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소추안을 가결해 헌법재판소의 심판절차로 넘겼다. 현직 장관을 상대로 한 국회 탄핵안 의결은 사상 처음이다. 이에 따라 이상민 장관은 곧장 직무가 정지됐다.

국회는 8일 오후 열린 본회의에서 의사일정 2항에 있던 ‘이상민 탄핵소추안’을 순서를 바꾸는 표결까지 거쳐 우선적으로 처리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안건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의하자는 안을 제안했으나 표결에 의해 부결됐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어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부쳐 무기명 투표를 진행한 결과 총 투표수 293표 가운데 찬성(가) 179표, 반대(부) 109표, 무효 5표로 가결됐다고 선포했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표결 직전 탄핵소추안 제안설명에서 “피소추자인 이상민 장관은 재난예방 및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 공직자로서 성실의무를 위반한 책임, 국회 위증과 유족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 2차 가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여러 탄핵 사유들이 적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탄핵소추안 내용에 담긴 이상민 장관의 탄핵 사유를 두고 첫째 이 장관이 재난 및 안전관리 사무를 총괄·조정하여야 할 책임이 있고, 다중밀집사고가 충분히 예견됨에도 사전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하는 등 사전 재난예방 조치를 취하지 아니해 헌법 34조 6항, 재난안전법 제4조, 제22조, 제23조 등 위반이라고 제시했다. 김 의원은 이밖에 두 번째로 △참사 발생사실을 인지하였음에도 대통령 지시조차 제때 이행하지 않은 채 재난대책본부를 적시에 가동하지 않고 수습본부를 설치하지 않았으며 △참사를 보고받고도 자택에서 관용차를 기다리다 뒤늦게 참사현장에 도착한 뒤 구체적 지시나 조치없이 현장을 떠나 사후 재난대응조치 의무위반으로 재난안전법 14조, 15조, 15조의2, 18조 등의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의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MBC 영상 갈무리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의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MBC 영상 갈무리

 

김 의원은 이 장관의 세 번째 탄핵 사유로 참사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을 반복해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또다른 상처를 줘, 국회 국정조사에서 여러차례 거짓진술을 해 고발되는 등 헌법과 국가공무원법 56조를 위반했다고 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 같은 총체적인 대응실패로 결국 159명의 사망과 320명의 부상자 총 47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참혹한 결과와 국회에서의 거짓 진술 등으로 인해 이 장관이 직책 수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국민의 신임을 상실했다”며 “비록 오늘이 대한민국 헌정사에 비통한 역사로 남을 지라도,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국회가 정부에 그 책임을 물어 다시는 이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후에라도 그 책임을 다했다’고 기록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탄핵소추안의 법사위 회부 안건을 제안하면서 이 장관의 탄핵소추안 내용을 두고 “독단적이고 자의적인 법해석만 난무한다”고 비판했다. 송 수석부대표는 “재해 예방과 국민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헌법 34조6항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어불성설”이라며 “이 조항의 성격상 의무 자체가 탄핵심판의 사법적 판단대상이 될 수가 없고, 현재까지 선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송 원내수석부대표는 또한 “성실 의무를 위반했다는 주장은 정쟁의, 정쟁에 의한, 정쟁을 위한 언어도단에 해당한다”며 “정치적 무능력, 정책결정상 잘못 등은 소추의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 8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안건을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하자고 제안하면서 탄핵안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MBC 영상 갈무리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 8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안건을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하자고 제안하면서 탄핵안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MBC 영상 갈무리

 

송 수석부대표는 “재난관리 기본지침 위반 주장은 더더욱 점입가경”이라며 “자의적 법해석에 기초한 해코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송 수석부대표는 “대통령 훈령이나 행안부 고시 불과한 재난관리 기본지침 등 위반을 이유로 탄핵소추 사유에 포함한 것은 애당초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송 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은 이번 탄핵소추안을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나는데 악용하려고 했던 저의가 있었던 아닌가”라며 “이 대표 사법처리가 현실로 닥치자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 탄핵이든 뭐든 일단 때리고 보자는 막가파식 정치공세는 아니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이 이렇게 한다고 현명한 국민의 눈과 귀를 결코 영원히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다수 의석으로 수적 열세의 상대방을 코너로 밀어붙이려는 정쟁유발, 정치적 악의로 힘자랑 근육자랑하다 대선에서도 패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날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의회주의를 포기했다며 거센 비판의견을 냈다. 대통령실은 이날 공지를 통해 “의회주의 포기이다. 의정사에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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