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출입하는 중앙일보 사회부 법조팀 기자의 기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술자리에서 기자를 폭행한 변호사가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이 발생한 지 9개월 만이다.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1부(부장검사 박혁수)는 중앙일보 기자를 폭행한 이아무개 변호사에 특수상해와 협박, 재물손괴 등의 혐의를 적용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불구속 기소했다. 첫 공판은 오는 9월6일이다.

당초 이 변호사는 경찰에 단순 폭행 혐의로 입건됐으나, 이후 ‘특수상해’ 혐의로 바뀌어 검찰에 송치됐다. 형법 특수상해 조항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상해의 죄를 범한 때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남기명 공수처 설립준비단장(왼쪽부터),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추미애 법무부장관,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초대 처장이 지난해 1월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 제막식에서 현판식을 갖고 있다. ⓒ 연합뉴스
▲남기명 공수처 설립준비단장(왼쪽부터),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추미애 법무부장관,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초대 처장이 지난해 1월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 제막식에서 현판식을 갖고 있다. ⓒ 연합뉴스

미디어오늘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11월10일 밤에서 11일 새벽 사이, 이 변호사는 서울 서초구 교대역 인근 와인바에 동석한 중앙일보 사회부 법조팀 소속의 공수처 출입 기자(B기자)를 폭행하고, B기자와 C기자에게 폭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중앙일보 소속 B기자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취재 목적 등으로 이 변호사와 저녁 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는 같은 회사 C기자도 있었다. 저녁 식사 후 이 변호사와 B기자, C기자는 서울 서초구 교대역 인근 와인바로 자리를 옮겨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시던 중 이 변호사는 공수처 검사와 통화를 하겠다며 잠시 자리를 떴다. 전화를 끊고 자리로 돌아온 이 변호사는 B기자에게 돌연 폭언하기 시작했다. 경찰의 두 차례 피해자 조사에서 B기자는 “술자리에서 신문기자 직업을 잘 이해한다고 했던 이 변호사가 공수처 소속 검사와 통화한 뒤 내가 쓴 공수처 인사 관련 기사를 문제 삼으며 ‘XX, 너는 기사를 어떻게 썼길래 (공수처 검사가) 너를 X같이 말하냐’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B기자는 이어 “이 변호사가 ‘(자신의) 부인이 청와대에 있고 대통령이랑 친한 실세다. 내가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랑 친하다. 홍 회장한테 말해서 너를 자르게 하겠다’고 말했다”고도 진술했다.

B기자에 따르면 이 변호사는 폭언 뒤 와인잔에 있던 와인을 B기자에게 뿌린 뒤 와인병을 던졌다. 이 변호사가 테이블을 들어 엎으면서 깨진 유리 조각에 B기자의 손가락이 찢어졌고, B기자는 여섯 바늘을 꿰매 ‘전치 2주’ 진단을 받았다. 이를 지켜본 다른 테이블 손님이 경찰에 신고를 했고, 서초파출소 소속 경찰이 출동해 현장을 수습했다.

사건 발생 후인 지난해 11월11일 오전 8시경 이 변호사는 B기자와 C기자에게 카카오톡으로 기프티콘을 보내며 같은 날 새벽에 있었던 일을 사과했다.

당시 미디어오늘은 이 변호사에게 전화와 문자로 △중앙일보 기자들에게 폭언과 폭행한 이유가 공수처 검사 관련 비판 기사 때문인지 △공수처 검사와 통화한 뒤 이뤄진 폭행인지 △홍석현 회장과의 친분과 배우자의 직업을 거론하며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위협했는지 등을 물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이 변호사는 한 법무법인에 재직 중이며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선거 경선 후보 캠프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 징계를 받았으나 불복한 상황이다. 앞서 지난 5월 대한변호사협회는 이 변호사가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이씨는 대한변협의 징계 처분에 불복해 곧바로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변호사징계규칙’을 보면 징계위원회의 결정에 불복이 있는 징계혐의자 및 징계개시 신청인은 결정의 통보 및 통지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협회를 경유해 법무부변호사징계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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