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출범 뒤 첫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놨다. 핵심은 규제 완화와 민간 주도, 공급 확대다. 정부는 민간 재개발·재건축 관련 규제를 대폭 풀어 향후 5년 동안 도심 지역에 주택 270만호를 짓겠다고 밝혔다. 건설사 소유 신문과 보수신문들이 규제 완화 계획을 환영하고 나선 한편, 초과이익환수제 완화로 인한 주거복지 재원 축소 등 완화의 여파를 우려한 신문은 드물었다.

국토교통부는 16일 ‘국민 주거안정 실현 방안’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2027년까지 도심과 역세권에 270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인허가)하겠다고 했다. 서울 등 수도권에 158만호, 비수도권에 광역·자치시 52만호 등 112만호가 공급된다. 사업 유형별로는 도심·역세권 등 정비사업으로 52만호, 3기 신도시를 포함한 공공택지 사업으로 88만호, 기타 민간 자체 추진 사업으로 130만호가 공급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재건축·재개발 관련 규제를 대폭 풀어 민간 주도 정비사업 물량을 늘리겠다고 했다. 먼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완화겠다고 했다. 조합원 한 사람당 이익 규모에 따라 초과이익을 10~50% 환수하는 제도에서 부과 기준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재건축 조합 설립 사전단계인 안전진단 규제도 완화하기로 했다. 향후 5년간 전국에서 22만채의 정비구역을 새로 지정한다.

▲17일 아침신문 갈무리
▲17일 아침신문 갈무리
▲17일 한겨레 3면
▲17일 한겨레 3면

한국일보는 “서울엔 50만 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는데, 이는 지난 5년 실적(32만 가구)과 비교하면 50% 늘어난 것”이라며 “(270만호는) 인허가 기준 역대 최대 공급물량”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향후 5년간 22만호 정비구역 지정은) 지난 5년(12만8000호)에 견줘 9만2000호 많다”며 “국토부는 이번 대책에서 주택공급을 공공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방향을 틀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했다.

▲17일 한국일보 2면
▲17일 한국일보 2면

공공택지에서는 지난해 발표된 3기 신도시(총 26만호)와 별도로 내년까지 15만호 규모의 신규택지 후보지를 발표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주거취약계층 공약으로 내놨던 ‘청년 원가주택’과 ‘역세권 첫집’은 5년 간 약 50만호 공급된다. 공공택지에서 주변 시세의 70% 수준으로 분양되며, 올해 안에 일부 단지가 첫 사전 청약을 받는다. 국토부는 다음달부터 정비사업 규제 완화 방안과 공공이 아파트 건설 지역을 조석하는 신규 택지 후보지를 발표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의 첫 주택공급 대책에 17일 아침신문 1면 표정이 나뉘었다. 특히 지난해 건설사 대기업(호반건설)이 지분 과반(의결권 기준)을 인수한 서울신문은 “재건축 대못 뽑는다”를 1면 헤드라인에 걸었다. 중앙일보는 “재건축 숨통 트인다, 사업 3년 단축 가능”이라고 제목을 뽑았다. 공급자 기업 중심 논조다. 조선일보는 “민간도 도심 개발, 서울에 50만 가구”다.

▲17일 서울신문 1면
▲17일 서울신문 1면
▲17일 중앙일보 1면
▲17일 중앙일보 1면

반면 한겨레는 “규제 풀어 ‘270만호’ 짓는다”고 제목을 뽑고 사설에서 규제 완화 여파를 우려했다. 다른 신문들은 ‘5년 간 270만 가구 공급’과 ‘규제 완화’를 제목 골자로 뽑았다.

▲17일 한겨레 1면
▲17일 한겨레 1면
▲17일 한겨레 사설
▲17일 한겨레 사설

서울신문은 4면에서 민간기업에 인센티브를 줄 것을 주문하면서 규제완화를 환영했다. “실제 입주물량과 다를 수도…확실한 인센티브 없인 민간참여 한계” 기사에서 “실행되려면 주민 동의·민간 기업 참여가 관건이다. 인센티브가 확실하지 않으면 자칫 지구만 지정하고 오랫동안 사업을 추진하지 못했던 과거 뉴타운사업으로 전락할 우려도 없지 않다”고 했다.

이어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하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개선하면 사업성이 좋아져 사업이 활기를 띠게 될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이날 발표에도 구체적인 대안을 확정하지 못했다”며 규제 완화 시행을 재촉했다.

▲17일 서울신문 4면
▲17일 서울신문 4면
▲17일 중앙일보 8면
▲17일 중앙일보 8면

중앙일보는 1면과 이어지는 기사를 통해 “전문가는 민간 주도 공급으로 정책을 전환한 것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빠지고, 두루뭉술한 청사진만 제기됐다”고 했다. 이어 “안전진단 기준 완화…목동·상계동 등 재건축 기대감”에서 “도심 정비사업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3면에서 ‘시장 관심’을 주로 다룬 기사를 일부 내놨다. “재건축 부담금은 (...) 올해 처음으로 부과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시장 일각에서는 최근 몇 년 새 집값이 크게 오른 탓에 부담금이 과도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해왔다”며 정부가 이에 호응해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시장에선 정부가 재건축 완화 방침을 밝히기는 했지만 예상과는 달리 시행 목표 시기를 특정하지 않고 시장 상황을 봐가며 개선안을 찾겠다는 신중 모드를 취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부동산업계에서는 정책의 구체성이 떨어지는 탓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고 전했다.

수해 등 재해에 취약한 반지하 주택 대책과 관련해 신문들은 구체성이 떨어지고 소극적인 대책이라고 평했다.

▲17일 한겨레 3면
▲17일 한겨레 3면

한겨레는 재해 취약주택 거주자에 공공임대주택 연 1만채 우선 공급하는 등 대책을 두고 “전국에 반지하 주택, 고시원 등이 80만채에 이르는 상황에서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고 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의 의견으로 “연 6000채의 이주를 지원하던 기존에도 공공임대주택이 부족해 대기자가 줄을 섰다. 공공임대 확대책이 빠진 채 지원 물량만 1만 채로 늘리는 게 실효성 있을지 의문”이라며 “주택 바우처 등 주거비 지원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실태조사를 벌인 뒤 즉시 지원에 나서겠다”는 발표를 두고 “공공임대 공급 총량은 여전히 전임 정권보다 적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등 주거복지 재원 축소가 예고된 터라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우려했다. 경향신문은 최은영 소장 의견을 빌려 “근본대책으로 요구해온 공공임대 공급 확대 방안은 없고 그나마 나온 대책도 연말로 계획 실현이 미뤄졌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반지하 주거대책’을 두고 “정밀한 실태조사, 응급대책 마련 등 원론에 가까운 내용만 포함됐다”고 했다.

▲17일 경향신문 2면
▲17일 경향신문 2면

서울신문은 이날 1면에 ‘반지하 내몰린 아이들’을 제목으로 ‘서울시 아동가구 주거실태 조사 보고서’를 보도하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서울 18세 미만 아동이 있고 지하와 옥상에 거주하는 가구는 83만 8696가구 가운데 4만 594가구다. 서울신문은 “반지하 주거 상향대책과 맞물려 그동안 소외돼왔던 ‘아동 주거권’이 우선 보장돼야 한다”며 “무주택자 등에게 정책 우선순위가 밀리기 때문에 아동 가구에 한해서라도 새로운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17일 서울신문 1면
▲17일 서울신문 1면

윤석열 정부 출범 100일, 신문들의 열쇳말은 ‘위기‘

일부 신문은 윤석열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1면에 기획보도를 냈다. 한국일보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향신문은 국정 열쇳말로 ‘위기’를 꼽았다. 중앙일보는 ‘후보 윤석열 만났던 10인’을 골라 인터뷰했다. 국민일보는 윤 대통령이 각 정부부처 실국장급에 ‘검증을 최소화’해 인사에 속도를 내도록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17일 한국일보 1면
▲17일 한국일보 1면

한국일보는 이날 1면 머리기사 ‘대선 때 윤석열 찍은 10명 중 4명 등 돌렸다’에서 정부 출범 100일 18세 이상 1000명 여론조사 결과를 밝혔다. 한국일보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선택한 '2030세대 남성' 10명 중 6명은 등을 돌렸다”며 “중도·보수층 중에서도 10명 가운데 3, 4명이 윤 대통령 지지의사를 접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지지기반이 취임 100일 만에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핵심 지지기반인 보수층의 절반은 부정평가를 내렸다.

▲17일 한국일보 1면
▲17일 한국일보 1면

경향신문은 ‘위기 또 위기…출구 못 찾는 국정’에서 “100일의 시간을 관통하는 단어는 ‘위기’다”라며 “취약한 기반 위에 출범한 뒤 연달아 위기를 맞고, 이를 수습하는 데 국정 동력을 소진했다”고 했다. “변화는 수시로 리스크가 됐다”며 “대선 과정부터 제기된 배우자·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리스크도 현실화했다. 민정수석실과 제2부속실 폐지는 ‘족쇄’로 지적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 출범 100일을 계기로 신뢰를 회복할 돌파구를 찾을지 향후 한국 사회 진로가 달렸다”고 했다.

▲17일 경향신문 1면
▲17일 경향신문 1면

국민일보는 ‘복수의 여권 고위관계자 말’을 종합해 “윤 대통령은 지난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각 부처 실·국장급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검증작업을 최소화하라, 각 부처는 장관 책임하에 인사작업을 속도감 있게 진행해 달라’고 주문했다”고 전했다. 국민일보는 “윤석열정부에서 교육부·보건복지부를 제외하고는 장관이 임명됐다. 그러나 실무를 지휘하는 실·국장 인사는 정부 출범 석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이라고 했다.

▲17일 국민일보 1면
▲17일 국민일보 1면
▲17일 중앙일보 4면
▲17일 중앙일보 4면

중앙일보는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 △김지희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원 △노정태 서양철학자 △이종찬 전 국정원장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 △정승국 중앙승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등 10명을 인터뷰해 윤 대통령의 국정을 평가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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