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언론사에서 창간기념일을 앞두고 일선 기자들에게 각 출입처에서 난(蘭) 등 화분을 받아올 것을 요구해 논란이다. 

오는 8월8일 창간 34주년을 맞는 경기일보 취재기자들은 과거 창간기념일에 ‘난’, ‘화분’, ‘화분:나무’ 등을 보낸 이들의 명단과 날짜 등이 적힌 문건을 전달받았다. 과거 사례를 참고해 각자 출입처에서 선물을 받아오라는 지시인 셈이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해당 문건을 보면 경기·인천 지역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 국회의원, 기업 임원, 경찰 관계자, 공공기관 임원, 타 언론사 대표나 언론 관계자 등 100여개의 단체나 관계자 명단이 기재돼있다. 

▲ 지난 2020년 경기일보 창간기념행사 영상 갈무리. 사진=경기일보 유튜브
▲ 지난 2020년 경기일보 창간기념행사 영상 갈무리. 사진=경기일보 유튜브

기자들이 출입처에서 자신의 언론사 행사를 위해 화분 등을 받아오도록 하는 동원하는 행위에 일부 기자들은 비판 정서를 드러내기도 했다. 익명앱 ‘블라인드’에는 “말이 되냐”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창간이랍시고 기관마다 가서 난 구걸해오라고”라며 “왜 아무도 이런 거 신고 안함”이라는 내용이었다. 해당 글에는 “대규모 이직 사태에 노조 차원에서 움직임이 필요할 것 같다”는 댓글도 달렸다. 

경기일보는 20여년 전부터 창간기념일을 전후해 각계 유력인사에게 축전, 화분, 난, 액자, 화환을 받아왔고 이를 보낸 이들의 명단과 직책을 경기일보 홈페이지에 알려왔다. 

▲ 20년전 경기일보 창간 14주년 축하 선물을 보낸 주요 인사 명단 일부. 사진=경기일보 홈페이지
▲ 20년전 경기일보 창간 14주년 축하 선물을 보낸 주요 인사 명단 일부. 사진=경기일보 홈페이지

출입처에 난을 받아오라는 요구에 대해 편집국 내에선 ‘기자로서 부적절한 행위이며 시대착오적인 요구’라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이미 쌓였던 불만이 이번 사건으로 터져 나오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경기일보 편집국 규모가 100명이 채 안 되는데 올 상반기에만 열명 이상 퇴사했다. ‘조직문화가 문제’라는 평가다. 

구성원들도 회사 측에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정자연 전국언론노조 경기일보지부장은 지난 2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노조가 기자협회와 함께 편집국장을 통해 사측에 ‘부당한 일이 없도록 해달라’라고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용성 경기일보 편집국장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소통과정에서 의도와 다르게 문제가 있었다”며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오해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자들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앞으로 이런 일이 절대 없도록 하겠다”라고 답했다. 

퇴사한 기자가 많은 것에 대해 이 국장은 “이직한 기자들도 있었고, 일부 기자들은 퇴사하면서 ‘이런 부분은 고쳐줬으면 좋겠다’는 건의도 했다”라며 “대책을 마련하려고 관련 회의를 하고 새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경기일보 측은 난을 받아오라는 것이 회사 차원의 지시가 아니었다고 했다. 경기일보 한 임원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부서장들, 데스크가 했을지는 모르겠지만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회사 차원에서 그런 지시를 내린 적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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