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풍 ‘힌남노’가 할퀴고 간 9월6일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하천 옆 펜션이 강한 물살에 지반이 유실되는 바람에 하천으로 내려앉아 있다. ⓒ 연합뉴스
▲ 태풍 ‘힌남노’가 할퀴고 간 9월6일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하천 옆 펜션이 강한 물살에 지반이 유실되는 바람에 하천으로 내려앉아 있다. ⓒ 연합뉴스

태풍 힌남노로 침수된 경북 포항의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6일 아침 7시41분께 7명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폭우로 인근 하천이 범람해 흘러든 물을 피해 주차된 차를 옮기려고 내려간 주민들이 순식간에 들어찬 물에 빠져나오지 못했다. 실종자 중 2명은 각각 실종 13, 14시간만에 구조됐지만 나머지는 생사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실종자 명단에 없던 이를 포함해 6명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7일 아침신문들은 1면 머리기사에 태풍 힌남노로 인해 인명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을 전했다. 일부 신문은 이번 사고도 인재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고, 그 원인으로 하수구 정비가 미뤄져온 문제와 인근 공원 공사 등을 추측했다. 다른 신문들은 태풍이 기후위기로 인해 더 강해진 양상을 밝히고 사설에서 기후위기를 우려했다.

▲7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7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7일 경향신문
▲7일 경향신문

신문들은 1면 머리에 실종됐다 생환한 주민들 사진을 실었다. 9개 신문 모두 주민의 얼굴만을 흐림 또는 모자이크 처리한 채 구조 현장 사진을 사용했다. 국민일보와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는 구조된 2명에 초점을 맞춰 “기적 생환”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경향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등은 희생자에 집중해 “비극” “참변” “사망” 등의 제목을 달았다.

소방당국은 관리사무실 안내에 따라 지하 주차장에 차를 빼러 갔다가 사고 현장에 갇혔다고 추정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신문들에 “현장에 출동했을 때 지하 1층 100면 규모인 주차장 전체가 물로 가득 찬 상태였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관리사무소 방송을 듣고 차를 한꺼번에 밖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병목현상이 생긴 것도 참사 원인으로 지목된다”고 했다. 아파트 관리실 관계자는 서울신문에 “아무도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7일 경향신문
▲7일 경향신문
▲7일 경향신문
▲7일 경향신문
▲7일 경향신문
▲7일 경향신문

서울신문은 “포항시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라며 “집중호우로 하천 수위가 높아져 범람 징후가 있었지만 주민들에게 이를 경고하거나 예고하지 않았다. 관리사무소는 하천이 범람한 줄도 모른 채 차량 이동 안내방송을 한 셈”이라고 했다.

한 주민은 한국일보에 “안내를 듣고 지하주차장에 내려가 차를 빼려고 하는데 출구 쪽에서 갑자기 훍탕물이 폭포수처럼 밀려와 차를 버리고 몸만 겨우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구조 작업이 진행될수록 실종자와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동아일보는 “주민 일부는 포항시가 지난해까지 진행한 냉천 산책로 및 공원공사를 범람 원인으로 지목했다”며 “주민 김모씨는 ‘공사가 끝난 후 비올 때마다 하천이 불어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여왔다’고 말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한 주민이 “구청에서 하수관로 정비를 몇 년째 하지 않았다. 하수관로에 쌓인 이물질을 제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3년이 넘도록 정비 한 번 없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7일 동아일보 3면
▲7일 동아일보 3면
▲7일 서울신문 2면
▲7일 서울신문 2면

피해는 비가 많이 내린 포항과 경주 쪽에 집중됐다. 한겨레는 “특히 사망자는 두 지역에만 나왔다”고 했다. 포항에선 지자체의 대피 안내에 따라 몸을 피하던 70대 여성이 실족해 숨졌다. 오전 11시께 경주 진형동의 한 주택에서 80대 여성이 흙더미에 매몰된 채 발견됐다. 아침 7시57분께 포함시 남구 오천읍 도로에선 70대 남성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울산에서도 1명이 실종됐다. 

한겨레는 서울 신림동 반지하에 거주해 지난달 8일 침수 피해를 입었던 노부부 집을 지난 5일 찾아 하룻밤을 함께 한 내러티브 기사를 냈다.

▲7일 한겨레 2면
▲7일 한겨레 2면

한편 강풍으로 인해 울산에 있는 원전(신고리1호기) 정지 사태도 났다.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는 이날 오전 6시께 신고리 1호 터빈발전기가 정지했다고 밝혔다. 원인은 강풍으로 인한 전력설비 이상으로 추정했다. 고리본부는 “정지로 인한 방사선 영향은 없”다고 했다.

▲7일 경향신문 2면
▲7일 경향신문 2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집계를 보면 경남과 제주에는 작물 피해가 집중됐다. 주택과 상가 침수도 전국에 모두 80건이 있었다. 서귀포시와 영광군, 보령시 등에서 4척의 선박이 전복됐다. 교육시설도 134곳 피해를 입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6일 “이제는 신속한 복구의 시간”이라며 “태풍 피해 조사를 빠르게 진행해 피해 주민에 대한 실효적 지원 방안 마련에 노력해달라”고 말했다고 강인선 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10분 청사 1층 기자실을 예고없이 찾아 “태풍 중심부는 울릉도와 독도 쪽으로 가고 있지만 오늘 내일은 안심할 수 없”다고 했다. “제일 중요한 게 주민 대피”라며 “각 자치단체와 소방청, 경찰이 다 동원돼서 주민 대피는 적시에 이뤄졌다”고 했다.

신문들은 여러 연구를 종합해 ‘기후위기 양상이 태풍을 과거보다 더 강하게 만들었고, 앞으로도 더 강하게 발달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7일 경향신문 4면
▲7일 경향신문 4면

경향신문은 기상청이 힌남노가 육지로 오면서도 위력이 강해진 이유를 ‘높은 해수면 온도, 약한 연직 시어(수직 방향으로 풍향·풍속의 변화)’로 설명했다고 밝힌 뒤 “이런 조건은 기후변화와 밀접히 연결돼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북극이 따뜻해지면 ‘제트 기류’가 약화되며 연직 시어도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태풍에 관한 여러 연구는 이런 기후변화 양상이 태풍을 과거보다 더 강하게 만들었고, 앞으로도 더 강하게 발달시킬 것이라고 경고한다”고 했다.

이어 “태풍의 위력은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날수록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 기상학회가 발행하는 기후저널에 2019년 게재된 ‘북서태평양의 미래 태풍 활동 변화’ 연구는 온실가스를 현재와 비슷하게 배출하는 시나리오(RCP8.5)를 가정할 때 1980~2005년에 비해 가까운 미래인 2026~2049년에 동아시아로 향하는 태풍의 ‘누적 태풍 에너지(ACE)’가 45.9%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했다.

▲7일 한겨레 2면
▲7일 한겨레 2면

한겨레는 힌남노가 발생 지점과 이동 경로, 강도 면에서 기존 공식을 깬 이유 중 하나로 높은 해수면 온도를 꼽았다. 한겨레는 “한국에 영향을 주는 태풍은 주로 북위 5~20도에서 발생하고 특히 강한 태풍은 북위 5도 이상 북서 태평양 저위도의 따뜻한 바다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공식이 깨진 것”이라며 “기후변화로 태풍 발생 수는 감소하는 반면 강도는 갈수록 강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힌남노는 북위 25도 이상에서 발생한 첫 ‘슈퍼 태풍’이고 후발 태풍까지 흡수하며 몸집을 키워 북진했다는 점에서 이례적 태풍으로 꼽혔다”고 했다. 이어 “기후위기가 심화할수록 이런 괴물 태풍이 더 잦아지고 강력해진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지나치다 싶을 만큼 재난 대비책을 세워도 피해를 줄이기엔 부족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 폭우 · 태풍 등 기후재난이 더욱 잦아지고 강도가 세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지적한다”며 “지난달 중부지방에 내린 102년 만의 폭우의 상흔이 채 아물기도 전에 ‘역대급’ 가을 태풍이 덮친 것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 피할 수 없는 기후재난에 대비하고 적응하는 일은 우리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자연재해는 불쑥 찾아온다. 지구촌 기후변화로 빈도는 잦아지고 강도는 세지고 있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기후변화로 인해 기존 방재 시스템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국지성 집중호우가 빈발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이를 감안해 방재시스템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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