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드라마 ‘황금가면’에서 7살 아이를 옷장에 감금하고 밥을 굶기는 등 아동 학대 장면을 내보냈다.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는 30일 KBS2TV ‘황금가면’ 7월5일자 방송분(32화)을 심의해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의견진술은 심의위원들이 법정제재가 필요하다고 의결한 사안에 대해 해당 방송사 소명을 듣는 절차다.

문제가 된 회차에서 남편에게 화가 난 서유라는 밤에 의붓아들 홍서준의 방에 찾아가 무서워하며 엄마를 부르는 홍서준에게 “자꾸 엄마 부르지 마. 너 또 옷장 속에 들어가야 되겠구나”라고 위협했다. 이어 드라마는 홍서준의 방에서 들리는 “아줌마, 잘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라는 목소리를 통해 홍서준이 옷장에 감금되었음을 암시했다. 

▲  황금가면 7월5일 방송 유튜브 클립 갈무리.
▲  황금가면 7월5일 방송 유튜브 클립 갈무리.

또한, 홍서준이 몸살 감기로 쓰러진 것을 알게 된 친엄마 유수연이 새엄마인 서유라에게 홍서준의 간호에 대해 조언하자 화가 난 서유라는 홍서준의 방으로 죽을 가져와, “배고프니?”라고 묻고 홍서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죽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서유라는 “넌 좀 굶어봐야 돼. 아빠나 사람들이 물으면 먹었다고 해. 알았어? 왜 대답이 없어”라고 다그치고, 홍서준은 울며 고개를 끄덕였다.

▲ 황금가면 7월5일 방송 유튜브 클립 갈무리.
▲ 황금가면 7월5일 방송 유튜브 클립 갈무리.

이어 밤늦게 귀가한 홍서준의 고모가 어두운 주방에서 뭔가를 발견하고 비명을 지르자 가족들이 모두 주방으로 나와 홍서준이 울며 냉장고의 음식을 꺼내 맨손으로 먹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는 장면, 홍서준을 달래며 일으켜 세우자 홍서준의 바지가 젖어있는 장면도 방송됐다. 

‘홍서준’ 배역을 맡은 정민준 배우의 나이는 만 6세다. 해당 방송 직후 황금가면 시청자소감 게시판에는 아동학대 장면을 멈춰달라는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시청들은 게시글을 통해 ‘최근들어 아동학대 관련 범죄도 많아지는 추세인데 공영방송에서 적나라하게 아동학대를 보여주는 행동을 멈춰달라’, ‘시청자가 경험한 트라우마를 자극할 수도 있으니 글(대본)을 쓸 때 좀 더 주의해주셨으면 한다’, ‘아동학대는 단순 자극적 소재가 아닌 범죄행위’라고 의견을 표했다. 

아울러 ‘반복되는 아이 학대 장면, 연기하는 아이도 걱정된다’, ‘촬영하면서 충분히 (아역배우) 심리치료를 시켜주고 제발 아동학대 연기, 피해아동 연기를 멈춰달라’며 아역배우의 인권을 우려하는 의견도 많았다. KBS 홈페이지의 다시보기 및 재방송분에서 해당 장면은 삭제된 상태다. 

▲ 황금가면 시청자 소감 게시판 갈무리.
▲ 황금가면 시청자 소감 게시판 갈무리.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5조(어린이·청소년 출연자 인권 보호)에 따라 방송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그 품성과 정서를 해치는 배역에 출연시켜서는 안 되고 내용전개상 불가피한 경우에도 그 표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어린이·청소년 출연자의 신체적 안전 및 정서적 안정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장면을 방송해서는 안 되고, 어린이와 청소년이 방송 프로그램 참여나 출연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이나 불안을 겪지 않도록 출연자의 연령을 고려해 보호해야 한다.

이광복 소위원장(국회의장 추천)은 “유니세프의 ‘아동 권리 보호를 위한 미디어 가이드라인’에도 주로 보도와 관련해 언급되어있고, 드라마 관련해서는 언급이 없다. 드라마는 좀더 자율성이 있어야되는거 아닌가 생각이 들어 고민”이라면서도 “(해당 장면에 대한) 민원이 아홉 건이나 들어왔다. 그만큼 불편하고 문제가 있다고 본 시청자들이 많았다는 뜻이다. 제작진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윤성옥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잔학함을 널리 알려야함에도 불구하고 보도에서도 아동학대 영상은 금지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드라마에서 아동에게 (아동학대 장면을) 연기를 하도록 시켰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의견진술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이런 연기를 시킬 때 방송사들이 적절한 조치 취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우석 위원(국민의힘 추천)도 “의붓자녀에 대한 학대 등 사회적 문제가 계속 일어나는 상황에서, 가족이 다 보는 방송 시간대에 (아동학대 장면을) 방송하는게 맞나 생각이 든다”며 “출연자 입장에서 트라우마로 쌓일 수 있고, 오랫동안 녹화하면서 그런 분위기에 젖으면 정서적으로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정민영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드라마에서 아동학대 관련 장면이 나오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이 드라마에서도 흐름상 이런 장면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해당 영상을 보면 아동이 계속 대사를 하는 장면이 많지 않고 수동적으로 역할을 하는 정도다. 영상에 나온 장면만으로 심의규정 위반이라고 할 만한 명백한 근거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황성욱 위원(국민의힘 추천)도 “아동학대 장면이 나오는 게 적절하다고 보지는 않지만, 문제가 있다고 하는 순간 제재가 들어가면 어디까지 제재해야하는지 확신이 없다”고 했다. 심의위원 3인이 ‘의견진술’, 정민영·황성욱 위원은 ‘문제없음’ 의견을 내 다음 소위 때 KBS2TV측의 소명을 듣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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