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낀 세대’들이 입을 열었다. 1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제4회 ‘뉴스룸 세대 갈등 토크쇼’에 참여한 기자들은 입을 모아 선후배 간의 소통 역할을 담당하는 낀 세대인 ‘허리급’ 기자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2006년 입사한 윤지나 CBS 기자와 김명래 경인일보 기자는 자신들을 선배들과 후배들 사이에 소위 ‘낀 세대’로 명명했다. 윤지나 기자는 “낀 세대들은 선배들의 문화가 익숙해서 편하지만, 선배들의 문화가 문제라고 지적하는 후배들의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마음으로는 선배들한테 공감하고 머리로는 후배들에게 공감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윤지나 기자는 “선배들은 ‘우리때는 후배가 이런 결기가 있었는데 요즘 애들은 없어’라고 하는데, 과거에는 위에서 누르는 압력이 크니까 후배들이 균열을 내기 위해 그만큼 강력한 액션이 필요했던 것”이라며 “지금의 후배들 입장에선 선배에게 건의를 해도 고쳐지지 않으니까, 소통할 의지가 크게 없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명래 기자는 “회사 선배들의 지시를 번역하는 사람이 중간 관리자인데, 전달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며 “말 그대로 전달하면 안되고 풀어서 설득해야하는데 부딪히는게 많고, 후배들의 합리성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중간 관리자들은 그냥 포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SBS기자인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은 “낀 세대라고 말하는 뉴스룸에 중심 잡고 있는 사람들이 그 흐름에서 지켜내야 할 것과 가려내야 할 것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박영흠 연구위원(왼쪽)과 윤지나 기자. 사진=윤유경 기자.
▲ 제4회 ‘뉴스룸 세대 갈등 토크쇼’에서 박영흠 연구위원(왼쪽)과 윤지나 기자. 사진=윤유경 기자.

경향신문 기자 출신의 박영흠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데스크가 적극적으로 본인의 의견을 후배에게 전달하지 않는다”며 “지시 이외의 소통방식을 찾지 못한 채 지시하는 것만 익숙한데, 소통이 단절되고 어떻게 풀어야할지 모르니까 아무 얘기도 하지 않는 식”이라고 꼬집었다. 

중간 관리자 역할 부족, 언론계 소통 시스템 낙후로 

기자들은 입을 모아 중간 관리자인 낀 세대 기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명래 기자는 “기자들이 중간관리자로서 결정해야하는 것을 놓칠 때가 있고, 내가 생각하지 못한 반응이면 입을 닫는다. 어차피 내가 관리자이긴한데 나는 좋은 사람이고싶어 방관하기도 한다”며 “언론사에서는 그런 역할에 대한 교육이 너무 소홀하다. (세대갈등 상황을) 풀어야 할 사람은 책임자다. 부서에서 갈등이 발생하면 그 책임이 부장이고 국장이다. 윗세대들이 풀어야한다”고 강조했다. 

▲ 김명래 기자. 사진=윤유경 기자.
▲ 김명래 기자. 사진=윤유경 기자.

박영흠 연구위원도 “언론계는 일반기업보다 소통하고 교육하는 시스템이 낙후되어있다. 대부분 기업들이 인사관리에 많은 공을 들이고 관리자를 교육하는데, 언론사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취재를 잘해서 단독을 많이 했던 기자가 자연스럽게 부장, 국장이 되는 건 문제있는 시스템”이라며 “관리자가 될 사람들은 후배들과 소통하며 조직 관리 역량을 키우고, 취재 잘하는 기자들은 괜히 부장 하지 말고 현장에서 취재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명래 기자는 “‘세대갈등이 아니라 세대 차별’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업무가 1/n 안된다는 이야기다. 밑에서는 후배들이 고생하는데, 연차 있는 선배들은 나보다 월급 더 많이 받는다고 말한다. 보상에 대한 것인데, 이정도는 우리가 풀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세대까지는 일을 다 떠안고 마감을 두고 처리해야하는데, 후배들이 보기에는 선배들이 너무 여유로울 수 있다. 나눌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일을 왜 내가 다 해야하지라는 불만이 생길 수 있다. 이런 불만을 해소하면 조금이라도 길이 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 사진=윤유경 기자.
▲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 사진=윤유경 기자.

저널리즘 환경 문제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박영흠 연구위원은 “세대갈등이 두드러지게 된 이유는 매체와 취재환경의 변화와 상당히 큰 관련성이 있다”며 “저널리즘의 위기가 뉴스룸 위기까지 이어진 것이다. 젊은 후배세대들은 미래가 불안하다. 언론이 불안정하고, 사회적으로 평판도 달라졌고, 내가 이 직장에서 이 직업을 평생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당연히 회사에 대한 충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배들은 후배에게 왜 공동체 조직에 헌신하지 않느냐고 얘기하는데 그럴 수밖에 없다. 내가 이 직업 평생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지 않기 때문”이라며 “선배들도 자신들이 해왔던 업무 관행을 정당화할 수 있는 자신감이 없다. 뉴스룸 구성원들은 밖으로 빠져나가려고 하는 세대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만 보게된다. 언론환경의 변화가 세대갈등을 두드러지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짚었다.

김명래 기자는 “경인일보에서 최근 1년 간 신입을 뽑을 때 느꼈던 특징이, 서울에 있는 매체에서 뉴미디어쪽 등 인턴을 하고 온 친구들이 굉장히 많아졌다. (언론사 지망생들이) 거기서 소모되고,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일부는 우라까이 연예기사도 썼다. 그 친구들이 처음 경험한 언론이 그런 언론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 주변에 그런 팀들이 다 있다. 거기서부터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후배들에게 미래를 보여줄 수 있는 언론 환경 필요’

낀 세대 기자들이 생각한 뉴스룸 세대갈등의 해법은 중간관리자의 역할과 미래를 보여줄 수 있는 언론 환경과 기능에 있었다. 

박영흠 연구위원은 “세대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선배가 후배보다 먼저 나서야 한다”며 “젊은 기자들에게 미래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여기가 일하고 싶은 곳이고 즐거운 곳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언론산업이 오랫동안 위기를 겪고 언론 위상이 떨어지면서 기자 지망생 수가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자를 하겠다는 사람들은 진짜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세대 기자들에게 보람, 가치 등을 선배들이 보여줄 수 있다면 이 (후배) 기자들이 만들어갈 언론은 밝다”고 말했다. 

김명래 기자는 “(기자들이) 스스로가 내가 여기서 왜 이 일을 하고있는지에 대한 가치판단이 되어야하는데 그게 잘 안된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언론답게 만들기 위해 뭘해야하는가에 대해 고민해야한다”며 “기자의 직업의식은 연결이다. 연결이 필요한 언론사 내부에서 대화하고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없다면 기본적 언론의 기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후배 동료들도 말과 글을 쓰는 직업인 만큼 드러내서 설득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창현 위원장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구조 속에 후배들을 끼워넣으려고 하니까 갈등이 더 생긴다“며 “이 갈등의 고민은 계속 될 것이다. 앞선 세대들이 더 가슴을 열고 눈높이를 맞추고 그들의 삶의 조건이 어떤지 후배들에게 귀기울여야 한다. 후배들 입장에서도 실제 언론 환경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한 번쯤 귀를 열고 들어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뉴스룸 세대갈등 토크쇼 포스터. 사진=전국언론노조 제공.
▲ 뉴스룸 세대갈등 토크쇼 포스터. 사진=전국언론노조 제공.

윤지나 기자는 “소통과 노력에 앞서 서로 다른 세대에 있는 사람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파악했으면 좋겠다”며 “선배들은 후배들이 직업인으로서 기자에 대해 과거보다 더 충실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일과 여가에 균형을 지키고 싶어하고 공정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라는 중요한 명제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하고, 후배들도 조직과 자신의 분리를 못하고 살았던 선배들의 시절을 촌스럽다고만 받아들일 게 아니라, 저 시대는 저렇게 살아야만 살아갈 수 있었다는걸 이해하고 시작하면 훨씬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윤유경 기자의 기사 잘 읽으셨나요?
후원은 더 좋은 기사에 도움이 됩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