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제도 도입으로 연장근로를 1주일 단위로 최대 12시간 가능했는데, 월 단위 이상으로 확대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17일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연구회)가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논의사항’을 언론 브리핑을 통해 내용을 공개했다. 월, 분기, 연 단위로 연장근로가 가능해지면 특정 시기에 노동자의 집중근로가 가능해진다. 노동자의 건강권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제기되어왔는데, 이를 우려해 연구회는 “장시간 집중근로를 방지하기 위해 근무일 사이 ‘11시간 연속휴식’ 등의 건강보호조치 도입을 검토하겠다. 이를 감안하면 주당 근로 가능 시간이 최대 69시간으로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18일자 아침신문들 1면.
▲18일자 아침신문들 1면.

동아일보는 주 단위의 연장근로제로 기업들이 힘든 점에 주목했다. 동아일보는 1면 기사에서 “아이스크림 공장이나 에어컨·난방기 제조업체처럼 계절적 수요가 몰리는 업종에서는 연장근로를 주 단위로 지키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많았다. 연구개발이나 영화·드라마 촬영 등 특정 시기에 집중 근무해야 하는 업종 역시 어려움을 호소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주 52시간제 개편, 과감한 실행에 한(韓) 경제 미래 달렸다’ 사설에서도 “연구회가 근로시간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힌 건 한국의 관련 제도가 지나치게 경직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주 52시간제는 1주일에 법정노동 40시간, 연장근로 12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에 비해 일본은 연장근로 관리 단위가 1개월, 독일은 6개월이다. 주요국 중 한국처럼 주 단위로 초과 근무를 관리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주 단위로 관리되는 연장근로제는 ‘생산성’을 떨어뜨린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주 단위로 엄격히 관리되는 연장근로 때문에 기업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제품 출시를 앞두고 일이 쏟아지는 대기업 연구개발 조직, 게임 개발업체들은 근로시간 제약으로 신제품을 내놓는 시점이 늦어져 글로벌 경쟁에서 손해를 본다는 불만을 제기해 왔다. 최근 일감이 몰리고 있는 조선업체, 계절성이 강한 에어컨업체 등도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짚었다.

▲18일자 동아일보 10면.
▲18일자 동아일보 10면.
▲18일자 동아일보 사설.
▲18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이어 “건설업체들은 해외현장 파견 직원까지 근로시간에 제약을 받는다. 현지인 직원들과 근무시간 차이 때문에 업무 공조에 문제가 생기고, 공사 기간까지 길어져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작년 주 52시간제가 도입된 5인 이상~30인 미만 중소기업에서는 부족한 수입을 연장근로 수당으로 충당하던 기능 인력이 대거 이탈해 중소기업 인력난이 심화됐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주 단위 연장근로 관리를 1개월 이상으로 바꾸면 이런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단위를 1개월로 늘릴 경우 하루 최장 근로시간은 11.5시간, 주 단위로는 69시간까지 늘어난다. 그 대신 휴일도 몰아서 쓸 수 있다. 노동계가 제기하는 장시간 근로에 대한 우려는 근무와 다음 근무 사이 11시간 이상 휴식을 보장하는 것으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안팎에서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 경제에 노동시간 개혁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사안”이라며 “정부는 노동자의 건강권을 지키면서도 기업의 어려움을 충분히 해소할 만큼 과감하고 유연한 개혁안을 서둘러 제시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반면 한국일보는 동아일보에 반대되는 내용의 사설을 냈다. 한국일보는 ‘근로시간 개편안, 장시간 노동 회귀 우려된다’ 제목의 사설에서 “그러나 현재 주 12시간으로 규정된 연장근로시간 한도가 월 단위로만 바뀌어도 한 주 약 70시간의 노동이 허용된다. 분기·반기 단위로 연장될 경우 주당 노동시간은 더 늘어날 소지가 있다”며 “노동자들의 건강권이 크게 위협받는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18일자 한국일보 사설.
▲18일자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이어 “노사가 사전에 합의한 노동시간보다 많이 일하면 연장 노동시간을 적립해 휴일·휴가 등으로 보상하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의 효과도 의문시된다. 노동시간 및 휴가를 노동자가 자유롭게 선택하는 분위기라면 효과가 있지만, 업무량 과다·대체인력 부족으로 법으로 보장된 연차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사업장이 태반인 게 현실”이라고 했다.

소규모 사업장들의 노동자들부터 위험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일보는 “섣부른 개편 추진은 궤도에 오른 노동시간 단축 노력을 무력화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노조 조직률이 높은 대기업과 달리 노동자들의 교섭력이 약한 중소기업에서 이런 방식의 개편 방향은 장시간 노동의 물꼬를 터주는 꼴이 될까 걱정스럽다”고 했다.

끝으로 “이미 윤 정부는 올해 말 폐지될 예정이었던 30인 미만 사업장의 주 8시간 추가 연장 근로를 2년 더 연장하겠다고 밝히는 등 과로사회의 위험을 키우는 아슬아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노동자의 휴식권, 건강을 담보로 한 노동시간 유연화는 합리화될 명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조선 “야, 이재명표 예산 늘려” 한겨레 “여, 예산 변동 내역 제대로 공개 안 해”

여야가 1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서 639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세부 심의에 돌입했다. 한겨레 5면 보도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정부의 주요 과제 관련 예산인 △영빈관 신축 예산(497억4600만 원) △용산공원 조성 사업 예산 전액 삭감(303억 원) △청와대 개방 관련 예산(59억5000만원) 등으로 총 1000억원 넘게 감액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18일자 한겨레 5면.
▲18일자 한겨레 5면.
▲18일자 조선일보 5면.
▲18일자 조선일보 5면.

조선일보는 5면 기사에서 “여야는 1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행정안전부 경찰국 운영비 예산을 10% 깎고,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예산을 5000억원 증액하는 내용의 예산안을 의결했다. 경찰국 신설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예산이고, 지역사랑 상품권은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전 상임위에서 추진 중인 ‘윤석열 예산 삭감, 이재명 예산 증액’ 기조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현재까지 민주당이 삭감한 정부 예산은 1000억여원, 증액 추진 예산은 3조원 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했다.

서울신문도 사설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주력 예산은 줄줄이 칼질하면서 이재명 대표가 힘주는 예산에는 증액을 밀어붙인다”고 주장했다.

▲18일자 서울신문 사설.
▲18일자 서울신문 사설.
▲18일자 한겨레 사설.
▲18일자 한겨레 사설.

반면 한겨레는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거대 야당을 상대하는 정부여당이 예산 변동 내역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준예산’ 운운하며 벼랑 끝 대치를 예고하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에 대한 원안 사수를 강조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 이전과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등 ‘윤석열표 예산’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이미 전날 국회 행정안전위에선 경찰국 예산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 업무추진비 삭감, 이재명 민주당 대표 관심사인 지역사랑상품권 증액 등을 놓고 여야가 정면충돌했다”고 했다.

한겨레는 “민주당이 의석수를 무기로 실력 행사를 고집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국정의 무한 책임을 갖고 있는 정부여당이 야당을 설득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껏 야당 지도부와 만나지 않았고, 정부는 ‘건전 재정안’을 주장하며 삭감한 예산 24조원의 세부 내역조차 국회에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국회법에 따라 11월30일까지 여야가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정부 원안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다. 다수당인 민주당이 이를 부결시켜면 올해 예산이 내년에 적용되는 ‘준예산’ 사태가 벌어진다”며 “예산의 우선순위는 무엇보다 ‘민생’이 되어야 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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