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위기’ 새삼스럽지도 않은 말이다. 해마다 ‘언론 위기’라는 진단과 함께 언론이 변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그러나 언론 지형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위기라곤 하지만 폐업하거나 인수·합병된 언론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언론 위기설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보수 언론학자로 알려진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언론의 위기’를 단순히 앓는 소리로 생각해선 곤란하다고 단언했다. 디지털화로 인해 저널리즘 자체가 위기에 직면했으며, 저널리즘 윤리와 원칙을 중심으로 하는 언론 규범성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뷰 섭외 전화를 할 때부터 ‘언론 위기’를 강조한 윤 교수는 인터뷰 내내 언론이 처한 현실에 대해 진심 어린 토로를 전했다.

윤석민 교수가 내놓은 해답은 정부 지원이 투입된 저널리즘스쿨이다. 문제 해결을 언론계에만 맡겨서는 곤란하며, 대학의 저널리즘스쿨을 중심으로 ‘언론 위기’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언론 위기와 저널리즘스쿨. 직접적인 연관성은 적어 보이지만, 윤 교수는 단호했다. 미디어오늘은 윤 교수를 만나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24일 오전 서울대에서 진행됐다. 아래는 일문일답.

▲미디어오늘과 인터뷰 중인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사진=미디어오늘.
▲미디어오늘과 인터뷰 중인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사진=미디어오늘.

- 인터뷰 섭외 전화를 했을 때부터 ‘언론의 위기’라는 말을 강조했다. 사실 언론이 위기에 닥쳤다는 건 이전부터 나온 이야기다. 어떤 점을 보고 위기라고 진단한 것인가.

“산업의 위기를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뉴스 산업 자체는 분명 성장세다.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의 미디어 영향력 조사 결과를 보면 신문과 뉴스전문채널의 영향력은 높아지고 있다. 명백하게 상향세다.

문제는 언론 규범의 위기다. 디지털화 이후 지상파, 종이신문 등 레거시 미디어라고 불리는 언론은 위기를 겪고 있다. 레거시 미디어 대신 인터넷 신문, 유튜버 등이 흥행을 이끌고 있다. 이들이 저널리즘 활동을 하면서 신종 유형의 언론이 나타난 모양새인데,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저널리즘이라는 가치가 생략되고 있고, 뉴스를 산업으로만 접근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난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일부 인터넷 언론, 유튜브 등 말이다.

물론 레거시 미디어에도 많은 문제가 있고, 이를 반복해서 설명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들에게 문제가 있더라도, 그들이 저널리즘 가치를 앞세운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레거시 미디어는 사실성, 공정성, 규범성 등을 지켜나가고 있다. 그 차이가 있다.”

- 언론의 위기가 디지털화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최근에는 레거시 미디어 역시 디지털화에 편입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레거시 미디어의 콘텐츠 유통 흐름이 유튜브 등 디지털로 전환되는 것, 자연스럽게만 보이진 않는다. 레거시 미디어가 중심에 두고 있는 저널리즘의 기본 가치가 유튜브 등 온라인 영역에선 옅어지기 때문이다. 시장 논리가 레거시 미디어를 지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시장 논리에는 진영논리도 포함된다. 시장 논리가 강화됨에 따라 진영논리도 강화될 수밖에 없다. 미디어가 정치적으로 진영화된 언론에 의해 대체된다면 규범성 역시 무너질 수밖에 없다.

레거시 미디어는 규범성을 바탕으로 언론의 소명을 완수해왔다. 이들에게 규범성은 곧 상품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시장에선 규범성을 이야기하기 힘들다. 선정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는 상황으로 갈 수밖에 없다.”

- 레거시 미디어가 지켜온 규범성이 그렇게 쉽게 무너질까.

“종이신문·지상파 등 기존의 유통 방식에 대한 영향력은 떨어지고 있다. 집토끼라 불리는 충성 독자를 지키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어진 상황이다. 진영화 된 콘텐츠를 생산해 독자의 취향에 맞는 뉴스를 제공하는 최후의 보루까지 갔다. 그렇게 되면 온건한 성향의 독자들은 진영화된 언론을 보기 싫어 뉴스를 회피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이 같은 언론의 위기는 사회적 위기로 이어지게 된다. 한국에 언론의 위기만 있는 건 아니다. 다만 그 위기 중 언론의 위기가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해도 다름이 아니다. 언론의 위기는 다른 문제를 증폭시키는 파급력이 있기 때문이다. 언론은 사회를 연결하는 소통의 중심인데 언론이 병든다면 여론형성 과정, 정책 결정·집행 과정이 모두 병들게 된다.”

- 언론의 진영 양극화를 생존의 문제로 보는 것 같다.

“생존이라는 문제가 너무 컸다. 새롭게 등장한 언론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언론이 등장했고, 경쟁도 비례해서 커졌다. 그러다 보니 언론의 규범성을 지켜주는 장치가 없었다. 언론의 무대가 디지털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규범성이 마련되지 않았으니 위기가 온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레거시 미디어를 편들자는 것이 아니다. 레거시 미디어도 마찬가지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같이 무너지는 상황으로 달려가고 있다. 때마침 포털이 등장하지 않았나.”

- 디지털 뉴스 생태계가 포털을 중심으로 재편됐다. 포털이 뉴스 소비의 중심이 됐다.

“대부분 이용자가 포털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시대다. 읽고 있는 기사가 조선일보인지, 한겨레인지 구분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알고리즘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뉴스 서비스 페이지 내 기사 배열과 ‘관련도’ 배열에서 알고리즘이 작동하고 있다. 이처럼 알고리즘이 정해준 뉴스의 순서는 우리가 중요하게 받아들여 소비하는 뉴스로 직결될 만큼 굉장히 중요한 결정인데, 우린 알고리즘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지 않은가.

네이버는 기본적으로 사기업이고, 움직임의 동기는 이윤이다. 네이버가 언론 산업의 발전, 언론 규범성 회복, 저널리즘을 1순위로 추구할 수 있을까. 단언컨대 아니다. 한 사기업이 모든 언론을 합친 것보다도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뉴스 전송 수단을 장악하고 있다는 건 기형적인 현상이다. 뉴스 플랫폼은 공적 가치가 요구될 수밖에 없는데, 사기업이 만든 플랫폼이라고 해서 방치해야 하는 건가. 그렇지 않다. 식품도 사기업이 만드는데 규제의 주체는 정부다. ‘식품과 포털을 동일하게 볼 수 있는가’라는 반박이 들어올 수도 있는데, 포털도 식품 못지않게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언론사가 포털에 대응하려는 시도는 수차례 있었지만 유의미한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특정 시점을 단정하긴 어려울 것 같다. 일각에선 언론사에 ‘왜 디지털 전환을 못 했는가’라고 따져 묻기도 하지만, 언론사가 힘을 합쳐서 네이버에 대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 잘 나간다는 조선일보, 한겨레라고 할지라도 산업적인 규모만 따지고 본다면 영세하다. 영향력은 클지 몰라도 매출액만 놓고 보면 대기업과 비교할 수도 없다. 구성원들은 하루하루 신문 만들고 기사 쓰기에도 벅차다.

디지털화가 목전에 다가오면서 언론사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편집국을 바꿔나가고 있다. CMS를 만들기도 하고, 온라인 뉴스 전담팀을 꾸리기도 한다. 그런데 솔직히 이야기하면 이 같은 노력은 기존 신문을 만드는 방식을 디지털로 확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국내 신문사가 내놓은 디지털 혁신 중 진정한 의미의 혁신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AI, 빅데이터 등 당대 떠오르는 기술과 저널리즘을 결합해 시대에 부합하는 기사를 쓰는 언론이 얼마나 있을까. 언론사의 문제가 아니다. 언론사가 기술을 개발하는 것 자체가 언감생심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언론사 디지털화를 지원하고 있지만 적은 예산을 여러 언론사에 나눠줘야 하는 상황이니 성과는 뻔하다. 일부 언론사가 디지털화를 위해 이용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지만 그 규모는 네이버에 비할 수 없다.”

▲한국언론진흥재단 2022 언론수용자조사 결과. 사진=언론수용자조사 보고서 갈무리.
▲한국언론진흥재단 2022 언론수용자조사 결과. 사진=언론수용자조사 보고서 갈무리.

- 디지털화는 언론사의 당면 과제다. 언론이 디지털화에 실패한다면 포털 종속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언론의 디지털화에 대한 비관론을 내놓았다. 해답은 없는 걸까.

“개별 언론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국가 지원이 해답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어디에, 어떻게 지원하느냐다. 언론재단이 관련 업무를 맡고 있지만, 언론재단은 사실상 국가기관이다. 정권이 바뀌면 정책결정자가 바뀌게 된다. 사업을 연속성 있게 이끌어가기 쉽지 않다. 정부 기관이 언론에 돈을 나눠주는 방식으론 성공할 수 없다. 정부광고 배분을 통한 간접지원 역시 효용이 없다.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이 같은 푼돈 나눠주기가 아니라 뉴스 혁신을 연구하고 디지털화를 지원하는 뉴스 혁신 R&D 센터를 만드는 것이다. 특정 언론사만 지원하는 센터가 아니라, 모든 언론에 도움을 주는 그런 센터 말이다.”

- 언론재단 외 별도의 언론 R&D 센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인데, R&D센터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돼야 하는가. 또 누가 운영을 맡아야 하나.

“대학이다. 대학의 저널리즘스쿨이 언론 R&D를 맡을 수 있을 것이다. MIT대학의 미디어랩이나 미국 USC의 필름스쿨처럼 미디어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교육하는 저널리즘스쿨을 만드는 것이다. 연구 및 교육의 핵심은 실천이다. 단순히 연구 예산을 할당받아서 몇 명이나 읽을지 모르는 보고서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다. 강의실 중심의 수업을 하자는 것도 아니다. 진짜 미래를 이끌 저널리즘과 미디어를 구현하는 것에 욕심을 가지고 있는 젊은이들이 모여서 다양하고 창의적인 뉴스의 혁신을 연구하고 상호 토론하며 실험하는 자유롭고 활기찬 연구 및 교육 공간, 즉 뉴스 랩이 중심이다. 언론재단이 그런 공간을 만들기란 한계가 있다. 구상하고 있는 센터는 언론재단과 출발점이 다르다.”

- 미국의 저널리즘스쿨 모델을 한국에 도입하는 것인데, 저널리즘스쿨이 언론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우수한 인력이 이전만큼 언론에 모여들지 않는 것은 오래된 일이다. 급여도 적고, 사명감만 가지고 일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언론사 공채 제도가 붕괴됐다는 건 언론이 직면한 위기의 가장 심각한 징후다. 수습기자가 뽑힌다고 해도 교육 방식은 이전 관행을 답습하고 있다. 도제식으로 이뤄지는 교육만으로 신입 기자가 디지털화를 이끌어갈 수 있을까. 도제식 교육으로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키워낼 수 있을까.

저널리즘스쿨이 신입 기자들 교육을 전담할 수 있다. 현재 언론재단 수습기자 교육은 그리 심층적이지 않다. 교육 기간도 짧다. 저널리즘스쿨에서 수습기자를 받아 충분한 시간을 들여 코딩·데이터·AI 교육을 하고, 보건이며 환경 등 전문영역 교육, 언론규범 교육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다. 법률전문가를 위해 사법연수원이 있고 행정전문가를 위해 공무원 연수원이 있지 않은가. 체계적인 언론인 연수원 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 그렇다면 정부가 저널리즘스쿨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초기 비용 지원이다. 우선 서울대에 저널리즘스쿨을 만들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공간 및 설비 등 초기자금으로 100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 비용을 국가가 지원해줬으면 한다. 지원을 통해 최소한의 교육 공간을 마련하고, 기업들에게 지원받아 교수 인력 확보, 학생 장학금, 프로젝트 수행경비 등 운영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500억 원을 모아보려 한다.”

- 언론을 위해 거액의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것인데, 타당성이 있다고 보는가. 언론 불신이 심각한 상황에서 설득이 쉽지 않을 것 같다.

“타당성은 당연히 있다. 양질의 언론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재다. 또 교육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서 언론학계뿐 아니라 정부와 기업도 사회적 가치인 언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저널리즘스쿨은 그 일환이다.”

- 언론의 위기 국면에서 교육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갑자기 저널리즘스쿨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저널리즘스쿨은 미디어를 연구하고 교육해온 나의 마지막 소명이다. 서울대에서 저널리즘스쿨 모델이 성공을 거둔다면 다른 대학도 따라올 수 있다. 서울뿐 아니라 지방의 대학교도 참여해 지역언론 활성화를 끌어낼 수 있다. 저널리즘스쿨이 만들어진다면 언론계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수습기자들은 코딩 및 비주얼라이제이션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을 배울 수 있다. 행정대학원·법학전문대학원·보건대학원·국제대학원 등 전문대학원들이 협동해 고도화된 전문영역 교육도 실시할 수 있다. 언론인들에게 지식 네트워크를 형성해주는 것이다. 가장 중요하게 언론의 책임, 공정성, 투명성 등 언론을 언론답게 하는 규범적 가치를 제대로 전수할 수 있다. 저널리즘스쿨의 교육 내용이 언론 현장으로 간다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결국 사람이 답이다.”

- 정말 교육으로 언론계를 바꿀 수 있을까. 회의적인 시각이 많을 것 같다.

“교육은 언론의 변화를 촉진하는 베이스캠프가 될 수 있다. 저널리즘스쿨에서 나온 아이디어 100개 중 하나라도 성공하면 대한민국의 저널리즘을 선도할 수 있지 않겠는가. 지금까지 교육으론 저널리즘의 기반과 혁신을 끌어내기 부족했다. 기존 언론학과들은 이론적인 측면을 교육하기 바빴다. 이론만으론 언론계에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없다. 살아 숨 쉬는, 진짜 교육이 필요하다. 그리고 분명히 하고 싶은 건 저널리즘스쿨을 만들려는 사업은 윤석민이라는 개인의 사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명해지려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미 충분히 유명하다. (웃음) 개인적인 욕심이 아니라 언론계에 대한 바람이다.”

▲지난해 8월1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 중인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지난해 8월1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 중인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 언론 전반에 대해 묻고 싶다. 언론에 대해 비판을 넘어 비난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언론이 아무리 미워도 소중한 존재는 보듬고 가야 한다. 언론은 자식 같은 존재다. 자식이 말 안 들어서 굉장히 밉다고 해도 팽개칠 수는 없다. 키우고 교육시키고 잘하게끔 하고 하면 그 애들이 나중에 당당한 사회적 주역 역할을 하는 거다. 언론도 같다. 그래서 이번 인터뷰에 응한 것이다. 인터뷰를 우리 언론을 되살릴 수 있는 진짜 아젠다, 제대로 된 아젠다를 제시하는 기회로 삼고 싶었다. 이 상태로 가면 정말 몇 년 안에 우리 언론이 회복 불능의 상태에 빠질 것 같기 때문이다. 더 이상 이런 얘기도 못할 것 같아서 그렇다.”

- 평소 전문직주의를 강조해왔다. 그런데 최근 ‘김만배 돈거래’ 사건 등 일련의 사건들로 언론이 신뢰를 잃고 있다.

“너무 가슴이 아팠다. 언론이 규범성을 상실하다 보니까 생겨나는 문제다. 언론에 대한 불신을 더 키우는 악순환이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이제까지 언론의 문제에 대해 충분히 비난해 왔다고 생각한다.

2021년에 가을 연구 학기에 조선일보 가서 5개월 정도 있었다. 현장을 가게 된 것은 현장에 희망이 정말 더 이상 없나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학자들이 언론, 저널리즘을 아무리 얘기해도 현장이 끝났으면 쓸모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장을 갔더니 사람들이 너무 지쳐 있었다. 조선일보에서조차 젊은 기자들이 언론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며 떠나려 하고 있었다. 너무도 안타까웠다. 그럼에도 여전히 희망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그 희망이 오래가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더 조급해진 것이다. 한겨레도 현장 관찰을 같이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보도 과정을 조선이랑 한겨레랑 비교하고 싶었는데 아쉬운 일이다.”

▲2021년 11월17일 조선일보 1면과 2022년 2월10일 조선일보 2면 기사.
▲2021년 11월17일 조선일보 1면과 2022년 2월10일 조선일보 2면 기사.

- 조선일보 편집국에서 본 희망은 무엇인가.

“이를테면 2022년 초 동계 올림픽 당시 여자 2천 미터 쇼트트랙 스케이팅 계주 기사에서 ‘최민정 마지막 질주’라고 썼다가 거의 11시쯤 53판에서 ‘최민정 마지막 스퍼트’라고 제목을 바꿨다. 왜 바꿨을까 찾아보니 질주(빠르게 달림)보다 스퍼트(일정 시점부터 최고 속력을 냄)가 더 정확한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안 바꿨어도 크게 문제가 됐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 지점에서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례는 2021년 11월 미중 정상회담 끝나고 바이든이 하나의 중국 원칙 지지한다고 얘기했다. 대만의 입장에선 파급력이 큰 얘기다. 그래서 그 발언을 일단 탑으로 51판에서 뽑았다. 하지만 52판 회의하는데 국제부장과 부국장이 제목을 놓고 격렬하게 맞붙었다. 결국 최종 제목은 ‘바이든, 하나의 중국 원칙 지지, 대만은 현상유지’로 결정되었다.

이것이 내가 느낀 감동이다. 이 사회 어디에도 이 이상 소중한 노력은 없다.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이처럼 끝까지 집요하게 사실에 매달리는 게 언론이다. 이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지키기 위해 우리 사회는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언론이 사회를 지켜왔듯, 이제 사회가 언론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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