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 케이블 노동자들이 31일 정리해고 사태 해결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SKB가 티브로드를 합병한 뒤 하청업체에서 구조조정 움직임이 두 달 째 해결되지 않자, 케이블 노동자들은 ‘간접고용 노동자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정부에 약속했던 원청에 책임이 있다며 사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SK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는 31일 서울 을지로 SKT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짜 사장 SKB가 케이블 비정규직 노동자 고용을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인력감축으로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됐고, 남은 노동자들은 이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살인적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희망연대본부에 따르면 SKB 케이블방송 하청업체들의 인력감축 정책으로 2020년부터 8월 현재까지 회사를 떠난 케이블 노동자는 200명 정도다. 2020년 한 지역에 붙박이로 일해온 케이블 기사들을 원거리 전보한 데 이어 지난 5~6월엔 희망퇴직과 정리해고를 시행하면서다. 이 가운데 해고된 노동자는 9명이다.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SK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는 31일 서울 을지로 SKT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짜 사장 SKB가 케이블 비정규직 노동자 고용을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박명근 SK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 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SK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는 31일 서울 을지로 SKT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짜 사장 SKB가 케이블 비정규직 노동자 고용을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박명근 SK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 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노동자들은 하청업체들이 내년 초 원청 SKB와 업무위수탁 계약 만료를 앞두고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지난 6월 해고 움직임에 반발해 SKB의 완전모회사인 SKT 본사 앞에서 노숙농성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SKB가 “하청업체는 개별 법인이기에 개입이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사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원청 SKB에 해고 사태 해결 책임이 있다고 강조한다. SKB는 2020년 티브로드와 합병 승인 과정에서 정부에 ‘티브로드 기술센터 구성원(현 SKB 케이블 노동자)의 고용안정성 강화와 처우 개선’ 이행계획을 제출한 바 있다. 또 ‘합병법인의 자회사화’(자회사 고용)를 통해 고용보장할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SKB가 이들 계획을 지키지 않은 채 해고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명근 SK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 지부장은 “인수합병 뒤 햇수로 4년째인데 무엇이 개선됐는지 알 수 없고, 해고자와 부당인사만 발생했다. 현장은 인력 부족으로 아비규환”이라고 했다. 박 지부장은 “SKB가 협력업체 경영사정에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은 내년 1월20일(SKB가 3년 간 협력업체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기한)을 앞두고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SK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는 31일 서울 을지로 SKT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짜 사장 SKB가 케이블 비정규직 노동자 고용을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SK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는 31일 서울 을지로 SKT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짜 사장 SKB가 케이블 비정규직 노동자 고용을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SKB가 하청업체 조합원 전원을 SKB의 인터넷·IPTV 노동자들이 속한 자회사 ‘홈앤서비스’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부는 기자회견문에서 “정리해고과 부당전보 통보 받은 노동자들에게 한가위마저 길거리에서 보내라고 둘 수는 없다”며 “하루라도 ‘홈앤서비스 정규직 전환’을 앞당겨야 한다. 원청 사용자인 SKB가 정확한 답을 내놓지 않는다면 3, 4차 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하루파업을 진행했다.

SKB 홍보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협력사 경영과 인사에 직접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협력사와의 계약기간 종료 후에도 협력사 구성원의 고용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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