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이란’ 발언에 연일 문제를 삼고 나서 우리 외교부가 ‘국제관계와 무관한 발언’이라고 거듭 해명하는 등 곤혹스러워 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발언으로 대한민국 국격이 참담해졌다며 윤 대통령의 사과와 외교라인 전면 쇄신을 촉구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오후 서울 별관 브리핑실에서 연 정례브리핑에서 ‘이란 외무부가 주이란 대사를 초치해 윤 대통령 발언 관련해 항의했다는데, 우리 외교부가 취한 조치가 있느냐’는 김소정 미디어펜 기자 질문에 “어제(18일) 주이란 우리(한국) 대사는 이란 정부의 요청에 따라서 테헤란에서 다시 한번 관련 사항에 대한 우리 측 입장을 명확하게 설명하였다”고 답했다.

임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조현동 외교부 제1차관이 19일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 대사를 초치해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다시 한번 설명했다고 전했다. 임 대변인은 우리 정부의 입장을 두고 “보도된 발언(‘UAE의 적은 이란’)은 UAE에서 임무 수행 중인 우리 장병들에 대한 격려 차원의 말씀이었고 한-이란 관계 등 이란의 국제관계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다.

또한 이란 정부가 전날 윤강현 주이란 대사를 초치해 윤 대통령의 자체 핵무장 가능성 언급을 두고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위반했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도 임 대변인은 “이란 정부의 문제 제기가 전혀 근거 없다”며 “우리 대통령의 발언은 날로 고조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확장 억제의 실효성을 강화해 나가는 취지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임 대변인은 “우리나라는 핵확산금지조약의 비확산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고 이러한 의무 이행 의지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고 말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이 19일 오후 서울별관 브리핑실에서 연 정례브리핑에서 UAE의 적이 이란이라고 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으로 인해 주이란 한국 대사가 초치되는 등 항의를 받은 것과 관련해 윤 대통령 발언이 장병 격려 차원일 뿐 국제관계와 무관하다고 해명하고 있다. 사진=정부e브리핑 영상 갈무리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이 19일 오후 서울별관 브리핑실에서 연 정례브리핑에서 UAE의 적이 이란이라고 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으로 인해 주이란 한국 대사가 초치되는 등 항의를 받은 것과 관련해 윤 대통령 발언이 장병 격려 차원일 뿐 국제관계와 무관하다고 해명하고 있다. 사진=정부e브리핑 영상 갈무리

이에 서혜연 MBC 기자가 ‘윤 대통령 발언과 관련해 외교부가 이란 측과 소통을 계속했다고 한 이후에도 주한 이란 대사관이 입장을 발표하고, 이란 정부가 주이란 한국 대사를 초치하는 등의 일이 계속 발생하는 원인이 뭐라고 보느냐’고 묻자 임수석 대변인은 “지금까지 이란 정부하고 우리 정부 간의 서울과 테헤란 외교 채널을 통해서, 계속 소통 해오고 있다”며 “양국 간 주요 현안도 많지만 양국 관계 관리와 계속적 발전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 소통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우리 측 설명에 이란의 반응은 어땠느냐’는 김태희 MBN 기자 질의에 임 대변인은 “조현동 1차관의 설명에 대해서 주한 이란 대사는 본국 정부에 충실하게 전달하겠다는 그런 의견을 표명했다”고 답변했다. ‘이란 대사가 의견을 준 것이 있었는지’를 두고 임 대변인은 “외교 채널을 통해서 오늘 있었던 외교적 협의 내용의 구체적인 내용을 미리 언론에 공개하기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주한 이란 대사는 우리 정부의 설명을 본국 정부에 충실히 전달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에서는 참담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이재정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주이란 윤강현 대사가 초치를 당한 것을 두고 “대통령 순방길에, 아직 귀국 전인데도 (초치를 당했다)”면서 “참으로 참담한 국격”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 “(윤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이란 현지 교민과 기업, 선박 및 우리 군인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며 “대통령의 발언은 페르시아만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UAE 아크부대에 방문해 장병들에게 격려사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UAE 아크부대에 방문해 장병들에게 격려사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이 의원은 이곳이 전 세계 해상원유 수송량의 3분의 1이 지나는 길목이며 지난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원유의 52%가 그곳을 지나서 공급이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란 정부가 쓴 ‘meddlesome’이라는 표현을 두고 이 의원은 “‘간섭하기 좋아하는’, 보다 정확한 해석으로는 ‘오지랖’에 가깝다”며 “외교적 언어로는 상당히 낯선 언어”라고 지적했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브리핑에서 이란 외교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무지하다’했고, 한국 대사를 소환해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중동 평화를 헤쳤다’고 항의한 점을 소개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최대 리스크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임 대변인은 “친구 대신 적을 늘리고 국격을 떨어뜨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거꾸로 외교’에 이제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며 “얼토당토 않는 변명으로 외교참사를 모면하려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자신이 초래한 외교 참사에 대해 사과하라”며 “외교라인을 전면 쇄신 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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