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67)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가 신간에서 TBS 방송 진행자였던 김어준씨를 “‘팬덤 정치’를 극단으로 밀어붙여 사실상 한국 정치를 타락시켰다”고 혹평했다. 10일 출간하는 ‘정치 무당 김어준’에서다.

강 교수는 이번 책에서 정치에 개입하기 전의 김씨 활동을 ‘전기 김어준’, 정치에 직접 개입한 시기를 ‘후기 김어준’으로 구분하여 분석했다.

▲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사진=김도연 미디어오늘 기자.
▲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사진=김도연 미디어오늘 기자.

강 교수는 “나는 과거 김어준, 즉 ‘딴지일보’ 시절 김어준의 독보적인 가치에 찬사를 보냈던 사람”이라고 설명한 뒤 “그가 정치에 뛰어들려고 했을 때 제발 그러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간접적으로 말렸다. 정치는 그를 타락시키고, 그는 정치를 타락시킬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라고 했다.

강 교수는 “‘후기 김어준’은 지명도와 정치적 영향력에서 거물로 성장했지만, 그의 영혼은 피폐해졌다는 게 내 생각”이라며 “‘전기 김어준’이 부르짖었던 ‘명랑 사회’ 구현은 사라지고 온갖 음모론이 판을 치는 정치 무속의 세계가 열리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김어준을 둘러싼 논쟁이 ‘역지사지 논쟁’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이를 테면, 김씨와 비슷하게 열성 지지자와 신도를 거느린 보수 인플루언서가 공영방송을 ‘진보 때리기’에 적극 활용한다면, 진보 진영과 지식인들이 ‘보수 김어준’을 지금처럼 옹호하겠냐는 것이다. 강 교수는 “진보 진영은 이런 파렴치한 적반하장을 저지르면서 김어준을 옹호해왔다”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이번 책에 “그(김어준)가 ‘정치 무당’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재능과 역할로 ‘팬덤 정치’를 극단으로 밀어붙여 사실상 한국 정치를 타락시켰다고 보는 나의 관점과 주장이 담겨 있지만, 기본적으론 기록에 충실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나는 김어준이 ‘명랑 사회’ 구현을 위해 애쓰던 시절로 복귀하는 게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그게 그 자신을 위해서나 우리 모두를 위해 좋은 일일 거라고 생각한다”며 “단, 자신이 거물이 됐다고 여기는 권위주의와 그 바탕인 꼰대 의식을 버려야 가능할 것이다. 그가 유튜브, 여론조사 업체의 운영자로서 다시 방식만 달리한 채 ‘증오 혐오 정치’의 선전 선동에 앞장서는 비극이 더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 정치 무당 김어준/강준만 지음/인물과사상사.
▲ 정치 무당 김어준/강준만 지음/인물과사상사.

신간은 강 교수가 지난해 신동아 9월호~11월호에 기고했던 글 등을 모아 펴낸 것이다. 강 교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진보 인사에 불리한 이슈는 축소 왜곡하고 상대 진영은 악마화하는 김씨의 편파 방송을 줄곧 비판해왔다.

강 교수는 “공영방송에서 정파적 이익을 위해 나라를 두 개로 찢어 놓으면서 무책임한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하고 사회적 약자를 모욕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 방송 진행자가 있다면, 그리고 그런 행태가 반복된다면, 우리가 우선적으로 문제 삼아야 할 대상은 진행자가 아니라 PD들, 담당 간부들, 방송사 대표, 방송 규제 기관들이었다. 그들에게 프로그램 통제권이 있는지 물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열성 지지자가 많아 청취율 1위의 ‘효자 상품’인데다 대통령을 포함해 정권 실세들이 사랑했던 진행자인지라 통제권을 발휘할 수 없었다고 한다면, 그래도 괜찮은 것인지 따져 물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강 교수는 “우리가 아무리 편을 갈라 진영 전쟁을 벌인다 해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은 있는 법이며, 이를 검증하기 위해선 역지사지를 해야만 한다. 당신이 진보라면 ‘보수의 김어준’을 옹호하거나 용인할 수 있는지 말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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