 뉴스7의 김주하 앵커는 지난달 31일 앵커브리핑 코너 <김주하의 그런데>에서 최근 논란이 된 서울시의회가 논의한 ‘혼전성관계 금지 조례’를 비판했다. 김 앵커는 해당 조례를 ‘황당 조례’로 표현하면서 평택시가 국가무형문화재에 부적절한 지원금 지급 기준을 적용했다고 했다.

김 앵커는 “‘지원금을 받는 국가무형문화재는 반드시 매주 5회 이상, 회당 4시간 이상 연습을 해야 한다’ 평택시는 존재 자체가 문화재인 국가무형문화재들에게 최저임금액에 못 미치는 월 75만 원에서 150만 원의 전승 지원금을 지급해주면서 주 5회 이상 회당 4시간 이상씩 연습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만들어 평생 무형문화보유자로 살아온 어르신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고 했다. 평택시의 지원금 기준 때문에 무형문화재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주하 앵커의 브리핑은 사실이 아니었다. <평택시 무형문화재 보존 및 지원 조례>에 따르면 평택시장은 무형문화재 보유단체·보유자에게 관리 경비, 관련 인건비 및 사업비, 전승활동비 및 특별지원금을 보조할 수 있으나 특별한 조건을 두고 있지 않다.

무형문화재 기술을 배우는 전승지원금 대상자는 연습 의무를 가지고 있다. MBN은 이 부분에서 착오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평택시 무형문화재 보존 및 지원 조례 시행규칙>을 보면 전승지원금 대상자가 연습 시간을 지키지 않더라도 연습 시간에 해당하는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장기간 연습에 빠지지 않는 한 지원이 중단되는 일도 없다. ‘주 5회 이상 회당 4시간 이상씩 연습해야 한다’는 의무조항 역시 대상자 등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MBN. ⓒ연합뉴스.
▲MBN. ⓒ연합뉴스.

평택시 “이미지 실추시키는 오보”… MBN 온라인에서만 정정

평택시는 5일 보도자료를 내고 “(MBN 보도에서 언급된) 연습 및 숙달 활동 대상자는 무형문화재 보유자를 제외한 이수자 및 전수자 등에게 해당되며 무형문화재의 전승활동 및 계승발전에 이바지 하고자 시행하는 사항으로 임금의 성격으로 지급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평택시 설명에 따르면 전승지원금을 연습 시간과 비교해 시급으로 계산하면 최저시급을 넘어선다.

평택시는 “전승지원금 지급대상자들은 무형문화재 단체의 근로자가 아닌 회원자격으로 전승 활동을 위한 연습 시간 외에 본인들이 자율적으로 개인 활동을 하고 있다”며 “MBN 뉴스 김주하의 ‘그런데’에서 보도한 내용은 사실과 다르며 평택시와 평택시의회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명백한 오보이며, MBN에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등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택시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MBN이 평택시에 반박을 듣거나 사실확인을 요청한 사실이 없다면서 “평택시 취재를 했다면 보도가 사실이 아닌 점을 말해줬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MBN은 7일 온라인 정정보도를 냈다. MBN은 “평택시는 무형문화재 7명에게 별도의 연습 활동 조건 없이 매월 130만~150만 원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수자와 전수자에게 지급하는 금액도 계승발전에 이바지하고자 지급하는 것이지 임금의 성격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며 지급 금액도 월 100만~180만 원으로 최저 임금에 못 미친다는 내용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돼, 이를 바로잡는다”고 밝혔다. 다만 방송을 통한 정정보도는 없었다.

이와 관련해 김주하 MBN 앵커는 미디어오늘에 “‘그런데’는 제작진이 가본을 보내면 데스킹을 하고 살을 붙여 생각을 넣는 형식으로 제작되는데, 데스킹 과정에서 팩트체크를 하는데 이번 건은 꼼꼼히 보지 못했다”며 “이름을 걸고 하기에 늘 신경을 쓰는데 이번 건에선 그렇지 못해 죄송스럽게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

김주하 앵커는 정정보도가 온라인을 통해서만 나간 것에 대해 “평택시에서 사과를 받아줘 저렇게 마무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평택시 측은 방송을 통한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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