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상암동 JTBC사옥. ⓒJTBC
▲서울시 상암동 JTBC사옥. ⓒJTBC

전진배 한화그룹 부사장은 지금 JTBC 보도담당 대표이사다. 지난달까지 대기업 홍보를 담당했던 임원이 지금은 JTBC 보도를 책임진다. 손석희가 보도를 책임지던 수년 전을 떠올려보면 꽤 ‘극적인’ 변화다. 

개인에 대한 호불호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흔히 권력과의 긴장 관계는 신뢰를 파는 언론사의 전제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긴장 관계’에 물음표를 가질 수밖에 없는 인사가 한 때 압도적 신뢰도와 영향력을 자랑했던 언론사 대표가 되었다. 2019년 유력 언론사를 떠나 대기업 임원이 된 사람이 다시 몸담았던 언론사 대표로 돌아오는 ‘최초의 선례’가 남아버렸다. 

한국기자협회는 지난 16일 ‘우리의 주장’에서 전진배 대표이사를 가리켜 “긴장 관계를 유지해야 할 언론과 기업의 벽을 스스럼없이 넘나들며 직업윤리를 팽개쳤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치 권력 못지않게 자본 권력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언론 현실을 돌아보면 심각성에 비해 인식이 너무 안이한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최승호 뉴스타파PD(전 MBC사장)는 “MBC에도 기업으로 간 기자들이 있고, 그분들이 기자 시절 출중한 역량을 보이기도 했지만 다시 돌아올 엄두를 낸 사람은 없다”고 꼬집었다. 만약 이번 사건이 조용히 지나가면, ‘일탈’은 ‘관행’이 된다. 다시 말하지만 개인에 대한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라, 원칙의 문제다. 

지난 1월, 이정헌 JTBC 기자가 퇴사 직후 이재명 대선후보 캠프로 직행하자 JTBC 기자들은 성명을 내고 “JTBC라는 이름을 사적 이익을 위한 포장지처럼 쓰는 모습이 부끄럽다”며 “선배라는 호칭을 거부한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비판 성명이 없다. 기업 임원으로 갈 때는 포장지를 안 쓴 건가. 아님 돌아오면 포장지 반납이라 괜찮나. 

JTBC가 한화를 제대로 비판할 수 있을까. 기업 감시 보도는 ‘공정하게’ 이뤄질까. 시청자는 의심할 수밖에 없다. 설령 비판 보도가 나와도 ‘톤 다운’ 된 건 아닌지, 기자들은 자기검열하고 있는 것 아닌지,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만약 전진배 대표이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내부의 절박한 이유가 있었다면, 그 이유는 ‘예고된 불신’보다 우선할 수 있는 것이었나. 

삼성과 특수관계라 할 수 있는 사주가 있어도, 삼성의 직업병 문제와 노조 탄압을 집요하게 비판했던 JTBC였기 때문에 아쉬움은 배가 된다. JTBC 기자들이 이번 대표이사 인사를 둘러싼 우려를 ‘저널리즘’으로 불식시켜주길 바라는 마음이, 허망하게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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