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6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고 거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통령의 당무 개입 여부가 논란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당대표 직무대행)과 윤 대통령이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이 대표를 향한 불만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되며 이 대표 징계 과정에 대통령실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세달 만에 10만명에 이르고 당분간 확산세가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과학방역’을 강조했던 윤석열 정부는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 검사나 치료지원 비용을 대폭 삭감하면서 일상을 지속하는 ‘숨은 확진자’가 증가한 것도 문제다. 

윤 대통령이 여성가족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여가부 업무를 총체적으로 검토해 여가부 폐지 로드맵을 조속히 마련하라”라고 지시했다. 국정 지지율이 폭락한 가운데 여가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여가부 폐지를 다시 꺼내들자 보수 매체에서도 이에 대한 비판을 내놨다. 

▲ 27일 전국단위 아침신문 1면 모음
▲ 27일 전국단위 아침신문 1면 모음

 

원색적 표현으로 본심 드러낸 윤석열

27일자 아침신문들은 권 원내대표 휴대폰을 통해 공개된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전했다. 

휴대폰 메시지 노출에 대해 권 원내대표는 “제 부주의로 대통령과 사적인 대화 내용이 노출되며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은 전적으로 제 잘못”이라며 “이유를 막론하고 당원동지들과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계일보는 정치면 “이준석 겨냥 본심 드러낸 尹…李 징계 개입 가능성 논란 일어”란 기사에서 “대통령실이 이 대표 징계 과정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며 “현직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겨냥해 원색적인 표현을 동원해가며 비난한 사실이 일반에 공개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자 국민의힘 내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일 이 대표 징계 확정 후 출근길에서 “저도 국민의힘 당원으로서 안타깝다”며 “대통령으로서 당무를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했다. 

▲ 27일 한겨레 만평
▲ 27일 한겨레 만평

 

경향신문도 정치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 ‘이준석 불만’ 들킨 윤 대통령”이란 기사에서 “이 대표에 대한 윤 대통령의 불편한 감정이 공개적으로 드러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라며 “이 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의 중징계 처분에 윤 대통령 의중이 반영됐다는 의혹이 커지는 등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또 “당 내홍에 개입하지 않겠다던 윤 대통령의 원칙에도 의구심이 커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자세하게 풀이했다. 이 신문은 “윤 대통령의 말을 풀어보면 ‘내부 총질’을 하던 이 대표가 중징계를 받아 직무정지가 되고 권성동 대행 체제로 바뀐 후 당이 좋아졌다는 뜻”이라며 “당 지도체제에 대한 ‘윤심’이 드러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 27일자 경향신문 1면 사진기사
▲ 27일자 경향신문 1면 사진기사

 

조선일보도 6면 기사에서 “문자를 보면 윤 대통령이 친윤으로 지도부를 구성해 당에 대한 친정 체제를 구축하려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며 “‘계속 이렇게 해야’라고 한 것은, 당내 이견 없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뜻”이라고 보도했다. 당내 분란 가능성도 예측했다. 이 신문은 “이날 저녁 국민의힘 홈페이지 당원 게시판에는 ‘당원이지만 현 정부 반대에 앞장설 것’, ‘윤 대통령이 이준석 쫓아냈다’는 글이 수십건씩 올라왔다”고 전했다. 

야당에서는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당무에 개입하지 않겠다던 윤 대통령의 말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허언이었나”라며 “윤 대통령은 이 대표 징계에 관여했는지 분명히 밝히기 바란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별 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 대표는 SNS에 울릉도 방문 게시글만 올렸다.

윤 대통령의 텔레그램 메시지 이용이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세계일보는 “분실이나 해킹 등 대통령 휴대폰의 보안 문제와 메시지 노출 위험성 등으로 인해 역대 대통령들은 개인 휴대폰 사용을 자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한편 권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답장을 입력하는 장면도 포착됐는데 “강기훈과 함께”라고 적었다. 정치권에선 1980년생인 강씨가 대통령실에 근무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그는 2019년 보수 성향 정당인 ‘자유의 새벽당’ 창당을 주도해 대표를 지낸 인사다. 

‘과학방역’ 주장하던 정부 대책은 4차 백신?

26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까지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9만7617명이다. 위증증 환자도 계속 늘고 있다. 전날보다 20명 많은 168명으로 54일 만에 최고치다. 방대본에선 향후 2~3주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이라면서 ‘자발적 방역’ 동참을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1면과 8면에서 정부가 코로나 검사비와 생활비 등 지원을 축소하면서 통계에 잡히지 않는 확진자가 늘고 있는 현상을 다뤘다. 해당 기사를 보면 기침·발열 등 코로나 증상이 확실하더라도 의료기관에서 진단을 받지 않은 채 일상을 사는 ‘숨은 확진자’가 재유행의 원인으로 지목받는데 치료비나 격리기간 지원비가 줄면서 생계유지를 위해 일을 놓지 못하는 사람이 곳곳에서 확인되기 때문이다. 

▲ 27일 중앙일보 8면 기사
▲ 27일 중앙일보 8면 기사

 

전 국민에게 지급하던 격리기간 생활지원비(2인 이상 가구 1일 15만원)는 지난 11일부터 가구당 소득이 기준중위소득 100% 이하인 가구에만 지급되고 있고, 모든 중소기업에 지원하던 격리기간 유급휴가비도 30인 미만 사업장으로 축소했다. 재택치료 비용 지원은 중단했다. 병·의원에서 진행하는 신속항원검사는 유증상일 때 5000원 정도만 내면 받을 수 있지만 무증상이면 몇배의 검사비를 받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중앙일보에 “실제 확진자는 방역 당국 발표 수치의 두배인 20만 명일 것으로 보인다”며 “자가진단키트 양성이라도 증상이 약해 치료받을 게 없다는 생각에 검사받지 않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사설 “신규 확진 10만명 육박, ‘휴가철 폭증’ 대책 안 보인다”에서 “윤석열정부가 약속했던 과학방역은 온데간데없고 희망고문만 되풀이된다”며 “질병청과 대한의사협회가 발표한 공동입장문도 외출과 대규모 행사 참석 자제나 재택근무·원격수업 등을 권고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늘 자율적 거리두기 실천 방안도 발표하는데 코로나19가 퍼져도 ‘알아서 피하라’는 각자도생을 강요하는 말로 들린다”고 우려했다. 

세계일보는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5는 면역과 백신 회피특성이 강한데도 방역대책은 4차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정도”라며 “백신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이런 대책이 효과를 낼 리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학적 분석을 토대로 빈틈없는 방역전략을 짜 코로나19 확산세에 제동을 거는 게 급선무”라며 “기저질환자와 고령자 등 고위험군 보호 차원에서 충분한 병상을 확보하고 먹는 치료제 처방 간소화 등 가능한 대응책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보건복지부 장관은 공석이다. 세계일보는 “최근 감염자 4명 중 1명이 20세 미만인데 청소년 감염 폭증의 이유를 분석해 그 해법을 서둘러 마련하기 바란다”라며 “엄중한 시기에 주무부처인 복지부 장관의 공석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가부 폐지, 여가부에 요구하면 제대로 된 안이 나오나

윤 대통령이 여가부 장관에게 여가부 폐지를 지시한 것으로 두고 비현실적 주문이란 평가가 나온다. 동아일보는 사설 “부처 폐지를 부처에 요구하면 제대로 된 案이 나올까”에서 “부처의 신설이나 폐지, 기능 조정 등을 담는 정부조직 개편안은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을 보여주는 밑그림으로 그동안 대통령실의 지휘 아래 마련돼 왔다”며 “관료 사회의 생리상 부처 스스로 권한을 내려놓지 않는 까닭”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올해 주요 사업을 의욕적으로 들고 온 여가부에 폐지안을 주문했으니 그 안이 제대로 나오겠는가”라며 “여가부는 ‘내부적으로 전략추진단을 만들어 간담회를 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여성 및 가족 정책 전문가로 구성된 전략추진단이 과연 부처 폐지 의견을 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라고 비판했다. 

결국 정치적 레토릭이며 불필요한 갈등만 부추긴다는 전망이 나온다. 동아일보는 대선 당시 여가부 해체를 약속한 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추진을 보류했고, 지난주 장차관 국정과제 워크숍에서도 논의되지 않은 점을 거론하며 “대통령의 여가부 폐지안 주문이 정치적 임기응변이 아닌 국정 운영의 큰 틀에서 이뤄진 것인가 하는 의문을 지우기 어렵다”고 했다. 

또한 “여가부 폐지를 담는 정부조직법은 행정안전부 소관이고 국회 입법 사항”이라며 “여가부를 재촉해봤자 불필요한 젠더 갈등만 부추길 뿐 진행이 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짚었다. 이 신문은 “실질적 양성평등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맞게 여가부 역할과 기능을 개편하려면 충분한 사회적 논의부터 거치는 것이 순서”라고 조언했다. 

▲ 27일 중앙일보 사설
▲ 27일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여가부 폐지에 대해 반대 입장을 냈다. 사설 “여성가족부 폐지보다 고유 역할 재정비하길”에서 “윤 대통령의 ‘여가부 폐지’ 언급 자체가 합리적 논의를 막을 정도의 반발을 불러올 우려가 있다”라며 “여가부 폐지가 정치적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당초 설립 취지를 살리고 고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조직을 개혁해야 소모적 논쟁이나 젠더 갈등을 피할 수 있고 진정으로 국민에게 환영받는 부처로 거듭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 미디어오늘은 여러분의 제보를 소중히 생각합니다. 
news@mediatoday.co.kr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