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경 중앙일보 주필(부사장)의 22일자 <어둠 속 반지하 계단에서 미끄러진 대통령> 칼럼을 두고 ‘윤비어천가’의 끝을 보여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은 침수로 일가족이 변을 당한 서울 신림동 반지하를 윤 대통령이 찾아갔는데 현장에 동행했던 인사로부터 “대통령이 만류를 뿌리치고 출입 금지선인 폴리스 라인을 넘어 어둠 속 계단을 걸어 내려가 경호원들이 당황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도중에 미끄러져서 넘어질 뻔했고, 구두와 바지를 흙탕물에 적신 것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이하경 주필은 반지하를 내려간 행위를 두고 “대통령이 저 먹먹한 슬픔의 공간으로 몸을 밀어넣은 것은 국민의 아픔이 나의 아픔이라는 무한책임과 연대의 증거다. 스스로 대통령다움을 입증한 것이다. 이로써 가진 자의 편에 선 오만한 선민(選民)이라는 부당한 편견에서 벗어났다”고 극찬했다. 

▲중앙일보 8월22일자 이하경칼럼.
▲중앙일보 8월22일자 이하경칼럼.

이어서 칼럼에 등장하는 이는 예수였다. 그는 톨스토이의 소설을 언급하며 “반지하방은 신을 만난 기적의 성소”라고 밝힌 뒤 “신은 어느 시대에나 가장 약하고 슬픈 인간의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온다”고 적었다. 그리고 “윤 대통령은 한겨울에 어머니가 사준 외투를 입고 나선 첫날 노점상에게 벗어준 대학생이었다”고 덧붙였다. 

이하경 주필은 윤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겠다”고 밝힌 대목을 가리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던 칼잡이의 호기가 아닌 제1 공복(公僕)의 겸손한 언어였다”고 평가했으며 “대통령의 정책 이해도 빠른 속도로 깊어지고 있다. 여의도 정치에 어두운 대통령은 오직 일로만 승부하려는 담백한 심정”이라며 두둔하기도 했다. 

해당 칼럼에는 “윤 대통령이 바로 예수였다니 오 할렐루야”(bria****), “대통령이 반지하 잠깐 들어갔다 나온 게 무한책임과 연대의 증거라고? 딱하다”(thki****), “여기가 무슨 북한인가”(noon****), “이렇게 윤비어천가 하나 날려주면 공천이라도 하나 얻을까봐 그러는가”(gj2y****), “글을 보니 차기 총리가 되셔도 좋을 듯한 글”(megn****)과 같은 비판·비난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앞서 “민심의 바람이 분다. 윤석열 현상이 분출한다”는 내용의 ‘친윤’ 칼럼으로 도마에 올랐던 박보균 중앙일보 편집인은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다. 

조선일보 주필의 최근 칼럼과 비교하면 이번 중앙일보 주필의 칼럼이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김대중 조선일보 주필은 지난 16일자 <尹 대통령은 달라져야 한다> 칼럼에서 “윤 대통령은 검사들 외에는 잘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윤 대통령은 정치를 모른다. 정치 조직, 즉 정당에 대한 신뢰도 없다”고 평가하며 “그에게 널리 인재를 기용할 수 있는 인적(人的) 자원의 정보가 있을 리 없고, 있다 해도 그 폭이 넓을 수 없다. 좀 야박하게 말해 윤 대통령은 아는 사람이 검찰 출신밖에 없거나 그들이 건네주는 청탁성 인사의 범주를 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김대중 조선일보 주필은 “윤 대통령은 고집이 센 사람이라고 한다. 그는 그것을 신념이나 소신이라고 잘못 믿는 것 같다. 그는 많은 사람이 또는 반대자들이 이견을 내거나 반대해도 잘 수용하지 않는 것 같다. 집무실 이전, 기자들과의 즉석 문답, 구태의연한 서민풍 교류나 접촉 등에서 윤 대통령은 때로 ‘불통’으로 비칠 정도로 한번 시작한 것은 잘 후퇴하지 않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 대통령실부터 재구성해야 한다. 이른바 ‘윤핵관’을 정리해야 한다. 당 내분 수습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8월22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을지 국무회의를 주재한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8월22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을지 국무회의를 주재한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반면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은 윤 대통령을 가리켜 “지금은 비록 도를 넘는 공격을 받아 악마화돼 있지만 그가 사익(私益)을 멀리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고 변호했으며 “지금은 대통령다운 태도로 전력을 다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김대중 칼럼 이후 일주일 새 윤 대통령이 ‘극적인’ 변화를 보여준 게 아니라면, 이하경 칼럼은 조선일보 주필도 고개를 저을만한 ‘윤비어천가’를 내놓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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