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종합편성채널은 1월 말 자사 홈페이지에 ‘프로그램 공정성 평가’ 결과를 공개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020년 종편 4사에 재승인을 의결하면서 ‘복수의 외부 기관을 선정해 시사·보도프로그램 등의 공적 책임·공정성에 대한 객관적 진단을 받고, 그 결과를 공개할 것’이라는 조건을 부과했기 때문이다. 미디어오늘은 방송사별 주요 평가 결과를 4차례에 걸쳐 보도할 계획이다. 보도를 통해 종합편성채널이 지난해 공정한 방송을 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JTBC의 공정성·공적 책임 이행이 대체로 준수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여론조사 관련 보도에서 오차범위 내 결과의 우열을 가리는 등 일부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선 범죄 사건, 자살 사건을 상세히 묘사하는 경우도 있었다.

JTBC는 한국방송학회(책임연구자 배진아 공주대 영상학과 교수)에 보도·시사 프로그램 공정성·공적 책임 평가를 맡겼다. 연구진은 지난해 1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 JTBC에서 방영된 뉴스룸, 아침&, 사건반장, 썰전 라이브, 정치부 회의를 분석 대상으로 정했다.

▲서울시 상암동 JTBC사옥. ⓒJTBC
▲서울시 상암동 JTBC사옥. ⓒJTBC

연구진은 JTBC가 공정성, 공적 책임 기준을 비교적 충실히 이행했다고 평가했다. 뉴스룸은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의 객관성을 확보하고 있었지만, ‘여론조사 결과 오차범위 보도’와 관련해선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오차범위 내 결과를 두고 우열을 가리는 것을 금지하는 ‘여론조사 결과 보도 관련 기준 미준수’ 비율이 14.1%(9건)에 달한 것이다. 연구진은 “조사 결과가 오차 범위 내에 있다면 우세 또는 열세라고 보도하지 않아야 하는데 이런 기준이 엄격하게 적용되지 않은 사례가 발견된 것”이라고 했다.

뉴스룸의 보도 소재는 사회·정치 분야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사회 영역 37.3%, 정치 영역 27.4%, 국제 영역 11.4%, 스포츠 영역 10.8%, 경제 영역 7.9%, 기타 2.8% 순이었다. 연예·문화 영역 비율은 2.5%에 불과했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뉴스룸에서 총 127건의 보도가 나갔다. 이 중 100건은 참사 책임 소재에 중점을 둔 내용이었다. 대안·예방에 중점을 둔 보도는 8건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재난 보도에서 책임 소재 이외에도 원인분석이나 대안·예방 등에 대한 다양한 심층 논의를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아침&은 객관성, 공정성, 공적 책임 기준을 100% 준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미준수 사례가 있었지만 비율은 0.5% 이하에 머물렀다. 연구진은 “전반적으로 공정성과 공적 책임의 책무를 충실히 수행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시사교양 프로그램인 사건반장에선 범죄·자살 사건을 다루면서 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범죄 내용에 대한 상세 묘사 금지’ 기준 위반 2.8%(32건), ‘자살 사건 직접적 묘사 금지’ 기준 위반 16.7%(3건) 등이다. 썰전 라이브는 ‘사실관계의 분명한 전달’ 기준을 미준수한 경우가 8.2%(62건)였다. 연구진은 “외부 패널 출연자를 중심으로 토론이 이뤄지는 프로그램 속성상 사전에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하지 못한 사례가 발견된 것”이라고 했다.

정치부 회의에선 뉴스룸과 마찬가지로 여론조사 결과 보도 기준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가 25건(18.1%) 발견됐다.

▲JTBC 사옥 안에 있는 뉴스룸 포스터. 사진=윤수현 기자.
▲JTBC 사옥 안에 있는 뉴스룸 포스터. 사진=윤수현 기자.

JTBC 시청자 “보도 분량 줄어줄고, 협소하게 보도”

연구진이 JTBC 시청자 22명(20·30대 8명, 40대 7명, 50대 7명)에게 JTBC에 대한 평가를 요청한 결과 △뉴스 편성 시간이 줄어든 것이 아쉽다 △권력을 집요하게 비판하는 보도 태도가 약해졌다 △팩트체크 코너에서 정확성과 심층성을 확보해야 한다 등 의견이 나왔다.

JTBC는 2021년 6월 뉴스룸 편성시간을 80분에서 60분으로 줄였다. “뉴스와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시청자들이 원하는, 꼭 다뤄야 할 뉴스를 압축적이면서도 깊이 있게 전하겠다”는 것이 이유다. 이에 대해 40대 시청자 A씨는 “세월호, 최순실 보도 이후 열정적이라는 느낌이었는데 요즘은 덜하다”며 “시간도 짧다. (팩트체크는)그냥 하나의 현상을 설명하는 하나의 코너 같은 느낌만 있다”고 했다.

40대 시청자 B씨 역시 “앵커가 바뀌었기 때문에 형식은 바뀌었는데 오히려 보도 분량은 줄어들고 너무 다양하게 보도를 안 하는 것 같다. 필요한 것만 하고 전반적인 거 다 짚어줘야 하는데 너무 협소하게 보도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호평받은 사전심의 시스템… “문제 발생 시 신속한 대응 가능”

미디어인권연구소(책임연구자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JTBC가 자체적인 사전심의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JTBC는 모든 방송 제작물과 대본에 대해 사전심의를 하고 있으며, 방송법상 사전심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시사·보도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전담 모니터링 팀을 운영 중이다.

또 JTBC는 지난해 사전심의 운영체계를 강화했다. 모니터링 요원이 실시간 방송을 확인할 수 있도록 기술적 조치를 마련했으며 모니터링 내용을 DB로 만들어 즉각적인 대처에 나설 수 있도록 했다. 또 보도국 종사자 전원에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규정 위반사례를 전달 중이다.

연구진은 “JTBC가 실행하고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은 보도에 대한 신속한 사후 모니터링을 통해 문제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자율규제 체계를 강화하고자 하는 노력은 규제 당국의 정책 목표에 부합한다”고 했다. 이어 연구진은 “하지만 모니터링 인력의 안정적 운영이 필요하다. 결원이 생겼을 때 즉각적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대체인력을 확보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 교육을 통해 일간 모니터링에 단절이 생겨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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