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정진상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구속기소)을 향한 검찰 수사에 민주당이 조직적으로 방어하고 나서자 당내 일각에서 “정진상 방어가 당무냐”며 비리의혹과 당무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이재명 대선후보 선출 이전에 있었던 일까지 당이 모두 다 책임지겠다고 올인하는 것은 자칫 더 큰 낭패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민주당은 검찰의 편파수사를 비판하는 것이지, 개인 방어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정진상 실장의 당사와 국회 본청 사무실 압수수색이 이뤄진 지난 9일 이후 16일까지 일주일여 동안 정 실장의 무고를 주장하는 민주당 대변인과 수석대변인의 브리핑, 강성 최고위원들의 발언이 다음과 같이 무려 10차례나 달했다.

- 김의겸 대변인 9일 소통관 브리핑 ‘서울중앙지검 강백신 부장검사를 피의사실 공표죄로 고발한다’

- 안호영 수석대변인 9일 저녁 국회 본청 브리핑 ‘검찰의 망신주기용 압수수색은 실패했다’

- 안호영 수석대변인 10일 서면브리핑 ‘국민 시선을 돌리려는 검찰의 압수수색 정치쇼 규탄’

- 임선숙 최고위원 11일 최고위원회의 “검찰은 회유의 결과로 나온 유동규, 남욱, 정민용 등의 진술을 엮어, 없던 사실관계를 만들고 없던 죄를 만들어 씌우고 있다”

- 임오경 대변인 11일 소통관 브리핑 ‘결말이 정해진 각본 수사라도 엄연한 진실을 뒤바꿀 수는 없다’

- 김의겸 대변인 13일 서면브리핑 ‘하늘에서 뚝 떨어진 ‘428억 약정설’

- 김의겸 대변인 13일 서면브리핑 ‘무협지보다도 못한 검찰의 창작 능력’

- 김현정 대변인 14일 소통관브리핑 ‘뇌물준 사람과 이유가 수시로 바뀌는 희대의 횡설수설 수사’

- 서영교 최고위원 16일 최고위원 발언

- 한민수 대변인 16일 서면브리핑

이같이 하루에 1건 이상 민주당 공조직이 정진상 방어에 나서자 검사 출신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비판하고 나섰다. 조 의원은 지난 15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이게 무슨 당무와 관련된 일이냐? 아니잖느냐”며 “성남시장, 혹은 경기도지사로 재직시 있던 일인데, 왜 당이 나서지? 당의 대변인 혹은 공보실 이런 데서 왜 나서지”라고 반문했다. 조 의원은 다른 당직자였다해도 그랬을 것인지라고 물으면 “답이 굉장히 궁색해진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정진상 실장이 사법처리가 이루어지면 다음 수순은 바로 이재명 대표에게 칼날이 들어온다고 예상하고 있으니 방어선을 쳐야 되겠다는 심정에서 그렇게 하는 것은 이해는 가지만 당무와는 관계없”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이어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 대선후보가 된 이후의 일부터는 당이 직접 개입을 해야 한다면서도 “그런데 그 이전의 것은 당무가 아니다. 이건 좀 엄격히 분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5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당 지도부가 정진상 정무조정실장의 비리 의혹에 그가 무고함을 주장하는 브리핑을 매일같이 쏟아낸 것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SBS 영상 갈무리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5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당 지도부가 정진상 정무조정실장의 비리 의혹에 그가 무고함을 주장하는 브리핑을 매일같이 쏟아낸 것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SBS 영상 갈무리

변호사 출신의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1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회의원들도 비위 혐의가 있으면 탈당 뒤 결백이 증명된 후 복당하는 마당에 당직자를 이렇게 당이 감싸고 도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는 불만들이 있느냐는 질의에 “그 말이 일리가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당의 지도부에 있는 분들과 대변인이 나서서 그 특정 당원이나 당직자라 해도 그렇게 하는 것이 마땅한가”라며 “정치적으로 공격할 일이 아니라 사법적, 법률적으로 대응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직접적으로 소환조사가 있을 경우 결백과 무고함을 밝히면 될 일이지, 당이 막 올인하듯이 나서는 것은 그것은 과잉”이라며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도부가 나서는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올인하면 안 된다. 사법적으로 냉철하게 차분하게 하면 될 일”이가고 강조했다.

정치평론가인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16일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지금이야 검찰 압박이 강하니 일사분란한 모습을 보여야겠지만 안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 다 책임져야” 한다며 “결백을 당이 정치적 연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같은 지적을 두고 민주당은 정진상 개인이나 이재명 개인을 방어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 발 뺐다.

▲검찰관계자들이 지난 9일 오후 국회 본청에 있는 더불어민주당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이 든 박스를 들고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관계자들이 지난 9일 오후 국회 본청에 있는 더불어민주당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이 든 박스를 들고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6일 오전 국회 당 대표실 앞에서 연 백브리핑을 통해 ‘정진상 방어가 당무냐, 당 자체적으로 방어하는 것이 정당하냐’는 비판을 어떻게 보느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검찰의 수사가 과도하고, 기획수사, 편파수사라는 지적이 있고, 정진상 실장 사무실 등 우리 당사를 침탈했다”며 “이것이 과연 정당한 수사냐라는 부분을 지적하는 것이고, 이건 우리가 충분히 지적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재명 대표 방어를 위해 당무가 흐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 않느냐’는 이어진 질의에 “그건 일부에서 얘기하는 것”이라며 “정당 차원에서 검찰의 침탈, 압박 탄압에 대응하는 것이지, 정진상 개인에 대한 방어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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