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실시한 첫 기자회견에서 지지율 추락이나 인사 실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한 '내부 총질' 문자 등 최대 현안에 답변을 피하거나 구체적 답변을 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인사 쇄신 문제에는 정치적인 국면 전환 용으로 하지 않겠다고 밝혀 외부의 비판과 처방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출근길 약식문답, 이른바 도어스테핑은 앞으로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1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국정운영 지지율이 계속해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언론들의 분석이 많이 있었으나 대통령에 표를 준 사람들의 절반 가까이가 석달 만에 떠나간 이유를 스스로는 어떻게 분석하는지 세가지만 꼽아 달라’는 최고은 SBS 기자 질의에 “세가지만 말씀 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고, 지지율 자체보다도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그 민심을 겸허하게 받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여러가지 지적된 문제들에 대해 국민의 관점에서 세밀하게 꼼꼼하게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번 휴가를 계기로 지금부터 다시 되짚어 보면서 조직과 정책과 과제들이 작동되고 구현되는 과정에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소통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면밀하게 짚어나갈 생각”이라고 답했다.

이어 ‘취임 100일을 마냥 축하드릴 수만은 없는 것이 긍정 평가가 하락하고, 부정 평가는 계속 상승했다’, ‘국민들이 여론조사에서 부정 평가의 가장 큰 이유로 인사 문제를 꼽았는데, 왜 인사 문제가 가장 큰 문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보느냐’는 문동성 국민일보 기자의 질의에 윤석열 대통령은 “조금 전 답변으로 제 입장 말씀드린 것이라고 생각하고. 지금부터 다시 다 되돌아봄으로써 철저하게 챙기고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은 “인사 쇄신이라는 것은 국민을 위해 국민의 민생을 꼼꼼하게 받들기 위해 아주 치밀하게 점검해야 하는 것이지 정치적 국면 전환이라든가 지지율 반등이라고 하는 정치적 목적을 갖고 해서는 안 된다”며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제가 지금부터 벌써 시작했으나 그동안의 대통령실부터 어디에 문제가 있었는지 짚어보고 있다”고 답했다. 인사 쇄신을 국민과 언론 등 외부의 분석 및 해법에 기대기보다 자신이 처음부터 살펴보겠다는 설명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KBS 영상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KBS 영상 갈무리

 

또한 이준석 대표 등 여권 내 내홍에는 답변을 아예 피했다. ‘이준석 전 대표가 최근에 윤 대통령을 겨냥해 여러 지적을 하고 있는데, 여당 내에서 집안 싸움이 계속 이어진다면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노은지 채널A 기자 질의에 윤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민생 안정과 국민의 안전에 매진을 하다 보니 다른 정치인들이 어떠한 정치적 발언을 했는지 제가 제대로 챙길 기회도 없”다면서 “저는 작년 선거운동 과정에서부터 지금까지 다른 정치인들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 어떠한 논평이나 제 입장 표시해본 적이 없다는 점을 생각해주시기 바라겠다”고 했다. 이준석 대표의 비판 기자회견 자체를 챙겨보지도 않았다는 의미로 보인다.

이처럼 민감한 문제에는 원론적 수준의 답변을 하거나 피했고, 외부의 해석과는 거리를 뒀다. 특히 윤 대통령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내부 총질’ 문자메시지를 보낸 이유나 지지율 하락 사태의 책임이 윤 대통령 본인에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견해 등 현재 가장 궁금해 하는 질문과 답변까지 나오지 않았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특보를 진행한 정윤섭 KBS 기자는 기자회견 마무리 이후 “첫 질문부터 궁금했던, 듣고 싶었던 최근의 지지율 하락 이유에 대해 윤 대통령 본인은 어떻게 판단하고 있느냐는 질문이 두 번 정도 있었는데 즉답은 없었다”며 “인사 문제나 내부 총질 문자, 국민의힘 내홍 문제 등 현안이 많은데, 원론적인 답변하면서 궁금했던 내용을 구체적으로 듣지는 못했던 기자회견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만 여러 논란 속에 진행하고 있는 출근길 약식문답(도어스테핑)은 향후에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박미영 뉴시스 기자가 ‘역대 대통령이 하지 않은 도어스테핑을 국민하고 소통하겠다는 취지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답변 논란이나 태도 때문에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런 지적이 나왔을 때 심경이 어땠느냐, 그리고 최근에 조금 변화를 주고 있는데 앞으로 계속 할 것인지 궁금하다’고 질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KBS 영상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KBS 영상 갈무리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계속 하겠다”며 “여러분이 하지 말라고 그러면 할 수 없겠지만. 대통령 중심제 국가라면 대통령의 대통령직 수행 과정이 투명하게 드러나고, 국민들로부터 날선 비판과 다양한 지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그래서 용산으로 왔고, 과거엔 춘추관이라는 별도 건물에 있었으나 저와 참모들이 근무하는 이곳 1층에 기자실이 들어올 수 있도록 조치했다”며 “휴가 중에 저를 걱정하는 분들이 ‘그 도어스테핑 때문에 지지가 떨어진다고 당장 그만두라’는 분들이 많이 계셨으나 그것은 제가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긴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새로운 소통하는 국민들께 제 만들어진 모습이 아니라 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비판을 받는 그런 새로운 대통령 문화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미흡한 게 있어도 계속되는 과정에서 국민들이 이해하시고 미흡한 점이 개선돼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들이 많이 도와 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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