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세상.
▲유튜브 세상.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는 방식으로 한국의 정파 뉴스 시장이 고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난달 31일 156페이지 분량의 ‘디지털뉴스리포트 2022 한국’ 보고서를 내놨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지난 6월 발표한 리포트를 심층 분석한 결과물인데, 안수찬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전 한겨레 기자)가 보고서에 담긴 논평을 통해 위와 같은 주장을 펼쳤다. 

한국의 디지털뉴스 이용 특성은 ‘유튜브’다. 한국 이용자들은 유튜브를 통한 뉴스이용률이 44%로 다른 플랫폼에 비해 높았으며, 이는 조사 대상 46개국 평균인 30%보다도 14%p 더 높았다. 46개국 평균은 페이스북을 통한 뉴스 이용률이 44%로 한국(14%)보다 30%p나 높았다. 한국은 2016년만 해도 유튜브(16%)보다 페이스북(24%)을 통한 뉴스이용률이 높았지만, 2017년부터 유튜브 뉴스 이용이 급증하고 페이스북 뉴스 이용은 급감했다.

올해 조사에서 진보 성향‧보수 성향 이용자의 유튜브 뉴스 이용률은 각각 52%와 55%로, 중도 성향 이용자(43%)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진보 성향 이용자의 유튜브 뉴스 이용 비율은 43%였는데, 올해 9%p 증가해 보수 성향 이용자와 비슷한 수준을 보인 점이 주목할 점이다. 이런 가운데 2020년 같은 보고서에선 ‘나와 같은 관점의 뉴스’를 선호하는 한국 이용자 비중이 44%로 나타나 조사 대상 40개국 중 4위를 기록했다. 

안수찬 세명대 교수는 이 같은 대목들을 “정파 뉴스 시장의 고도화”로 풀이했다. 안 교수는 “한국에서 유튜브는 포털에 이어 두 번째로 대중적인 뉴스 플랫폼이 됐다. 올해 보고서를 보면, ‘뉴스를 보기 위해 가장 먼저 찾는 경로’를 묻는 질문에 한국인 응답자의 19%가 ‘유튜브’라고 답했다”면서 “유튜브 뉴스 이용률의 증가는 한국의 정파적 뉴스 시장이 질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알리는 중요한 지표”라고 강조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내놓은 ‘2021 소셜미디어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복수 응답으로 ‘개인이나 단체가 운영하는 시사 채널의 실시간 방송이나 다시 보기 영상을 시청한다’고 응답한 이가 59.6%, ‘신문‧방송의 실시간 방송이나 다시 보기 영상을 시청한다’고 응답한 이가 60.0%였다. “습관적‧지속적으로 찾는 채널에 있어 전통 언론과 유튜버가 거의 동일한 비중을 차지한 것”이라는 게 안 교수 설명이다. 

안수찬 교수는 “한국인은 자신의 관점과 일치하는 뉴스를 찾는 성향이 세계 최고 수준인데, 최근 들어 이를 충족할 통로를 전통 언론이나 포털이 아니라 유튜브에서 찾아냈고, 그 결과 유튜브 중심의 정파적 뉴스 시장이 빠른 속도로 형성되고 있으며, 이는 정파적 뉴스 생산에서 차지했던 전통 언론의 지위와 비중을 개인이나 단체의 사적 채널이 대체하는 것으로 귀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제는 ‘언론처럼’ 익숙해진 유튜브 시사채널 목록이 그 증거다. 

안 교수는 “대다수 언론은 ‘저비용 차별화’ 전략을 펼치게 되는데, 그 결과가 선정성과 정파성에 기대는 것”이라고 지적한 뒤 “정파적인 전통 언론, 선정적인 포털 뉴스, 그리고 선정성과 정파성을 결합시킨 유튜브 채널에 이르기까지 한국 정파 뉴스 시장의 여러 차원들은 저마다의 시장적 합리성을 추구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여기서 설 곳을 잃어버리는 이들은 ‘비정파적 뉴스’를 찾는 다수이며, 언론은 여기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안 교수 주장이다. 

안 교수는 뉴스 이용량이 많으면서 정파적 뉴스를 강하게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 집단이 뉴스 이용자의 15% 수준이라는 연구결과들을 인용하며 “인구의 10~15% 정도가 정파적 뉴스 시장의 주요 소비자라고 추정할 때 한국의 수많은 전통 언론과 뉴미디어, 사적 채널은 이 시장 안에서 경쟁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시장의 바깥 또는 경계에 있는 80% 정도 인구 규모의 시장적 가치는 정파 뉴스 시장보다 더 높지 않을까”라고 되물었다.

안 교수는 “모든 언론이 정파성을 통해 차별화하는 경쟁 시장에서 ‘비정파성’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차별화 전략”이라면서 “한국의 정파적 뉴스 시장이 고도화될수록 ‘비정파적 뉴스 시장’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학자, 기자, 독자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비정파적 뉴스 시장의 가능성은 뉴스 신뢰도를 높이는 방향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올해 한국 뉴스 신뢰도는 30%로, 조사 대상 46개국 가운데 40위였다. 30대 여성의 뉴스 신뢰도가 21%로 가장 낮았고, 50대 남성과 60대 여성의 뉴스 신뢰도는 각각 36%로 가장 높았다. 지난해 대비 뉴스 신뢰 변동 폭이 가장 큰 집단은 20대와 60대 이상 남성으로, 각각 7%p 하락했다. 정치성향별로 뉴스 신뢰도는 진보 36%, 중도 28%, 보수 26% 순이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응답자의 13%는 ‘뉴스에 관심이 없다’고 밝혔는데, 이는 2017년 6%보다 2배 이상 높아진 수치였다. 특히 35세 미만 가운데 뉴스에 관심이 없다고 답한 비율은 21%로, 35세 이상(10%)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았다. 이를 두고 언론재단 보고서는 “뉴스 매체의 정파적 편향에 따른 불신이나 정보의 과잉에서 비롯되는 피로감과 무력감이 뉴스에 대한 흥미를 잃게 만들고, 더 나아가 뉴스로부터 이탈하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닉 뉴먼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젊은 층이 가지고 있는 ‘뉴스가 부정적이며 지나치게 많다’는 인식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이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새로운 뉴스 형식과 저널리즘적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온라인에서 뉴스를 보기 위해 지난 1년 사이 디지털 구독, 종이 및 디지털 구독 결합상품 구매, 기사 단건 결제, 후원 등 지불 경험이 있는 한국 응답자는 14%로 올해 40개국 평균(16%)을 밑돌았다. 이메일 뉴스레터를 통해 뉴스를 접한다는 한국 이용자 비율은 10%로 46개국 평균(17%)보다 낮은 수준으로, 조사국가 중 45번째였다. 하지만 뉴스레터를 향후 유료로 이용할 의사가 있는 응답자는 38%로, 조사 대상 11개국 평균 25%보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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