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둥이(미숙아의 순화 표현) 출생이 증가하는 가운데 이른둥이 지원을 위해 정부가 나서서 ‘모유은행’을 설립·지원해야 한다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한모유수유의학회·대한신생아학회·유니세프한국위원회와 함께 8일 국회에서 토론회 ‘이른둥이 살리는 모유은행 설립과 지원방안은?’을 개최했다. 

발제를 맡은 신손문 인제대 부산백병원 교수(유니세프한국위원회 BFHI위원장)는 출생아 수 감소에도 이른둥이 출생이 증가하고 있고, 이른둥이의 경우 모유수유가 도움이 되지만 모유 수유가 원활하지 않은 점 등을 언급하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2020년 합계출생률은 0.84명을 기록했지만 이른둥이 출생비율은 2000년대 초반 3~4%대에서 꾸준히 증가해 2020년에는 8.1%를 기록했다. 

모유 수유는 아이뿐 아니라 엄마에게도 좋다고 했다. 신 교수는 “이른둥이의 성장과 발달을 위한 영양분을 제공하고 감염에 대항할 수 있도록 면역력을 증가시키며 수유 중 산소 공급과 체중조절, 구강발달, 턱 근육 강화 등 생리적 안정과 정서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특히 이른둥이에게 치명적인 괴사성 장염이나 패혈증 등 질병을 예방한다”라고 했다. 이어 “(엄마에게는) 출산하고 나서 임신 전의 상태로 회복하는 것을 돕고 심혈관 질환과 암 발생을 줄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 강동경희대병원에 입원해있는 이른둥이. 사진=KBS 보도화면 갈무리
▲ 강동경희대병원에 입원해있는 이른둥이. 사진=KBS 보도화면 갈무리

그러나 예상보다 일찍 아이를 출산하면 모유량이 부족하거나 아이의 건강, 엄마의 질병 등의 이유로 바로 모유를 수유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 따라서 이른둥이가 엄마의 모유를 먹지 못할 경우 대신 기증받은 모유를 사용하는 게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소아과학회의 ‘모유수유 및 기증모유 사용에 관한 권고안’을 보면 “상당한 노력에도 모유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저온 살균된 기증모유를 사용해야 한다”라고 권고하고 있다. 

신 교수의 발제와 정성훈 강동경희대병원 모유은행장, 김주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등의 토론을 종합하면 해외에선 모유은행이 활성화한 나라들이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는 북미모유은행연합에 30개 모유은행이 있는데 미국 법에 따라 비영리기관으로 운영하며 식품의약처 규제에 따르고 있다. 유럽에는 유럽모유은행연합에 참여하는 30개국 281개 모유은행이 있다. 아직 모유은행을 규율하는 법제는 마련돼 있지 않지만 EU의 ‘혈액·조직 및 세포 법안’으로 기증모유의 입법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해석이 있다. 

그 외에도 브라질은 1985년 모유은행을 처음 설립해 217개 모유은행을 운영하고 있고, 싱가폴의 경우 3개, 호주는 5개, 인도는 2개 모유은행을 설립했다. 반면 한국의 경우 비영리기관의 경우 사실상 강동경희대병원이 유일하다. 익산 제일산부인과의 경우 해당 병원에서 아이를 낳은 경우에만 다른 산모의 모유를 기증받을 수 있고, 한국모유연구소 모유은행(밀키웨이)는 영리기관이다. 

국내에는 강동경희대병원에서 2006년 개원 이후 무료로 모유를 기증받아 모유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병원에서 모유은행장을 맡은 정성훈 교수에 따르면 기존에는 택배로 모유를 보내다가 보관 등의 문제로 얼린 모유를 퀵서비스로 보내고 있다. 퀵서비스 비용은 받는 쪽에서 부담하고 기존 120cc, 현재 50cc를 3360원이라는 최소한의 금액만 받고 보내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에서 과거 이 병원 모유은행에서 모유를 제공받기도 했다. 

▲ 정성훈 강동경희대병원 모유은행장 인터뷰 내용. 2016년 12월 KBS 보도화면 갈무리
▲ 정성훈 강동경희대병원 모유은행장 인터뷰 내용. 2016년 12월 KBS 보도화면 갈무리

정 교수에 따르면 모유 기증자는 분만 후 12개월 이내 건강한 산모로 혈액검사지를 제출하고 기증자 건강력을 확인해 선정하고 모유 기증자에게는 감사증과 함께 한국유니세프가 제공하는 간소한 선물만을 제공하고 있다. 기증받은 모유는 살균해서 급속 냉동시키는 과정 등을 거치는데 관련 장비가 2006년 개원시 사용하던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노후됐다고 한다. 게다가 모유은행이 적자로 운영되기 때문에 새로운 설비 투자가 용이 하지 않은 상황에다. 정 교수는 “이제 정부가 나서서 모유은행을 지원할 때”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신 의원이 민간대학병원인 강동경희대병원에서 운영하는 모유은행의 실태를 알리고 정부 차원의 모유은행 설립 필요성을 지적했다. 이에 내년 1월부터 보건복지부와 식약처는 ‘기증모유 지원 시범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신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시범사업을 넘어 전국으로 확대시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주경 입법조사관은 “이미 각종 플랫폼을 기반으로 모유를 직접 거래되고 있어 모유의 윤리적 유통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근본적으로 이 문제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라며 “2017년 캄보디아에서는 미국에 모유를 수출하지 못하도록 법을 만들었는데, 국제적으로 수유 중인 여성을 성적·경제적으로 착취할 우려가 있고 이미 사적거래가 활성화하고 있기 때문에 기증모유의 윤리적 유통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조사관은 “모유은행을 정부가 직접 운영하며 비용을 감당해 이른둥이에게 모유를 공급하는 방안과 민간이 운영하되 모유가격을 비용으로 책정하고 저소득층의 경우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할 수 있다”며 “강동경희대병원 모델을 활성화하려면 각 대학병원이 모유은행을 설립하고 정부가 지원해주되 국민건강보험에서 충당하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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