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기자들이 솔직하게 바라본 후배 기자들과의 세대갈등 원인과 해결법은 무엇일까. 지난 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제3회 뉴스룸 세대 갈등 토크쇼에서 고연차 기자들이 모여 과거와 달라진 현재 뉴스룸의 모습을 진단하고 후배들과의 소통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들을 얘기했다. 

20년차 이상 기자가 후배 기자를 볼 때 본인의 수습기자 시절과 가장 달라보이는 것은 무엇일까. 1995년 입사한 최경영 KBS 기자는 “분명 다른 생각을 갖고 있지만 면전에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게 제일 아쉽다”고 했다. 최 기자는 “과거에는 기사에 대해 이야기하며 선배들과 싸움 직전까지 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자기 기사에 관한 강한 집념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후배를 찾기가 쉽지는 않다. 그 부분이 제일 아쉽다”고 말했다. 

▲ '요즘 애들은 왜 그럴까?' 포스터. 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 '요즘 애들은 왜 그럴까?' 포스터. 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1993년 입사한 안영춘 한겨레 기자는 “서로 마주치고 일하면서 부딪혀야 소통이 확장될텐데, 그런 부분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며 “술자리에서 술을 핑계 삼아 선배들에게 조심스러웠던 얘기도 하고, 선배가 자기가 미처 몰랐던 것에 사과도 했는데, 요즘은 갑자기 마른 하늘에 날벼락 치듯이 후배들이 자신들이 쌓아왔던 문제의식을 집단적으로 노출하는 경우를 몇 번 봤다. 그 전에 완화되거나 새롭게 방향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듯하다”고 했다.  

최경영 기자는 “어떻게든 뉴스룸이 민주화되어야하는데, 민주화되는 과정 속에서 우리도 뉴스룸의 민주주의 교육을 제대로 못받은 것 같다”며 “준비가 안 된 부모가 아이를 낳고 우왕좌왕하는 것처럼, 선배가 갑자기 된 것 같은 기분이다. 나는 그냥 그들과 같은 동료로서 잘 지내고 싶은데, ‘내가 이렇게 다가서면 권위적으로 비춰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계속 든다”고 털어놨다.

‘후배들과 소통하며 돌파구 의논하는 희열 느끼고파’

선배 기자들이 후배들 눈치가 보여 서러웠던 적은 언제일까. 최 기자는 “밥 먹으러 갈 때가 제일 그렇다. 큰 딸이 상사와 밥을 먹을 때 고충을 이야기하면, 나도 후배들과 자주 먹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한다. 불편할 것 같고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고. 밥을 먹으면서도 아무래도 선배가 더 말을 많이 하게 되는데, 그것도 신경이 쓰인다. 자꾸 그걸 눈치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 1995년 입사한 최경영 KBS 기자. '요즘 애들은 왜 그럴까?' 유튜브 생중계 화면 갈무리.
▲ 1995년 입사한 최경영 KBS 기자. '요즘 애들은 왜 그럴까?' 유튜브 생중계 화면 갈무리.

1997년 입사한 고차원 전주MBC 기자는 “3~4달 동안 내근을 했던 때가 있었는데, 20년 이상 차이나는 후배 기자들이 많이 있었음에도 ‘밥 먹으러 갑시다’, ‘밥 사주세요’라는 말을 한 번도 못들었다. 구내식당에 오면 후배들이 와서 밥을 먹고 있었다. ‘왜 밥먹으러 가자고 안했냐’고 하면 ‘빨리 와서 그냥 먹으려고요’라고 답했다. 나는 언제든지 기다리고 있는데, 이렇게 말하니 슬퍼진다”고 했다. 

본인의 수습시절 선배와 같이 밥먹는 게 마냥 편했냐는 질문에 안 기자는 “일할 때는 권위적이고 덜 민주적인 분위기였지만, 사석으로 가서는 그걸 좀 해소시키고 평소 못했던 얘기를 해서 내 의지를 더 강하게 관철시키는 자리로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했다. 

▲1993년 입사한 안영춘 한겨레 기자. '요즘 애들은 왜 그럴까?' 유튜브 생중계 화면 갈무리.
▲1993년 입사한 안영춘 한겨레 기자. '요즘 애들은 왜 그럴까?' 유튜브 생중계 화면 갈무리.

최 기자는 “공식적인 회의석상에서 선후배간에 나오는 아이템 논의는 한정적”이라며 “제 경험으로는 분명 사석에서 선배들과 아이디어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돌파구를 말해주었다. 그런 희열을 같이 느껴보고싶은 것이다. 후배들이 KBS 앞에서 잠깐 만나 기사에 대해 물어보면, ‘이렇게 하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서로 간 윈윈이 될 수 있다. 이것 자체가 소통의 힘인데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선배 기자들도 후배들에게 배우는 점이 많다. 안 기자는 “대단히 열심히 하는 후배를 볼 때, 감동을 느낀다”며 “캡할 때 보면 다들 자기 일에 대해 너무 열정적이어서 술자리에서 존경스럽다고 말한 적도 있다. 성실성을 보면 절대 우리에 비해 뒤지지 않고, 업무량은 훨씬 늘었다. 지금은 너무 후배들에게 업무적으로 가혹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선배기자들이 생각하는 후배들과의 갈등 포인트 ‘아이템 발제’

선배 기자들의 생각하는 후배들과의 주 갈등 포인트는 ‘아이템 발제’다. 최 기자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여전히 계층 간의 갈등이고, 정치와 언론이 상당히 많은 부분을 바꿀 수 있다. 이에 대해 많은 아이템이 나와야하는데, (후배 기자들은) 마치 옛날의 문제인 것처럼 피해가는 것 같아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젊은 세대는 젠더 갈등이 가장 심각한 갈등인 것처럼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젠더 갈등도 중요하지만, 너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젠더 갈등은 작은 사건도 부풀리는 경향이 있는데, 계층 간 갈등은 큰 사건도 그냥 지나쳐버린다. 우리 사회에 좋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고 기자도 “갈등은 주로 발제하지 않는 아이템에서 생긴다”며 “당연히 이 아이템이 보이는데, 왜 이걸 발제하지 않았을까 속상하다. 빠진 것을 채워야된다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후배가 그 부분에 대해 전혀 문제의식을 안 갖고 있어서 그냥 뺀 적도 있다”고 했다. 

▲ 1997년 입사한 고차원 전주MBC 기자. '요즘 애들은 왜 그럴까?' 유튜브 생중계 화면 갈무리.
▲ 1997년 입사한 고차원 전주MBC 기자. '요즘 애들은 왜 그럴까?' 유튜브 생중계 화면 갈무리.

 

젊은 기자들의 높은 이직률 “저널리즘 위상 많이 낮아져 당연”

젊은 기자들의 높아지는 이직률을 바라보는 선배들의 마음은 어떨까? 고 기자는 “언론사의 환경 자체가 불안정하기 떄문에 좀 더 안정적인 곳으로 움직이려고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안 기자도 “저널리즘이 오늘날 사회에서 위상이 많이 낮아졌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며 “자신의 일에 대해 커다란 의미 부여를 할 수 없다고 하면, 당연히 훨씬 더 물질적 가치가 우선할 쪽으로 움직일 여지가 충분히 있다.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날 저널리즘 환경과 관련이 있다”고 했다. 

최 기자는 “후배들한테 미안하다. 우리 세대는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과거 세대가 누려왔던 기자의 영광을 조금은 누렸고, 권위주의 기득권 사회에서 기득권의 언저리에 살았던 세대가 맞다”며 “후배들이 소명의식을 갖기 힘든 상황으로 내몰리는 것에 대해 굉장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안 기자는 “저널리즘의 환경이 총체적으로 열악해지고 있다. 총체적 변화 속에서 세대라는 변수가 전보다 더 갈등의 요소로 크게 분출되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면서 “앞으로 우리의 저널리즘은 무엇이 되어야하는지에 대해 같이 바라보고 모색하고 전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 기자는 후배들에게 “선배의 역할이 뭘까 늘 고민한다. 후배들한테 ‘하고싶은대로 다해라. 뒤치다꺼리는 선배들이 다 할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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