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올라온 폭력적인 범죄 영상을 기사와 함께 그대로 내보낸 부산일보, 뉴시스, 헤럴드경제, 조선닷컴, 이데일리 등에 ‘경고’ 조치가 결정됐다. 지난달 한국신문윤리위원회 회의에서만 폭력적 범죄 영상 게재를 이유로 이데일리는 세 차례, 조선닷컴은 두 차례 경고를 받았다. 

지난달 8일 제965차 회의에서 신문사들의 자율규제 기구인 한국신문윤리위원회(신문윤리위·위원장 김소영 김앤장 변호사, 전 대법관)는 지난 5월 울산 도심 한 복판에서 벌어진 집단폭행사건의 영상을 보도한 부산일보, 뉴시스, 헤럴드경제, 조선닷컴, 이데일리에 ‘경고’ 제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10대 집단폭행 영상을 실은 이데일리, 한경닷컴 등 온라인매체에 대해서도 각각 ‘경고’ 결정을 내렸다. 또한, 미국 담배가게에서 벌어진 총격사건의 영상을 보도한 조선닷컴, 중앙일보, 이데일리에 대해서도 각각 ‘경고’ 조치를 내렸다. 

신문윤리실천요강 ‘선정보도 금지 원칙’을 보면 폭력 등 기타 위법적이거나 비윤리적 행위를 보도할 때 잔인한 내용을 포함하는 등 선정적으로 보도해서는 안 된다. ‘청소년과 어린이 보호 원칙’에 따르면 폭력 등의 장면을 미화하거나 지나치게 상세하게 보도해 어린이에게 유해한 환경을 조성하지 않도록 특별히 경계해야 한다.

▲ 부산일보 5월 18일 기사 '울산 도심 한복판서 무자비한 집단폭행…조폭 추종세력 등 5명 검거' 갈무리.
▲ 부산일보 5월 18일 기사 '울산 도심 한복판서 무자비한 집단폭행…조폭 추종세력 등 5명 검거' 갈무리.

‘경고’ 제재를 받은 부산일보 등 5개 매체는 울산에서 폭력조직 추종 세력인 피의자 5명이 행인에 시비를 걸어 집단 폭행한 사건을 보도하면서 당시 폭력장면을 담은 2건의 영상을 그대로 실었다. 첫 번째 영상은 3명의 건장한 남성이 쓰러진 남성을 폭행하다가 이를 말리는 행인에게 주먹질하는 장면이다. 두 번째 영상은 2명의 남성이 쓰러진 남성을 발로 차며 폭행하는 장면이다. 

기사는 이 장면을 거의 그대로 노출했거나 선명하게 보이도록 처리했다. 특히, 조선닷컴과 이데일리는 모자이크 처리도 하지 않아 잔인한 폭행 장면이 선명하게 보이도록 게재했다. 뉴시스는 물건을 던져 피해자를 공격하고, 말리는 사람에게 달려들어 폭행하는 등 폭행이 이뤄지는 과정 대부분을 노출했다.

▲ 이데일리 5월 20일 '(영상)"안 비켜?" 울산의 조폭 추종 세력…행인 집단폭행' 기사 갈무리.
▲ 이데일리 5월 20일 '(영상)"안 비켜?" 울산의 조폭 추종 세력…행인 집단폭행' 기사 갈무리.

 

▲ 뉴시스 5월 18일 기사 '"왜 안 비켜" 행인들 집단폭행…조폭 추종세력 5명 검거' 영상 갈무리.
▲ 뉴시스 5월 18일 기사 '"왜 안 비켜" 행인들 집단폭행…조폭 추종세력 5명 검거' 영상 갈무리.

이밖에도, 이데일리와 한경닷컴은 지난 5월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서 벌어진 청소년 폭행 사건을 기사화하면서 10대 여학생들이 한 명의 여학생을 폭행하는 영상을 실었다. 영상에서 가해 학생들은 피해 학생에게 담뱃불로 위협하며 뺨을 때리거나 돌아가며 엉덩이를 발로 차며 집단폭행했다. 

▲ 이데일리 5월 10일 '(영상) “담배빵 맞을래? 엉덩이 깔아” 공포의 10대 집단폭행 현장' 기사 갈무리.
▲ 이데일리 5월 10일 '(영상) “담배빵 맞을래? 엉덩이 깔아” 공포의 10대 집단폭행 현장' 기사 갈무리.
▲ 한경닷컴 5월11일 기사 '천호동 공사현장 공포의 10대 집단폭행 '충격'' 갈무리.
▲ 한경닷컴 5월11일 기사 '천호동 공사현장 공포의 10대 집단폭행 '충격'' 갈무리.

이들 기사는 “피해자가 ‘돈 주는 거로 끝내면 안 될까?’라고 말하며 울먹이자 가해 학생들이 위협하며 뺨을 때리고”, “‘엉덩이 깔아’라고 말하면서 A양에게 벽을 보고 뒤돌아 서 있으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가해 학생들은 피해자가 눈을 맞아 아파하자 ‘눈 뜰 수 있잖아’, ‘뭐가 아파’, ‘이 XX, 엄살 XX 심해’라며 비웃었다”고 보도하는 등 잔혹한 폭행 장면과 위협적인 대화를 여과 없이 기술했다.

한편, 조선닷컴, 중앙일보, 이데일리 등 지난 5월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을 영상과 함께 기사화한 매체 3곳에도 ‘경고’ 조치가 내려졌다. 특히, 조선닷컴과 중앙일보 영상은 강도들이 넘어지며 후퇴하면서도 계속 점원을 향해 권총을 난사하는, 근접 총격전 장면도 담았다. 

▲ 중앙일보 5월 6일 '강도 들이닥치자 직원도 총 '탕탕'…美담배가게 4대1 총격전 [영상]' 기사 갈무리.
▲ 중앙일보 5월 6일 '강도 들이닥치자 직원도 총 '탕탕'…美담배가게 4대1 총격전 [영상]' 기사 갈무리.

영상은 총격전으로 매대와 진열 물건은 박살나고 파편은 튀는 등 생생한 장면을 적나라하게 노출했다. 기사를 보면 강도 중 한 명은 총상을 입어 숨졌다. 결과적으로는 사람이 총에 맞아 죽는 장면까지 담고 있는 영상을 여과없이 게재한 셈이 됐다. 

신문윤리위는 “언론이 SNS에 올라온 영상을 기사화하면서 폭력영상이 크게 늘고 있다”며 “이들 영상에 노출된 청소년 및 어린이에게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신문윤리위 위원은 총 12명이다. 황진선 독자불만처리위원, 김석종 경향신문 사장, 황수정 서울신문 편집국장, 김영희 한겨레 논설위원실장, 남궁창성 강원도민일보 서울본부장, 이재성 한겨레 경제에디터,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선구 한국신문협회 광고협의회장, 하영춘 한경닷컴 대표, 김영 전라북도문학관장, 윤호영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김도진 대전보건대 교수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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