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감사는 카카오 먹통사태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뒤늦게 출석한 최태원 SK회장은 사과와 보상 입장을 밝히면서도 적극적인 태도는 보이지 않았다.

‘언론탓’ 최태원 회장, 오후 8시30분 출석

이날 최태원 SK회장이 국정감사 불출석을 통보해 논란이 됐다. 과방위는 카카오 ‘먹통 사태’의 발단이 된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사고 관련 질의를 위해 최태원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최태원 회장은 ‘일본포럼’ 참석 및 부산엑스포 PT를 앞두고 부정적이고 선정적인 기사가 양산되면 부산엑스포 유치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이유로 불참을 통보했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과방위를 SK 계열사로 아느냐”며 “언론 전체에 대한 모독”이라며 반발했다. 여야는 불출석시 ‘고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24일 오후 8시30분 국감장에 출석한 최태원 SK회장. 사진=국회 중계 캡처
▲ 24일 오후 8시30분 국감장에 출석한 최태원 SK회장. 사진=국회 중계 캡처

그러자 24일 오후 최태원 회장은 국회에 ‘출석’을 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오후 8시30분 최태원 회장은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최태원 회장은 “포럼을 빨리 끝내고 이 자리에 참석할 수 있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인이 나오는 때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SK C&C와 양대 포털사가 향후 구상권을 두고 법적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최태원 회장에게 ‘선제적인 보상조치’를 요구했다. 최태원 회장은 화재에 사과를 하면서도 “(카카오 등) 고객사의 요청이 있으면 (보상을) 시행하도록 하겠다” “아직 고객 (손실액에 관한) 데이터를 취합하지 않아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사후대책에 대한 준비는 없나. 고객 결과 기다린다는 말씀만 하셔서 그 부분을 묻는다”고 했다. 최태원 회장이 “고객 데이터를 축적할 방법이 없다”고 답하자 허은아 의원은 “사후대책 준비하는 게 없단 말씀인가. 기다리는 게 사후 대책인가”라고 반문했다. 허은아 의원이 “SK가 선제적으로 피해보상할 생각 없나”라고 다시 묻자 최태원 회장은 “뭐 구체적인 데이터가 있어야...”라고 말해 논의는 ‘공전’됐다.

부가통신사업자 ‘안정화’ 의무, 유명무실?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부가통신사업자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서비스 안정화 의무를 부여 받고,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있지만 정작 이번 사고를 막지는 못했다. 박완주 무소속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서비스 안정성 확보 의무 대상인 부가통신사업자의 서비스 중단 건수는 35건에 달했다.

▲ 증인선서 중인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사진=국회 중계 캡처
▲ 증인선서 중인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사진=국회 중계 캡처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자료를 보면 카카오가 서비스 안정확보를 위해 서버 이중화, 다중화 분산 등 표현을 반복해서 쓰고 있다”며 “2021년 2월 제출자료를 보면 카카오는 서비스 안정수단 확보를 위해 단일서버 오류에 대비한 모든 서버의 망 이중화 구성을 이행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지금 사태는 무엇 때문에 벌어진 것인가”라고 물었다.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단일서버 오류와 트래픽 초과에 대한 건 준비를 했지만 지금과 같은 (화재 상황은) 준비를 못했다”고 답했다. 앞서 카카오는 서버 이중화는 했지만 개발 도구 등은 이중화하지 못해 복구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정부’의 관리 책임을 묻는 지적도 이어졌다. 박찬대 의원은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며 과기정통부가 서비스 안정화와 관련한 자료를 수시로 제출 받고 감독할 의무가 있지만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종호 장관은 “(사업자) 조치 내역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제도가 없어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최저임금도 안되는 기사 보상에 쏟아진 질타

이날 질의는 카카오의 ‘보상’에 집중됐다. 카카오에 따르면 현재까지 4만5000건 가량의 피해 사례가 접수됐고 1차 유료 서비스 피해 보상 추산액은 400억 원 규모다. 김범수 센터장은 무료 이용자 보상에 관해 “세계적으로 선례가 없지만 피해 이용자, 단체를 포함해 협의체를 구성해 조금이나마 보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보상 내역과 시점에 관해 김범수 의장은 “피해 사례 접수가 우선 완료돼야 한다”며 확답하지 못했다.

카카오의 보상이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성급하게 했다. 카카오 택시기사에게 7550원, 대리기사한테 4260원 보상을 얘기했다. 한 시간 최저시급도 안 되는 걸 기계적으로 발표했다”며 “기사들은 영업손실이 평균 17만8000원이라고 했다. 이런 걸 꼼꼼히 챙겨야 한다”고 비판했다. 

‘독과점’ 해소 주문, 규제엔 “역차별 해소” 전제

여야 의원들은 카카오 먹통 사태에 따른 전국민적 피해의 원인을 ‘카카오의 독점적 구조’로 지적했다. 

정필모 민주당 의원은 “제대로 분산이나 이중화가 안 된 것도 그렇고 관리 시스템이 부재하고, 빅테크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으로 불완전 경쟁이 이뤄지다보니 서비스 관리가 제대로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고 했다.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은 “카카오의 이용자와 서비스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 그에 걸맞은 투자는 하지 않아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정필모 민주당 의원이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정필모 의원실
▲ 정필모 민주당 의원이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정필모 의원실

김영주 의원은 “카카오 신사업 진출 과정에서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문어발이 아닌 거미줄이라고 생각한다”며 “카카오 사업과 규모가 너무 커져서 작은 사고로도 기업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국가적 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걸 이번 기회에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다만 규제 논의에 사업자들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조승래,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양대 포털과 같은 부가통신사업자를 방송사, 통신3사와 마찬가지로 재난관리 체계에 포괄하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조승래 의원이 “다양한 형태의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한 논의에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묻자 이해진 네이버 GIO(글로벌투자책임)는 “협력할 수 있다”면서도 “선행조건은 이용자 정보보호와 해외 업체와의 차별 없이 이뤄질 수 있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김범수 센터장은 “법적인 부분은 정확히 파악하지 못 했다”고 했다. 

2020년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 논의 당시 양대 포털을 회원사로 둔 인터넷기업협회는 △ 부가통신사업자에 데이터센터 관련 규제를 하는 사례가 해외에는 없는 과잉 규제이고 △ 정보통신망법과 중복 우려가 있고 △ 당초 부가통신사업자는 예외였는데, 급작스럽게 추가된 점 등을 언급하며 반발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