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MBN 김명준 앵커의 진행 태도에 대해 품위유지 조항을 적용해 행정지도 ‘권고’를 의결한 가운데, 과거에는 ‘호통’치는 진행 방식만을 이유로 이와 같은 의결이 이뤄진 적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선정적 표현 등 방송 내용상 문제를 지적하는 맥락에서 제재나 권고 등은 이뤄졌지만, 이번 사례처럼 진행자의 태도를 문제삼는 결정은 이례적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지난 3일 방심위는 MBN ‘뉴스파이터’에 대해 진행자가 윽박을 지르며 진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행정지도 ‘권고’를 의결했다. 김명준 앵커는 2022년 11월1일 이태원 참사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긴급 브리핑 발언을 언급하며 “대체 뭐가 그렇다면 이 참사에 대해서, 156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이 참사에 대해서 누가 책임을 지라는 겁니까. 누가 책임이 있다는 겁니까?”라고 고함을 지르는 수준으로 발언했다.   

이에 심의과정에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중 제27(품위유지)제1호가 적용됐다. 해당 조항은 ‘방송은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과도한 고성·고함 등의 표현을 하면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 MBN ‘뉴스파이터’ 방송화면 갈무리.
▲ MBN ‘뉴스파이터’ 방송화면 갈무리.

미디어오늘이 2015년 김명준 앵커가 ‘뉴스파이터’ 진행을 맡은 시점부터 현재까지 MBN ‘뉴스파이터’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의견제시부터 법정제재 등을 받은 안건은 총 16건이었고, 이중 ‘품위유지’ 조항이 적용된 안건은 7건으로 나타났다.

‘품위유지’ 조항이 적용된 이전 안건들은 대부분 뉴스의 선정적 표현,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삽화·영상 사용 등 구체적인 방송 내용이 문제가 된 원인이었다. 품위유지 조항만으로 규제하기 보다는 ‘성표현’, ‘인권보호’ 등을 함께 문제 삼은 안건들이 다수였다.  

예컨대 ‘뉴스파이터’ 2016년 2월29일 방송은 여성그룹의 분홍색 전신 타이즈 무대 의상이 지상파 및 케이블방송사로부터 방송 불가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언급하며 해당 그룹이 무대 의상을 입고 촬영한 뮤직비디오를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에 자료화면으로 내보냈고, 이에 심의위원들은 제35조(성표현)제2항, 제44조(수용수준)제2항을 함께 적용해 행정지도 ‘권고’를 의결했다. 

2016년 6월9일 방송은 50대 여성 등산객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에 대해 대담하며, 옷의 일부가 벗겨진 채 엎드려 있는 피해자의 모습을 묘사한 삽화를 일부 흐림처리하거나 클로즈업해 자료화면으로 장시간 노출해 ‘권고’를 받았다.

2018년 6월20일 방송 또한 디스코팡팡 DJ 두 명이 여중생 한 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사건에 대해 대담하는 과정에서, 디스코팡팡을 타던 한 여성의 상의가 벗겨지는 영상을 자료화면으로 방송해 제21조(인권보호)제1항, 제35조(성표현)제2항이 함께 적용돼 법정제재 ‘주의’가 의결됐다. 

2019년 5월20일 소위 ‘여경무용론’에 대해 대담하며 “원본 2분짜리 영상을 보면, 나중에는 무릎으로 제압을 하고 미란다 원칙까지 고지를 하고 있다. 그거는 안 보고! 지금 여경 무용론까지 지금 하고 있어야 되겠나? 네티즌 자격이 있나?”라고 말하는 등 ‘진행자가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로 언성을 높이며 네티즌을 비판했다’는 민원이 제기된 바 있지만, 이 경우 ‘대담·토론프로그램 및 이와 유사한 형식을 사용한 시사프로그램에서의 진행은 형평성·균형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제13조(대담·토론프로그램 등)제1항이 함께 적용되며 ‘의견제시’가 의결됐다. 

해당 프로그램을 7년 넘게 진행해 온 김명준 앵커가 지금껏 자신만의 스타일로 내세워온 일명 ‘호통’ 진행은 수년 간 여러 의결 속에서 단 한번도 문제로 지적받은 적이 없다가 공교롭게도 현직 장관을 비판하는 대목에서 문제로 지적받은 셈이다. 

▲  TV조선 '엄성섭 윤슬기의 이슈격파' 방송화면 갈무리.
▲ TV조선 '엄성섭 윤슬기의 이슈격파' 방송화면 갈무리.

이번 제재와 관련, 품위유지 조항이 자의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15년 2월11일 당시 엄성섭 TV조선 앵커는 ‘엄성섭 윤슬기의 이슈격파’에서 한국일보 기자를 향해 “쓰레기”라고 발언해 방심위로부터 행정지도 ‘권고’를 받았다. 

해당 프로그램에서는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언론통제 발언 논란을 다뤘고, 사건이 공개된 배경인 한국일보 기자의 녹취록 공개에 대해 대담을 나눴다. 엄성섭 전 앵커는 한국일보 기자가 녹취록을 새정치민주연합에 건넨 것에 대해 “자기가 새정치민주연합 정보원도 아니고, 기자가 이게 기자에요? 완전 쓰레기지 거의”라고 말했다. 

생방송 중에 타 매체 기자를 향해 ‘쓰레기’라는 비속어를 사용했으나, 김명준 앵커와 똑같은 조항을 적용해 똑같은 제재 수위인 행정지도 ‘권고’가 의결됐다.

정권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던 중 ‘품위유지 조항’으로 제재받은 김명준 앵커 사례에서는 호통을 치는 진행자의 태도만으로도 권고가 의결됐지만, 당시 정권 친화적인 목소리를 냈던 엄성섭 앵커는 방송에서 사실상 사용해선 안되는 욕설을 사용했는데도 같은 수준의 결정이 나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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