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파업에 연일 강경 대응과 적대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이들의 업무복귀 현황을 조사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파업을 “핵 위협”에 비유한 발언을 쏟아냈다. 민주노총은 화물연대 파업에 힘을 보태고자 전국 15곳에서 총파업대회를 개최한다. 6일 아침신문 보도는 이 같은 정부의 초강경 발언을 비판한 언론과 그렇지 않은 언론으로 갈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화물연대 파업이 이어지던 지난주 참모들과의 비공개회의에서 화물 운송 노동자들의 파업을 겨눠 “북한의 핵 위협과 마찬가지”라며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발언했다고 신문들은 보도했다. 지난 5일 오전 첫 보도가 나온 뒤 6일 다수 아침신문이 이를 지면에 실었다.

▲6일 한겨레 5면
▲6일 한겨레 5면
▲6일 아침신문 갈무리
▲6일 아침신문 갈무리

한겨레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6일 ‘(윤 대통령 발언은) 북한 핵 문제도 원칙에 따라 대응했으면 이렇게까지 안 왔을 것이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원칙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며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공갈협박 전략과 민주노총의 행태가 똑같다는 이야기다. 과거처럼 타협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라고 부연했다”고 전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한국일보는 윤 대통령이 나서 화물 운송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건 파업을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고 초강경 발언을 이어가는 데에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한겨레는 윤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최소 세 차례 파업을 ‘불법과 법죄 기반 쟁의행위’ ‘법치주의 위협’이라고 규정해온 점을 언급하면서 “파업에 ‘불법’ 딱지를 붙이고 왜곡된 메시지를 부각하는 데 대통령이 앞장서는 모양새”라고 했다.

▲6일 한겨레 1면
▲6일 한겨레 1면

경향신문은 “여권이 북한 이슈를 노동 문제에 끌어들이면서 갈등 조정의 길은 더 좁아질 것”이라며 “여당은 민주노총을 겨냥해 ‘조선노동당 2중대’ ‘제2의 이석기 사태’라고 하며 이념·정체성 문제로의 전환을 시도했다”고 했다. 사설에선 “잘못된 노동관과 국민 편가르기”라며 “파업권 전체를 불법시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다. (…) 대통령이 오히려 법을 위반하고 있지는 않는지 살펴야 한다”고 했다.

▲6일 경향신문 4면
▲6일 경향신문 4면
▲6일 경향신문 사설
▲6일 경향신문 사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파업을) ‘범죄’라고 낙인 찍고, 교섭 파트너를 제거해야 할 ‘북한 핵’과 등치시키는 일은 또 다른 문제”라며 “아무리 성향이 다르다고 해도 같은 국민이자 생존권 투쟁에 나선 파업 참가자들을 절멸 대상으로 규정하는 건 국가 지도자 발언으로 결코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그러면서도 민주노총이 예고한 6일 총파업에 대해서도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6일 한국일보 1면
▲6일 한국일보 1면
▲6일 한국일보 사설
▲6일 한국일보 사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중앙일보도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을 보도했으나 문제 발언이라고는 밝히지 않았다.

▲6일 조선일보 8면
▲6일 조선일보 8면

정부는 파업에 나선 화물운송 노동자들을 상대로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국토부는 업무개시명령서를 발부받은 운송사 또는 화물차주(운송노동자) 업무복귀 현황 조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2차 현장조사로 업무개시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운송사와 화물노동자들을 상대로 행정 및 형사 제재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이원회는 화물연대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 현장 조사를 이유로 이날 다시 화물연대 사무실이 있는 서울 등촌동 공공운수노조를 방문하기도 했다.

▲6일 경향신문 1면
▲6일 경향신문 1면
▲6일 경향신문 3면
▲6일 경향신문 3면

화물연대는 정부가 발동한 업무개시명령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국가인권위원회에 권고와 의견 표명을 요청하는 진정을 냈다. 공공운수노조는 “업무개시명령의 발동 요건인 ‘국가경제’ ‘매우 심각한 위기’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호할 뿐 아니라 화물 운수 종사자의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최후 조처를 취해야 할 정도로 매우 심각한 위기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부의 파업 대응은 기본권·인권 침해”라고 밝혔다.

▲6일 한겨레 5면
▲6일 한겨레 5면

국민일보는 1면에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로 ‘산업의 쌀’ 철강의 물류 마비가 심각하다. 철강업계의 피해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섰다”고 했다. 한국철강협회는 지난 4일까지 5대 철강회사의 출하 차질 물량이 79만 톤, 피해 규모는 1조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출하 지연이 길어질수록 자동차, 건설, 조선 등 철강 제품을 주요 소재로 쓰는 연관 업종으로 피해 범위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6일 국민일보 1면
▲6일 국민일보 1면

한겨레는 철강업계와 주유소 출하 차질과 재고 소진 우려가 업무개시명령 발동 요건을 충족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출하 안 된 물량 규모인) 1조원이 곧장 철강 제조사 매출 피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나중에 운송 재개되면 수요처에 인도될 물량이라 매출이나 영업이익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는 업계 관계자 말을 전했다.

▲6일 한겨레 5면
▲6일 한겨레 5면

국민일보는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철도 노동자들의 유급 병가 보장을 위한 파업을 ‘파업 저지법’ 서명으로 막은 것을 두고 ‘중재’라 규정하며 모범적 대처로 들었다. 미국 철도노동자들은 유급 병가를 보장하지 않는 노사 잠정 합의안에 반대해 오는 9일 파업 돌입을 결의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2일 해당 합의안을 강제하는 법안에 서명하면서 파업을 저지해 노동계 비판을 받고 있다. 유급 병가를 부여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리라는 요구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국민일보는 이를 두고 “국가 경제에 영향을 끼치는 분쟁의 경우는 대처가 다르다”며 “미국 정부와 의회는 물류를 책임지는 철도와 항만 분야의 노사 갈등이 깊어지면 파업을 막기 위한 중재에 나서며 적극적으로 개입한다”고 했다.

▲6일 국민일보 2면
▲6일 국민일보 2면

국민일보는 윤 대통령이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타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법과 원칙이 바로 서는 나라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발언한 사실을 1면에 보도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부부가 기도회에 참석해 기도를 하는 사진도 상단에 실었다.

▲6일 국민일보 1면
▲6일 국민일보 1면
▲6일 국민일보 1면
▲6일 국민일보 1면

서울신문은 화물연대 파업을 “정치파업”으로 규정하면서 윤 대통령과 정부의 초강경 대응을 독려하는 사설을 내놨다. 서울신문은 “정유·철강·석유화학 업종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쌓여 가고 있는 마당에 반정부를 내세운 정치 파업으로 나라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고 있으니 개탄할 노릇”이라며 “기름이 동난 주유소는 어제 오후 기준 전국 96곳으로 늘어 시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고 했다. 반면 화물운송노동자들이 과적·과속·과로 문제 완화를 위해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과 확대 적용을 요구로 걸고 파업하고 있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6일 서울신문 사설
▲6일 서울신문 사설

서울신문은 “원칙을 지킨 정부의 단호한 대응은 노조에 끌려다니던 전 정부들과 확실한 차별점을 드러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정 지지율이 지난주보다 2.5%포인트 올랐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서울신문은 “다행인 것은 민주노총 주도 단일 대오로 과격 투쟁이 당연시됐던 관행에서 탈피하려는 조직 내부의 움직임이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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