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맛집’ 티타임즈가 이번엔 유튜브에 ‘진심’이다. 기자들이 기사를 쓰면서 부수적으로 종종 유튜브에 출연하는 정도가 아니라 유튜브 콘텐츠를 주력으로 제작하고 있다. 소재를 구상할 때 영상 제작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면 기자가 PD와 작가 역할도 하며 콘텐츠 제작 전반을 담당한다. 기사 수 압박 없이 하나의 영상 제작에 몰두한다. 최근에는 경쟁 매체라 할 수 있는 아웃스탠딩, 바이라인네트워크와 함께 현안을 해설하는 라이브 방송을 선보여 주목을 받기도 했다.

머니투데이 계열 매체인 IT·비즈니스 전문지 티타임즈는 유튜브 채널 개설 2년여 만에 21만 구독자를 확보했다. 전문지 유튜브 채널 가운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14년 카드뉴스로 출발해 유튜브 실험에 주력하는 티타임즈를 총괄하는 유병률 머니투데이 부국장을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머니투데이 사옥에서 만났다. 

“시작이 늦었지만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은 카드뉴스 제작 경험에 따른 스토리텔링 노하우에 있는 것 같다.” 유병률 부국장은 ‘카드뉴스’와 ‘영상’이 이질적이지 않다고 했다.

▲ 티타임즈를 총괄하는 유병률 머니투데이 부국장. 사진=티타임즈 제공
▲ 티타임즈를 총괄하는 유병률 머니투데이 부국장. 사진=티타임즈 제공

“티타임즈는 ‘읽으면 남는 게 있는 뉴스’를 표방하며 카드뉴스를 제작했다. 카드뉴스는 텍스트 기사를 무 자르 듯 잘라 붙이는 게 아니라 기승전결이 있다. 유튜브 역시 카드뉴스와 마찬가지로 기승전결이 필요하고, 사람을 몰입시키는 ‘엣지’가 있어야 한다. 티타임즈 유튜브를 통해서도 카드뉴스처럼 몰입이 되고, 새로운 이야기,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만들려 했다.”

티타임즈는 카드뉴스를 만들 때 ‘무엇을 버릴 것인가’와 ‘어떻게 한 뎁스(depth·깊이) 더 들어갈 것인가’를 고민한다. 한 뎁스 더 들어가기 위한 방법은 △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지점을 간파하고 △ 다른 언론의 뉴스와 다르게 접근하면서 각을 세우고 △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이야기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끄집어내 재구성하는 것 등이다. 이 같은 전략을 유튜브에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메타, MS, 엔비디아, 애플의 메타버스 전략 비교분석’ 영상은 조회수 25만 회를 기록할 정도로 큰 주목을 받았다. 기자가 출연해 빅테크 기업들의 메타버스 전략을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내용이다. 단순 비교 정리가 아니라 기업의 방향성을 ‘메타버스의 지배자 vs 메타버스의 조력자’라는 프레임으로 전달한다. 

▲ 티타임즈 유튜브 콘텐츠 갈무리
▲ 티타임즈 유튜브 콘텐츠 갈무리

이 영상의 댓글을 보면 “어디서도 볼수 없는 소중한 영상과 기술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보여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되었습니다” “와, 회사마다의 아이템과 전략을 잘 설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엄청난 리서치를 하셨네요!” “퀄리티가 대단합니다. 14분동안 4개업체를 비교분석해내다니 늘 잘 보고있습니다” 등의 긍정적 반응이 많았다.

티타임즈는 부국장을 제외하면 기자 6명과 편집 인력 8명 등 14명으로 구성돼 있다. 기자들이 카드뉴스도 만들고 유튜브 기획과 출연도 한다. 유병률 부국장은 “글로써 설명하는 것과 말로 설명하는 건 대동소이하다. 글을 잘 쓰는 기자가 말도 잘한다. 듣고, 보는 사람 입장에서 정리가 됐는가, 알맹이가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티타임즈 기자들은 작가와 PD 역할도 한다. 기사 소재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카드뉴스가 적절한지, 영상이 적절한지를 고민한다. 영상 제작에 나서게 되면 직접 대본을 쓰고, 섭외를 하고, 편집 때 들어갈 이미지와 도표 등 시각화를 편집자와 함께 논의한다. “방송사라면 역할이 나뉠 수 있지만 우리 같은 신문사에서는 효율적이지 않다. 기자가 작가 역할과 방송까지 하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편집에 관여해야 하고, 편집자들은 콘텐츠를 관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병률 부국장은 “콘텐츠는 전문가나 업계 관계자를 초청하는 것과 기자가 주도하는 콘텐츠로 나뉘는데, 기자가 제작하며 주도하는 콘텐츠가 전반적으로 조회수가 높다”며 “기자가 오리지널리티를 갖고 콘텐츠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는 장기적으로 채널의 정체성을 결정하고, 더 나은 성과를 내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기자가 PD와 작가 역할을 소화하지만 기존 업무와 별개의 업무를 추가적으로 요구받는 건 아니다. 그에 따르면 기자가 직접 출연해 해설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는 원고 작성에 3일, 편집에 5일 정도 걸린다. 카드뉴스 제작은 평균 3일 정도 걸린다. 기자들에게 유튜브나 카드뉴스가 ‘부수적인 것’이 아닌 ‘주력 콘텐츠’이기에 가능하다.

회사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유튜브를 ‘사이드’가 아닌 ‘메인’으로 여기고 있었다. “우리가 유튜브 실험을 하는데 메인은 따로 있고 유튜브를 사이드 프로젝트라고 생각해버리면 영원히 사이드가 될 것이다. 하나의 매체라고 생각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실험이 필요하다.” 

티타임즈 기자들은 ‘출입처’가 따로 없다. 유병률 부국장은 “티타임즈는 공부해서 전달하는 걸 중시한다. IT와 비즈니스라면 기자가 관심 있는 토픽은 누구나 쓸 수 있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분야가 생긴다. 처음부터 출입처 칸막이를 만드는 건 의미가 없다”고 했다. 기자의 관심사 중심으로 취재를 하면서 기자별로 블록체인, NFT, AI, 메타버스 등의 관심 분야가 나뉘고, 이를 바탕으로 전문 분야를 만든다.

▲ 티타임즈의 아웃스탠딩 바이라인네트워크 협업 라이브 콘텐츠 섬네일
▲ 티타임즈의 아웃스탠딩 바이라인네트워크 협업 라이브 콘텐츠 섬네일

지난 6월 티타임즈는 바이라인네트워크, 아웃스탠딩과 함께 컬래버레이션 라이브 콘텐츠를 제작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IT 분야의 전문성 있는 심재석 바이라인네트워크 대표, 최용식 아웃스탠딩 대표와 티타임즈 홍재의 기자가 함께 라이브를 통해 IT 주요 현안을 다룬다. 이들 매체는 같은 소재를 다루는 경쟁 관계이지만 협업에 나선 것이다. 티타임즈TV 유튜브 콘텐츠 고정 댓글을 통해 아웃스탠딩 유료 구독과 바이라인네트워크 뉴스레터 구독 링크를 띄우며 홍보도 한다. 

유병률 부국장은 “우리가 약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협업”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녹화를 하고 편집하는 영상을 주로 올렸는데 라이브를 시도하려 하니 현장에서 재미있게 얘기해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필요했다. 연륜이 쌓인 기자이면서 현장을 리얼하게 얘기해줄 수 있는 분들인 두 회사 대표를 모셨다. 두 언론은 유튜브 채널을 본격적으로 운영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아웃스탠딩과 바이라인네트워크 홍보를 할 필요가 있으니 서로 니즈가 맞아떨어졌다.”

유병률 부국장은 “기존 언론사는 괜찮은 매체가 새롭게 나타나면 ‘어떻게 협업할지’를 고민하기보다 ‘우리도 만들자’는 식으로 접근한다”며 “티타임즈는 머니투데이 소속이지만 사내벤처처럼 움직인다. 그렇기에 협업이 열려있고 앞으로도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유튜브에 적극 투자하는 점은 의미 있지만 개인 크리에이터가 아닌 언론사, 그것도 영상 기반이 아닌 신문사 입장에서 유튜브는 ‘가성비’가 좋지 않다. 이와 관련 유병률 부국장은 “유튜브 그 자체는 수익모델이 아니다. 하나의 매체로 봐야 한다”며 유튜브 그 자체가 아닌, 유튜브를 연계한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미경TV는 유튜브 채널과 별개로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는 IT비즈니스 분야 학교를 고민하고 있다. IT비즈니스 영역은 우리가 잘 할 수 있고, 니즈도 있고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 비어 있다고 판단한다. 기존 강연 서비스는 ‘강의’ 중심인데, 우리는 인재풀을 확보해 ‘전문가’ 중심의 학교를 고민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을 갖고 있으면 보다 전문가를 확보하기 좋다. 강의를 하는 분들에게 브랜딩을 해주고 함께 성장하는 모델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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