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지상파 연말 시상식이 지상파 콘텐츠와 대중의 화제를 모은 콘텐츠의 괴리를 더욱 크게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둔화로 인해 광고 수익이 메인인 지상파의 콘텐츠 투자는 축소가 우려되는 반면 글로벌 OTT 등은 한국 콘텐츠 투자를 확대하면서 그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22년 지상파 연기대상 시상식을 살펴보면 MBC는 ‘빅마우스’ 이종석, KBS는 ‘태종 이방원’ 주상욱, ‘법대로 사랑하라’ 이승기, SBS는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의 김남길이 대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시상식 이후 대상 수상자에 “무슨 작품으로 대상 받았지?”라는 의문의 시선을 받는 등 미지근한 반응이 따라왔다.

▲2022년 KBS 연기대상을 받은 이승기와 주상욱. 사진출처=KBS 유튜브. 
▲2022년 KBS 연기대상을 받은 이승기와 주상욱. 사진출처=KBS 유튜브. 

이 때문인지 시상식 이후 작품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스타들의 개인사가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종석 배우가 대상을 받은 후 누군가에게 고백을 하는 듯한 수상소감을 남겼고, 직후 아이유와의 열애설로 화제를 모았다. 이승기 배우는 지난해 음원 정산료 문제를 떠올리게 하는 소감을 남겼고 시청자들에게 응원을 받았다.

물론 ‘빅마우스’, ‘태종 이방원’, ‘법대로 사랑하라’,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각 방송사 안에서는 흥행을 한 작품이나 지난해 OTT나 타 채널에서 ‘신드롬’을 만든 콘텐츠들과 비교하면 큰 화제를 끌지 못한 경우다. 이같은 괴리는 지상파 연말 시상식에 대한 회의론에 힘을 실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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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신드룸 일으킨 콘텐츠는 따로 있는데…

MBC ‘빅마우스’의 경우 1회 시청률 6.2%로 시작해 마지막회가 최고시청률로, 13.7%를 기록하며 종영했다. KBS ‘태종 이방원’은 KBS가 오랜만에 선보인 대하 드라마였음에도 시청률 6%~11%에 머물렀다. 최고시청률은 28회로 11.7%였으며 마지막회는 11.5%를 기록하며 종영했다. KBS ‘법대로 사랑하라’ 역시 화제성이 낮았다. 1회는 7.1% 시청률로 시작했으나 시청률은 하락세를 그렸고 마지막회는 5.3%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종영했다. SBS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시청률은 6.2%로 시작해 7%로 종영했다.

반면 지난해 상반기에는 ENA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하반기에는 JTBC ‘재벌집 막내아들’이 ‘신드롬’ 수준의 화제를 몰았다.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첫방송 0.9%의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입소문으로 17.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상파가 아닌 인지도가 없는 채널이었으나 지상파의 드라마들보다 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화제성도 높았다. JTBC의 ‘재벌집 막내아들’의 경우 6.1% 시청률로 시작, 빠른 속도로 화제성을 모았고 마지막회는 26.9%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률은 모두 닐슨코리아 기준이다.

이 두 드라마는 시청률뿐 아니라 각각 장애인과 관련한 의제, 재벌과 돈에 관련한 의제 등 담론 방면에서도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한 장면. 사진=넷플릭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한 장면. 사진=넷플릭스

이처럼 대중의 화제성을 끈 콘텐츠와 각 지상파 연말 시상식 대상 콘텐츠 간 괴리가 보이면서 지상파와 OTT, 타 채널 간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지속된다.

특히 2023년에는 경기둔화로 인해 광고수익이 주요한 방송사들의 콘텐츠 투자 축소가 우려되고, 글로벌 OTT는 한국 콘텐츠 투자를 확대하는 이유로 인해 격차가 벌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게다가 넷플릭스와 디즈니+가 콘텐츠 전송 중 중간 광고를 껴넣는 상품을 도입하면서 광고 예산이 OTT로 배분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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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 ‘재벌집 막내아들’는 재벌 총수 일가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는 비서가 재벌가의 막내아들로 회귀하여 인생 2회차를 사는 판타지 드라마다. 사진=JTBC 제공
▲ JTBC ‘재벌집 막내아들’는 재벌 총수 일가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는 비서가 재벌가의 막내아들로 회귀하여 인생 2회차를 사는 판타지 드라마다. 사진=JTBC 제공

한편 이러한 격차를 의식한 듯 지상파 가운데 KBS와 SBS는 콘텐츠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김의철 KBS 사장은 신년사에서 “2023년 콘텐츠 시장의 키워드는 오리지널 콘텐츠 강화, IP 지적재산권 확보, 글로벌 제작 투자”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KBS도 드라마와 예능에서 선택과 집중을 명확히 할 예정이고 일일, 주말드라마에 적정한 제작비를 투입해 명실상부 ‘연속극 강자’의 위상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과감한 투자로 IP를 확보하고 글로벌 OTT를 해외 유통의 경로로 활용하겠다”며 “미니시리즈도 본사 드라마센터와 몬스터유니온의 결합력이 높아진 만큼 확실한 ‘원투펀치’에는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예능도 트렌드를 선도할 킬러 콘텐츠 제작을 위해, 경쟁력 있는 글로벌 OTT 콘텐츠에 못지않은 제작비를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BS는 5일 사보를 통해 △드라마, 예능, 교양에서 킬러 콘텐츠를 만들고 △글로벌 메가 스튜디오를 위한 기반을 조성하며 △스튜디오S를 본격적인 성장궤도 진입하도록 지원하고 △예능 스튜디오를 출범하고 △글로벌 콘텐츠 사업을 확대하고 다각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박성제 MBC 사장은 신년사에서 드라마나 예능 콘텐츠 투자에 대한 비전보다 저널리즘 의제를 강조했다. 올해에는 지상파들이 대박 콘텐츠를 생산해, 연말 시상식에서 대상 작품과 화제성을 모은 작품간의 괴리를 좁힐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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