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해일이 육지에 침투하고, 강물은 빠지지 않아 주변이 침수됐다. 도심에도 물이 들어와 자동차가 물에 잠기기 시작했다. 인천 영종도에도 바닷물이 들어차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항공기들도 물에 잠겼다. 태풍 상륙시 서해와 남해 해안가 상당수가 침수 예상 지역이다. 그 면적은 서울의 10배 수준. 서울에선 국회가 물에 잠기는 등 한강 인근과 안양천 주변이 침수 예상 지역이다. 

2년전 그린피스가 기후변화 연구단체인 클라이밋 센트럴의 연구를 바탕으로 만들어 공개한 “2030년 한반도 대홍수 시나리오…지금은 기후비상사태”라는 영상의 내용이다. 이는 막연한 시나리오가 아니었다. 지난달 폭우로 반지하만 침수된 것이 아니다. 한강 주변도 잠겼고 서울 강남의 고급 승용차들까지 빗물에 잠겼다. 침수 피해가 아물기 전, 북위 25도 이상에서 발생한 첫 슈퍼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괴롭혔다. 

▲ 그린피스가 공개한 2030 한반도 대홍수 시나리오 영상 갈무리. 인천공항이 물에 잠기고 있는 모습
▲ 그린피스가 공개한 2030 한반도 대홍수 시나리오 영상 갈무리. 인천공항이 물에 잠기고 있는 모습

일상의 공포로 자리 잡은 기후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미디어오늘은 지난 7일 서울 용산 그린피스 사무실에서 정상훈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를 만났다. 다음은 정 캠페이너와 일문일답. 

-‘8월 폭우’와 태풍 ‘힌남노’ 등 이상기후의 빈도가 잦아지고 피해가 커지는 분위기다. 

“과학자들이 기후위기를 꾸준히 경고해왔다. 이미 지구온난화 때문에 태풍 등이 강화하는 기상이변을 예견했다. 그런 인식이 국제적으로 합의된 것이 1997년 일본 교토의정서, 2015년 파리 협정 등이다. 지구 기온 1도가 상승하면 수증기 7%가 증가하는데 이는 태풍이 만들어질 때 연료가 된다. 과거보다 태풍이 고위도 지역에서 발생한다. 바닷물이 차가우면 태풍이 이동하며 약해질 텐데 (온난화로) 이런 현상도 줄었다. 과학자들의 주장과 국제적 합의가 있었지만 최근 이상기후가 자주 발생하니까 뒤늦게 깨닫게 되는 것 같다.”

-기후위기가 너무 빨리 진행되는 것 같다.

“2018년 폭염, 2020년 수해가 있었다. 이전에도 이런 현상이 진행됐지만 빈도가 잦아졌다. 기후위기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당장 나타나는 게 아니라 지구를 서서히 데우면 20~30년 뒤에 끓는다. 뚝배기 같다. 산업화 이후 지구 온도가 1도 상승했는데, 1.5도 상승하면 물부족·식량부족 등을 겪는 인구가 3억명 정도 되고 2도 상승하면 12억명이 된다. 1.5도 상승은 2030년, 2도 상승은 금세기 안으로 예상한다. 가뭄, 물난리, 산불 등이 발생하는데 가뭄은 농작물에 피해를 입힌다. 이번 태풍 ‘힌남노’ 때문에 포스코도 피해(가동 전면 중단)를 입지 않았나. 한국은 2030년까지 탄소배출 40% 줄이겠다고 약속했는데, 전세계 각국이 각자 온실가스 감축 약속을 다 지켜도 지구 온도는 금세기 안에 2도 상승한다. 산업계·보수언론이 ‘탄소감축을 과속한다’고 주장하는데 사실 ‘지구가 재앙으로 과속하는 것’이다.”

▲ 탄소감축 속도가 빠르다는 내용의 산업계 입장을 전하는 언론보도
▲ 탄소감축 속도가 빠르다는 내용의 산업계 입장을 전하는 언론보도

 

-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원전을 찬성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세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는 시기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매년 7%씩 줄여야 한다. 발전부분에서 제일 많이 줄일 수 있는데 그린수소는 가격경쟁력이 2030년은 돼야 한다. 원전의 경우 소형원전(SMR)은 언제부터 상용화해 사용할 수 있을지 알수 없는 상태다. 대형원전도 짓는데 7~10년 걸린다. 원전을 새로 짓는 게 2030년까지 온실가스 줄이는데 도움이 안 된다.”

-나머지 문제는 뭔가?

“둘째로 안전 문제다. 원전이 해안가에 위치하고 있지 않나. 해수면이 상승하고 폭풍 피해가 자주 오니 위험하다. 금세기 안으로 해수면이 2미터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한다. 해수면이 62cm 상승하면 100년만에 올 태풍이 매년 일어난다고 한다. 이 경우 방재시설을 쌓는 것도 한계가 있다. (원전이) 기후위기에 취약한 문제가 있다. 끝으로 적합성, 공존의 문제다. 맥킨지 보고서를 보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이 80%가량 될 것으로 본다. 재생에너지와 원전이 공존할 수 있는 발전원인가 따져야 한다. 재생에너지는 변동성이 있다. 태양광은 낮에 햇빛이 있어야 하고 풍력은 바람이 불어야 한다. 보완할 수 있으려면 오히려 ESS(에너지저장장치)시설을 지어 저장했다가 쓰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원전은 출력조절을 하기 힘들어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공존이 어렵다.” 

-원전 관련 논의에 대한 또 다른 문제는 없나?

“한국의 문제인데, ‘원전은 보수, 재생에너지는 진보’라는 프레임이 짜여있다. 그건 잘못이다. 언론의 문제도 없지 않다. 영국 보수당 보리스 존슨 총리는 자신들이 뛰어난 풍력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자랑한다. 보수당이 왜 재생에너지 정책을 잘 추진한다고 자랑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국민의힘 강령에 보면 재생에너지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이전 정부가 늘렸다고 하면 공격하며 정쟁화하는 것은 모순이다. 재생에너지는 보수와 진보가 모두 챙겨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국민의힘 강령 7-2(저탄소 청정에너지 혁명)를 보면 “지구촌을 지키고 국민안전과 환경 보전을 위해 온실가스 발생이 낮은 핵분열, 핵융합, 바람, 수소, 태양, 물 등 저탄소 청정에너지 사회를 실현한다”, “개발과 보전의 조화를 위한 환경투자와 친환경 녹색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하여 저탄소 녹색 사회를 만든다”고 규정했다. 

▲ 그린피스가 공개한 2030 한반도 대홍수 시나리오 영상 갈무리. 파란색 부분이 침수 예상 지역
▲ 그린피스가 공개한 2030 한반도 대홍수 시나리오 영상 갈무리. 파란색 부분이 침수 예상 지역

정 캠페이너는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기업하기 좋은 나라’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덧붙였다. 

“기업들이 원하는 게 재생에너지다. 기업 재생에너지 이니셔티브가 국내 기업 61개사 재생에너지 조달 현황과 인식을 담은 설문조사를 발표했는데 ‘재생에너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응답 62%를 포함해 94%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2030년 국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목표 조정치의 평균값은 43%로 대한민국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발전 비중목표인 30%를 넘어섰다(전정부 NDC 발전목표는 30%, 현재 산업부 10차 전기본 초안은 21%). 환경단체가 아니라 기업이 요구하는 것보다도 정부는 목표를 낮게 잡고 있다. RE100(기업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자는 캠페인)에 가입한 기업들도 재생에너지 조달 비중이 2%밖에 안 된다. 현 정부는 과거 정부보다 후퇴한 수준이니 기업들이 속앓이하는 분위기 아니겠나.”

-그 외에 현재 시급한 정책은 뭐가 있나?

“정부가 탄소배출감축 목표와 재생에너지 확대에 힘을 쓴다면 국회에선 계류 중인 법안을 통과하는 일이다. ‘풍력발전 보급촉진 특별법’, ‘에너지전환 지원에 관한 법’,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등이다.” 

풍력발전 보급촉진 특별법은 지난해 5월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그동안 풍력발전 사업자가 개별적으로 입지발굴에서 주민수용성 확보, 복잡다단한 인허가 절차 등을 모두 수행했는데 이를 정부가 주도적으로 진행하며 전 과정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행정절차를 규정한 법안이다. 

에너지전환 지원에 관한 법은 지난 2020년 10월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석탄화력발전과 원전을 통한 전력생산을 단계적으로 줄이며 에너지전환을 추진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발전사업을 변경·취소하는 경우 지원하고 에너지전환 기금을 설치하기 위한 근거를 담은 법이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은 지난해 7월 김성환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대규모 발전소 건설, 장거리 송전망 건설 등은 지역주민과 마찰과 같은 사회적 갈등이 벌어지므로 소규모 태양광과 같이 분산에너지를 활성화해 지역별로 저탄소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 정상훈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사진=그린피스
▲ 정상훈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사진=그린피스

 

-그린피스는 전 세계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을 텐데, 기후위기를 심각하게 겪는 나라들은 어떤 곳이 있나?

“태평양에 위치한 피지, 투발루 등은 금세기 안에 나라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인도네시아는 해수면 상승 등을 이유로 수도 자카르타를 이전한다. 파키스탄은 기후 재앙 수준의 홍수가 있었고, 호주와 미국 등에선 산불이 계속 난다. 유럽은 폭염이 심했다. 피지와 같이 온실가스 배출을 많이 하지 않은 나라가 지도상에서 사라질 위협에 있는 건 불공평하지 않나. 이분들은 기후난민이 될 수밖에 없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90%를 차지하는 60개국과 유럽연합을 대상으로 평가한 기후변화대응지수를 보면 한국은 64개국 중 60위를 기록하고 있다. 전 세계 어떤 나라도 평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1~3위를 선정하지 않았으니 사실상 꼴찌다.”

-코로나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도 기후위기와 관련이 있다고 보나?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발표한 코로나의 원인이 기후변화라는 연구가 있다. 이런 연구가 있지만 대체로 코로나가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직언하기에는 확실치 않다. 다만 기후변화가 전염병 발생에 영향은 주고 있다. 기후변화 때문에 홍수, 산불 등이 발생하면 동물들이 서식지를 잃어 이동을 하고 인간과 접촉이 많아지면서 바이러스를 인간에게 옮기는 경우가 늘기 때문이다.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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