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23일 감사위원회를 열어 하반기 감사 운용계획을 확정한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추진 실태를 점검해 에너지 수급의 안정성·효율성을 재고하겠다고 밝혀 ‘정치 감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은 또 코로나19 백신 및 마스크 수급의 적절성 여부도 살펴보겠다고 했다.

이날 경향신문, 서울신문, 세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과 관련된 사설을 썼는데 서울신문을 제외한 신문들이 이번 감사원의 감사가 ‘정치 감사’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서울신문은 코로나19와 관련된 전 정부의 행보에 대해 “지금이라도 잘잘못을 가려야 한다”며 다른 언론이 ‘정치감사’를 지적한 것과는 다른 논조의 사설을 내놨다.

경기 수원의 월셋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세 모녀의 죽음이 알려졌다. 난소암을 앓던 60대 여성과 난치병과 정신질환을 앓던 40대 두 딸이 살던 집에서 지병과 빚으로 생활이 어렵다는 유서가 발견됐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또 한 번 복지 사각지대가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언론은 복지 체계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찾아가는 행정’ 등 적극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24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 24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다음은 24일 주요 종합 일간지 1면 머릿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신재생에너지, 백신 수급…전 정부 겨눈 감사원”
국민일보 “네이버 카카오 등도 예금 보험 판매 중개”
동아일보 “세계최대 화학기업도 ‘공장 멈출 판’”
서울신문 “미 ‘중국의 韓사드 보복’ 대응 법안 낸다”
세계일보 “감사원, 文정부 ‘백신, 탈원전’ 정책 겨눈다”
조선일보 “건보료 못낸 가구 73만, 곳곳 ‘세 모녀’ 있다”
중앙일보 “세모녀 살릴 복지 그물 두 번이나 구멍 뚫렸다”
한겨레 “신재생, 백신, 공수처…감사원 전방위 ‘정치감사’”
한국일보 “K방산 26조 수출, 애프터마켓도 ‘잭팟’”

감사원, 문재인 정부 백신 수급 등 감사 예정

감사원의 감사 운용계획이 확정되자 ‘정치 감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감사원은 이날 신재생에너지 사업 감사가 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라고 했다.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제대로 수립하기 위해 그동안 추진된 정책을 전반적으로 점검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 24일 경향신문 3면
▲ 24일 경향신문 3면

‘정치 감사’를 지적한 언론들은 전 정부가 임명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등에 대해서도 감사를 벌이는 것이 같은 맥락이라 봤다.

경향신문은 이날 1면 기사 제목을 “신재생에너지, 백신 수급…전 정부 겨눈 감사원”이라 뽑고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시기 신재생 에너지 사업과 코로나19 백신 수급 및 관리 실태를 감사 대상에 새로이 포함한 것을 두고 “사실상 전 정부를 겨냥한 광범휘한 감사에 나선 것”이라 썼다. 3면에도 같은 이슈를 지적한 기사를 배치했다. 

세계일보도 1면에서 “감사원, 文정부 ‘백신, 탈원전’ 정책 겨눈다”라는 제목으로 이 이슈를 다루고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백신 도입 지연 논란과 탈원전 정책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문재인정부 정책 실패를 질타할 때마다 거론해온 대표적 소재”라며 “향후 정치적 논란으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 24일 세계일보 1면
▲ 24일 세계일보 1면

경향신문, 세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정치감사’ 사설 썼지만
서울신문은 “잘잘못 따져야”

서울신문을 제외한 신문들의 사설이 감사원의 ‘정치 감사’를 지적했다.

경향신문 사설은 “감사원이 지난해 3월 ‘에너지전환 로드맵과 각종 계획 수립 실태 감사’를 실시,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한 결론을 뒤집은 셈”이라며 “감사원이 전 정부 때리기에 앞장선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에도 정권이 바뀐 후 감사원이 전 정권의 정책을 감사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지금처럼 노골적으로 나선 적은 없다”며 “감사원이 정권의 전위대로 전락했다고 비판해도 할 말이 없는 처지”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도 이날 사설 “전 정권 정책 겨냥 감사원, ‘정치 감사’ 비판 유념해야”에서 “전 정권을 겨냥한 정치적 표적 감사 몰이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며 “감사원은 현 정부 출범 후 국민권익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의 사퇴 압박을 받는 전 정부 출신 기관장과 소속 기관을 표적 삼아 집중 감사를 벌여왔다”고 지적했다. 한겨레 사설은 “감사원이 ‘정권의 돌격대’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수뇌부부터 편향적 인식과 행태를 바꿔야 할 것”이라 비판했다.

▲ 24일 한겨레 사설
▲ 24일 한겨레 사설

한국일보는 이날 사설 “커지는 '코드 감사' 논란, 독립성 시비 자초하나”에서 “표적감사, 코드감사 비판이 거센 상황에서 이번에 문 정부 정책들까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라며 “물론 공직사회와 정부 정책을 진단하고 개선하는 건 감사원의 주된 역할이다. 그 과정에서 정치적 공방이 불가피한 점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전 정부 털기 식 감사라면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잘못된 정부 정책에 대한 회계검사와 직무감찰을 통해 정부를 견제하는 건 감사원의 당연한 책무”라고 하면서도 “피감기관은 계속 늘어나지만, 감사 내용을 들여다보면 무엇을 겨냥했는지에 대한 윤곽이 확연히 드러난다”며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20대 대선 바구니 투표 논란, 금융위원장 출신 인사 자녀 병역 관련 의혹 등 거의 다 전 정부와 연관된 사안이기에 “더불어민주당이 ‘표적·코드 감사’라고 비판하고 나선 것도 무리는 아니다”라고 ‘정치 감사’라는 지적에도 어느정도 동의하는 사설을 내놨다. 동시에 세계일보 사설은 감사원이 독립성과 중립성을 가지고 감사에 착수하는 것이 기관의 존립 이유라고 강조했다.

▲ 24일 한국일보 사설
▲ 24일 한국일보 사설
▲ 24일 세계일보 사설
▲ 24일 세계일보 사설

반면 서울신문은 이날 사설 “탈원전·백신 감사, 감사원 위상 회복의 기회다”에서 “인권침해라는 나라 안팎의 지적을 받을 정도로 방역에서는 주목받았던 우리였으나 상대적으로 다른 선진국에 비해 백신 도입에 소극적이고 늦었다”면서 “당시에 청와대와 질병관리청 간에 어떠한 소통이 있었길래 백신 도입이 늦어지고 결과적으로 코로나 대유행으로 이어졌는지 지금이라도 잘잘못을 가려야 한다”고 감사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서울신문 사설은 “탈원전도 마찬가지”라며 “현재 초래되고 있는 에너지 수급 불균형을 감안한다면 전 정부의 탈원전 결정에 감사원이 정치적 감사로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 없을 것”이라고 썼다.

이어 “문재인 정부 정책에 대해 감사원이 들여다보지 못했거나, 들여다봤더라도 서슬 퍼런 권력의 눈치를 살펴 결과를 비틀었을 가능성에 대해 재차 감사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전했다.

▲ 24일 서울신문 사설
▲ 24일 서울신문 사설

또 ‘세 모녀’ 사건 벌어지자 ‘찾아가는 행정’ 적극 필요 강조

투병을 하며 생활고에 시달린 세 모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수원 세모녀 사망 사건’이 알려졌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정부는 단전·단수·건강보험료 체납 등 34가지 위기정보를 지자체에 제공하는 사회보장 정보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이처럼 주소지가 다른 곳으로 등록되면 소용이 없다. 정부는 위기정보를 39가지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복지정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그런 주거지를 이전해서 사는 분들을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24일 중앙일보 5면
▲ 24일 중앙일보 5면

경향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이 세모녀 사건을 1면으로 다뤘다. 이번 사건에서 언론은 공통적으로 주민등록 등재와 전산정보에 바탕을 둔 현 복지시스템을 지적했는데 세 모녀가 기초생활수급신청을 했다면 월 120여만원의 생계급여와 의료비 지원이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들은 빚 독촉을 피해 다니며 복지 급여 신청이나 상담을 하지 않았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비극의 재발을 막으려면 복지 전달체계를 재검토해야 한다. 거주불명이거나 주민등록이 말소된 위기가구를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찾아내도록 사회복지 인력을 충원하고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취약계층 지원 강화도 병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계일보 사설 역시 ‘찾아가는 행정’처럼 적극적인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사설 역시 ‘정보 약자’들을 위해 복지제도를 끊임 없이 홍보하는 등 적극적 복지 대책을 제안했다. 한겨레 사설도 “‘기다리는 복지 서비스’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 지적했다.

▲ 24일 조선일보 사설
▲ 24일 조선일보 사설

국민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주민등록 시스템에 의존해 복지 체계를 구축하는 현 방식이 유효한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김동연 경기지사가 주장한 ‘빈곤층과 지자체(도지사) 간 핫라인 개설’, 동네 사정을 잘 아는 민간 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일본 ‘민생위원’ 제도의 벤치마킹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중앙일보 사설도 “동네 사정에 밝은 원주민들을 활용하는 민간위원제도의 도입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전했다.

서울신문도 이날 사설을 통해 “시군구청이나 주민센터 등이 복지지원제도를 알리는 데서 한 걸음 나아가 지하철역 등 많은 사람이 다니는 곳에서도 정부의 복지 지원 서비스를 알기 쉽게 전파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체납 금액의 과다가 아니라 체납 기간이 긴 경우에도 복지 대상자로 분류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할 것” 등의 대안을 전했다.

▲ 24일 한겨레 사설
▲ 24일 한겨레 사설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다른 신문과 다르게 “제도와 시스템의 개선은 필요하다. 위기에 처한 이들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을 받도록 유도하거나 그런 이들을 먼저 찾아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현대 복지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다. 하지만 그것이 정부나 자치단체만의 책임일 수는 없다”며 “국가나 사회의 책임이라면서 이웃의 잠재적 비극에 무관심한 우리 각자는 그 책임에서 자유로운가.(…) 각자 주변부터 살펴보는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감을 발휘할 때”라며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사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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