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용산 대통령실을 출입하는 기자들 사이에서 카카오톡, 문자 등을 사용하기 꺼려진다는 반응이 나온다. 기강, 보안 등을 이유로 대통령실 직원들의 휴대전화 포렌식이 갑작스럽게 이뤄질 수 있고, 기자들간 공유한 내용도 언제 문제가 될지 모른다는 걱정 탓이다.

대통령실 출입 중인 A기자는 대통령실이 전체 출입기자 대상으로 자료를 공유하는 ‘용산 대통령실 정규출입기자단’ 대화방 외에 되도록 취재 목적으로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않는다. 보안이 필요한 글이나 자료를 옮길 때에는 무조건 텔레그램을 사용한다. 텔레그램을 사용하지 않았던 기자들 중에서도 카톡과 텔레그램을 병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은 텔레그램을 이용하는 데서 나아가 대화 내용을 삭제하는 경우도 있다. B기자는 “대통령실 사람들이 카카오톡을 꺼려 하니 자연스럽게 텔레그램을 사용하더라”며 “공직기강비서관실 요구시 휴대전화를 제출하게 돼 있어서 직원들이 텔레그램을 이용하고 삭제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취재진과의 연락이 대통령실 직원에게 인사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은 기자들과 대통령실 직원들의 공통적인 우려일 수밖에 없다. 실제 대통령실은 지난해 8월 용산 대통령실 인근의 집회·시위를 분석한 내부 문건을 외부로 유출했다는 점을 문제 삼아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을 해임하고, 그 상관인 비서관에 대해서도 감찰을 진행한 바 있다. 비슷한 시기 대통령실은 기강 확립을 이유로 전방위적 감찰을 진행하면서 두 자릿수에 달하는 물갈이를 단행했는데, 이 역시 대통령 부부 친분에 근거한 인사 의혹 등이 외부로 새어나간 것이 문제가 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지난해 ‘인적 쇄신’ 명목의 대대적인 인사 교체 이후로는 대통령실 관계자 발로 대통령실 내부 문제를 지적하는 보도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소위 ‘윤핵관’(윤석열측 핵심 관계자)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에 대한 휴대전화 포렌식이 이뤄졌다는 소식이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알려진 후로는 더 이상 대통령실의 공식 메시지에 반하는 입장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일부 기자들 사이에서는 이후 대통령실 관계자들과의 취재 자체가 원천 차단됐다는 불만도 나온다. 종종 전화통화를 했던 관계자가 문자 메시지에도 답을 하지 않고, 이제는 모든 연락을 받지 않는다고 복수의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이 전했다. 의혹이 제기될 만한 사안이 있어도 대통령실 입장 확인이 없이는 기사화가 어렵기에 대통령실이 연락을 받아주지 않는 매체는 손을 놓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보안이 중요한 대통령실을 오가다 보면 다른 정부 부처·기관보다 통신 내역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역대 정부에서도 보안 관련 정보 유출로 인한 ‘사고’들이 있었다. 일례로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성 유연성 관련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문건이 외부로 유출된 일이다. 당시 해당 행정관에 대해서는 정직 3개월의 징계가 내려졌다.

이는 최근 이재명 부대변인이 윤석열 대통령의 중동·스위스 해외순방 일정 유출에 ‘도의적 책임으로 사퇴’한 일과 대비된다. 대통령실은 기자들에게 공유한 일정이 외부로 흘러나갔고, 대통령실과 기자단 사이 가교 역인 이 부대변인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일정 유출은 경호·안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이지만, 한편으로는 과거 청와대에서도 왕왕 이뤄졌던 일이다. 대통령실은 전체 출입기자가 아닌 풀(pool·대표취재단) 기자들, 해외순방의 경우 순방에 동행하는 기자들에게만 관련 일정을 선공지한다. 이를 비롯해 순방 현지 취재진에게만 제공되는 자료들이 상당하다. 기자들이 각각 사내 보고를 하거나 타 출입기자 등과 이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들이 있었던 이유다.

▲용산 대통령실 ⓒ연합뉴스
▲용산 대통령실 ⓒ연합뉴스

C기자는 “청와대 때도 일정 유출이나 이런 게 늘상 있던 것이고 조심은 시키지만 어느 정도는 불가피성을 이해하기 때문에 그런 걸 사유로 누구를 자르거나 그러진 않았던 거 같다”며 “지나치게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어서 기자단 내에서 조심하게 하려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전체 출입기자와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도 ‘기자단’과 ‘간사단’ 등을 분류해 대응하면서 사실상 편가르기를 유도하고 있다. 29일 이 부대변인의 사의 표명에 대한 설명, 30일 사의 표명 이후 계획에 대한 출입기자의 질문과 고위관계자 답변은 출입기자들에게 제공되는 전문 자료에서 삭제됐다. 순방일정 유출 경위에 대한 질문에 이 관계자는 기자단 간사단과 논의를 먼저 해보겠다면서 답하지 않았다.

이런 유무형의 단속은 기자들 내부에서도 정보 교류를 가로막고 있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들 중에서도 취득할 수 있는 정보가 다르기에 일부 기자들간 알음알음 정보를 공유하면서 협조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통령실 단속이 심해질수록 이런 사례도 쉽지 않아졌다는 분위기다. D기자는 “기자들이 합심하면 된다는데 그것이 되겠나. 오히려 하나라도 더 얻어가려고 입을 더 닫게 되는 게 순리”라고 했다. 실제 일부 기자들 사이에선 불필요한 잡음이 일일이 새어나가는 것이 일을 더 그르친다는 시선도 전해진다.

이처럼 사안에 다른 매체별 입장차가 단결된 목소리로 모이지 못하는 생리를 대통령실이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MBC 취재진에 대한 대통령 전용기 탑승이 ‘불허’됐을 때 기자단이 공동으로 이를 철회하라고 요구하면서도, 보이콧을 포함한 적극적 대응에 나서지 못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후 언론 자유 위축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대통령실은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 중단에 이어 신년 기자회견 대신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C기자는 “일단 대통령실에서 분위기를 조성하면 어느 정도는 휘둘릴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는거 같다”는 고민을 전했다. E기자의 경우 “뭐 하나라도 더 얻으려고 매체들 사이에서도 서로 벽을 두고 있는데 결국엔 기자들이 받아쓰기 밖에 더 할 수 있겠느냐”며 “기자들도 심각함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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