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지분 매각, TBS 지원 조례 폐지 등 일련의 움직임에 언론계는 윤석열 정부의 언론 탄압 국면이 본격 시작된 것으로 해석한다.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 점수를 조작했다며 학자를 피의자로 모는 행태는 더욱 심각하다. MBC 민영화 발언이 정치권에서 느닷없이 튀어나온 건 이번 정부와 여권이 언론을 바라보는 시각이 응축돼 있다. 미디어오늘은 윤석열 정부의 언론 탄압 문제와 미디어 정책에 대한 분석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보고 언론학자 인터뷰를 연달아 싣는다. - 편집자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언론학계는 연일 혼란 상태다.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에 참여한 언론학자 4명이 지난 9월23일 감사원 조사에 이어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 압수수색을 당했다. 대통령 취임 136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언론학계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한국언론정보학회와 한국지역언론학회가 구심점이 돼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서명운동에 나섰다. 300명이 넘는 학자들이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양대 학회라고 할 수 있는 한국언론학회와 한국방송학회가 직접적인 움직임에 나서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낸 성과다.

올해 지역언론학회장을 역임하면서 관련 활동을 이끌어 온 이건혁 창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검사스러움’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수사를 통해 학자들에게 압박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지역언론 정책이 빈약하다고 지적하고 ‘공동체 미디어법’ 제정을 위해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9일 오전 충청남도 아산시 선문대학교에서 이건혁 교수를 만나 윤석열 정부 언론정책과 지역언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 날짜는 이 교수의 학회장 임기 마지막 날이기도 했다. 아래는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종편 심사위원 수사, 윤석열 정부의 ‘검사스러움’ 연장선”

- 지역언론학회는 검찰의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위원 수사에 맞서는 여러 활동을 전개해왔다. 특히 언론정보학회, 미디어공공성포럼과 함께 서명운동을 벌여 300여 명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학자 300명이 서명에 동참했다는 것은 학자들의 집단화된 의견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사건이 듣지도 보지도 못한 처사이기 때문에 분노한 것 같다”

- 검찰 수사의 어떤 측면이 문제라고 보는 것인가.

“우선 예상하지 못한 조치였다. 전문가들이 하는 심사는 자율적인 판단과 전문성을 중심에 놓고 한다.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학자들의 전문성을 무시하고,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이다. 전문가를 언제라도 기소할 수 있는 존재라고 보는 것 같다. 이 같은 조치는 윤석열 정부 ‘검사스러움’의 연장선이다. 누구라도 걸면 걸린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결국 사람들은 위축되고 공포감을 갖게 된다. 윤석열 정부의 성격과 특성, 추구하는 바를 사람들이 이해하는 단계다.”

- 반대쪽에선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수사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론할 수도 있다.

“그게 ‘법꾸라지’ 논리다. 심사위원과 특정 조직과의 돈거래가 있거나 명확한 제보가 있다면 조사해서 문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감사원이 심사위원들에게 해명 요구도 하지 않고 곧바로 검찰에 고발하고, 뒤이어 압수수색에 들어간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 학자들의 직업윤리를 존중하고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

- 언론학자 4명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다른 학자들에게 위축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위축 효과가 생기는 건 100%다. 정부가 그걸 노린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진=한국언론정보학회.
▲사진=한국언론정보학회.

양대학회의 공동행동 미동참…“부당하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 언론학계에서 가장 큰 학회라고 할 수 있는 언론학회와 방송학회는 공동 행동에 동참하지 않았다. 학회장급 모 교수는 기자에게 ‘심사위원들이 잘못을 저질렀을 수도 있지 않은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학자 사회에 다양성이 있는 것은 맞다. 다만 심사위원들이 개인 비리에 연루된 것이라면 (모 교수가) 그렇게 말할 수 있지만, 이번 사건은 너무 명백하다. 또한 언론학회는 회원들의 자율성을 더 강조하기 때문에 지역언론학회와 관계 맺기가 어려운 상황인 것은 사실이다. 언론학회·방송학회에서 활동하면 정부의 여러 가지 자원을 더 활용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언론학회는 세상을 더 순수하고 사심 없이 바라볼 수 있다. 부당한 것을 부당하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 것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후 정부와 언론 간의 갈등이 연일 격화되고 있다. 언론학계 차원에서도 걱정이 될 것 같다.

“이명박 정부 당시 상황을 복기해본다면 현재의 갈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정부가) 언론사 사장과 데스크를 자기들이 의도한 대로 인사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새롭게 정권을 잡은 윤석열 정부는 자신들에게 비우호적인 환경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갈등은 불가피하다. 정부의 MBC ‘바이든-날리면’ 보도 대응, 도어스테핑 중단을 보면 세련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불필요하게 트러블을 유발하는 경향이 있다.”

- 윤석열 정부의 언론정책에서 주목할 점을 찾아본다면 ‘지역언론 정책’의 부재다. 핵심기조를 ‘자율’로 꼽을 수 있는데, 지역언론은 자율과 시장 논리와는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 대통령 공약에서도 지역언론에 대한 내용을 찾기 힘들다.

“법 개정이나 조례 제정을 통해 지역언론 생존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지역언론은 위기 상황이기 때문이다. 방송뿐 아니라 일간지 광고도 줄고 있다. 마이너스 성장 중이다. 지역언론 매출이 줄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산업 재편 파원에서 지역언론에 필요한 지원을 하고, 여론 환기도 해야 한다. 다만 대통령이 이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걱정이 많이 된다.”

- 지역방송 정책에서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우선, 지역방송을 시장에만 맡기는 건 적절하지 않다. 시장 상황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지역 광고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지역뉴스에 대한 방송 시간을 할애받더라도 재정적 안정성 없이는 지역 토호를 견제·감시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지역언론 대부분이 토호들에게 광고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경우 감시하는 언론사가 많아서 (사기업이) 비교적 투명하지만, 지역은 아니다. 부패의 정도가 더 심하다. 앞으로는 더 커질 것이다.”

- 그렇다면 지역방송에 대한 지원이 계속돼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다. KBS의 경우 2019년 11월 이후 ‘뉴스 7’을 지역에서 제작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방송사가 지역뉴스에 공간을 할애하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 이런 제도를 법적으로 의무화하거나,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지역방송발전지원특별법(이하 지역방송법), 정부광고 등 지역언론을 지원하는 정책이 있는 건 맞다. 중요한 건 이들 예산을 무조건 늘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배분하는가다. 지금은 ‘빼먹는 사람이 임자’처럼 되어 있다. 정부광고를 예로 들면, 도나 시가 언론에 (광고를)할당한다. 광고주가 정부광고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도 않다. 이렇게 운영되는 돈은 지역언론의 생존과 큰 연관성이 없다. 명확한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

- 지역방송법이 2014년 제정됐지만 지원 예산은 연간 4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우 대선후보 시절 별도 기금을 신설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방송통신발전기금을 통한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지역방송 발전기금 지원 금액은 터무니없이 적고, 별도 기금을 당연히 만들었어야 했다. 지역언론이 건강하게 생존하기 위해선 구독·후원, 광고, 정부 지원의 균형이 갖춰져야 한다. 이 중 하나가 없으면 무게추가 기울 수밖에 없다.”

▲그래픽=안혜나 기자.
▲그래픽=안혜나 기자.

“지역신문은 공공재, 국가·지자체가 지원 나서야”

- 사실 지역방송은 사정이 괜찮은 편이다. 지역신문과 인터넷 언론의 경우 경영 상황이 더 나쁘다.

“지역신문발전지원 특별법(이하 지역신문법)과 지역신문 조례가 있지만 어려움은 여전하다. 일부에선 신문을 방송과 다른 ‘민간기업’으로 분류하곤 하지만 지역에선 다르다. 지역에선 지역신문이 공공재 역할을 한다. 기초자치단체 소식을 전달하는 매체는 그 지역에 있는 풀뿌리 신문밖에 없다. 이런 곳을 어떻게 민간기업과 동일하게 볼 수 있나. 풀뿌리 언론이 망하면 해당 지역의 신문시장은 사라지게 된다. 이 같은 소규모 지역신문은 광고에 의존하기 어렵다. 광고가 안 들어오기 때문이다. 결국 독자 후원이나 정부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국가가 지역신문을 지원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이야기고, 각 지자체가 지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 부산·경상남도의 경우 지역신문지원을 위한 조례를 두고 있다. 잘 운영되고 있다고 평가하는가.

“일부에선 ‘신문사가 경상남도 지원을 받는데 비판기능을 잘 수행할 수 있는가’라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경상남도 자체를 악으로 규정할 순 없다. 경상남도에 기반하고 있는 지역 토호세력, 이와 결탁한 집단은 충분히 비판할 수 있다. 물론 한계는 있다. 지역신문법과 조례는 종이신문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종이신문이 사라지면 법의 취지도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한계가 명확하다. 장기적으로 생각해 다른 카테고리의 지역언론을 키우기 위한 조례를 만들어내야 한다.”

- 사실 정부 지원만으로는 지역언론의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지역언론이 자체적인 수익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

“맞다. 때문에 지역민들의 후원이 중요하다. 풀뿌리 언론에 후원하지 않고 그 지역의 공공성은 살아남기 힘들다.”

- 한국 언론에서 후원으로 유의미한 수익 구조를 완성한 언론사는 거의 없다. 구독과 후원이 늘어나는 것이 가능한 이야기인가.

“앞으로 그렇게 될 것이라고 본다. 합리적이고 비판적인 시민이라면 월 1만 원을 지역언론에 후원하는 것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이는 공공재를 키워내기 위한 세금과 다름없다. 부산·경남을 보면 야구팀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하는 지역민들이 많다. 근간에는 지역에 대한 애착이 있다. 이런 애착은 지역언론에도 적용된다. 현실적인 어려움은 있다. 경남 지역에는 경남도민일보라는 지역신문사가 있지만 독자 수는 줄고 있다. 경남도민일보는 6,000여 명의 도민이 주주로 참여한 지역신문이고, 자리하고 있는 지역은 노조가 활성화돼 있다. 그런데 경영난에 시달리곤 한다. 지역민들이 지역언론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거다. 언론이 시민들에게 신뢰받지 못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실제 언론이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소가 되고 있으며, 시민 입장에서 본 언론은 친자본적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국가 권력이 나서서 언론을 잡을 순 없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는 시민이다. 시민이 후원을 통해서 좋은 씨앗을 걸러낼 수 있다. 시민들의 후원이 언론의 변화와 혁신을 유도할 수 있다.”

▲이건혁 창원대 교수. 사진=윤수현 기자.
▲이건혁 창원대 교수. 사진=윤수현 기자.

“풀뿌리 언론 육성 위한 공동체 미디어법 필요”

- 끝으로, 윤석열 정부에 요구하고 싶은 것이 있는가.

“풀뿌리 언론 육성을 위한 공동체 미디어법을 만들어주면 좋겠다. 현재 풀뿌리 언론을 키우기 위한 제도적인 인프라가 없다. 법에서 광역단위의 지역언론과 기초자치단체 단위의 지역언론이 해야 할 일을 명시하고, 이를 지원하는 법 제도가 완성되길 바란다. 지역신문법 예산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대상은 종이신문이다. 더 포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가 나서서 풀뿌리 언론을 육성하는 토대를 만들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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