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51일째 이어져온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이 마무리됐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와 ‘대우조선 해양 사내협력회사 협외희’는 지난 22일 4.5%(업체별 평균) 임금 인상, 고용계약 최소 1년 단위 체결, 재하도급 금지 등 방안에 잡정 합의했다. 23일 아침신문들은 일제히 대우조선 하청 노사협상 타결 소식을 전했다.

보수언론은 파업 자체를 ‘불법’, ‘생떼’라고 규정하며 이번 파업으로 인한 피해 금액과 노노갈등 프레임을 강조하며 부정적으로 묘사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노동자들의 파업을 두고 ‘불법 점거 뒤 생떼 되풀이’, ‘왜 했는지도 모를 명분 없는 불법 파업’이라는 표현을 썼다. 

▲ 23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 23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조선일보의 1면 기사 ‘대우조선 파국 막았지만, 불씨도 남겼다’의 부제목은 ‘대우조선 하청 파업 51일만에 타결… 8000억 피해 남겨’였다. 기사는 “8000억원이 넘는 피해를 낸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불법 파업 사태가 51일째인 22일 극적으로 타결됐다”며 “지난달 화물연대 파업에 이어, 윤석열 정부 들어 최대 규모의 불법 파업에 공권력 투입까지 검토되는 위기 국면을 맞았지만 가까스로 파국을 피했다”고 했다. 

이어진 3면 기사의 제목은 ‘툭 하면 ‘독’ 불법점거뒤 생떼 되풀이… 대우조선 위기 내몰았다’였다. 부제목은 ‘하청노조 51일 불법파업… 노사 모두에 상처만 남겨’다. 기사는 “실제 하청지회는 이번 사태 이전에도 지난해부터 4차례나 독을 점거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잘못된 선례가 반복되면서 민주노총이 사업장의 핵심 시설을 장악한 뒤 이를 볼모로 협상에 나서는 전략을 이번에 또 들고 나온 것”이라고 했다. 

▲ 조선일보 3면 기사 갈무리.
▲ 조선일보 3면 기사 갈무리.

아울러 “직원 수백 명은 지난 18일부터 휴업 대상자가 되면서 최근 3개월 평균임금의 70%만 받는 손해까지 입었다. 여기에 하청지회 조합원들이 비조합원인 동료 근로자들의 출근을 저지하고 몸싸움까지 벌인 상황이라 갈등을 봉합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며 “대우조선해양은 또 이번 파업 기간 동안 동시에 4척을 건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 1독의 진수 작업이 막히면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고도 강조했다.  

사설에서는 “사업장의 핵심 시설을 장악하고 이를 볼모로 극렬 투쟁을 벌여도 그간 별다른 책임을 묻지 않으니 이런 일을 또 벌인 것”이라며 “왜 했는지도 모를 명분 없는 불법 파업 때문에 그동안 우리 사회가 입은 피해는 막대하다. 민노총 계열의 강성 노조가 툭하면 불법 파업에 나서고 견디다 못한 사측이 책임을 면제해주고 타협하는 악순환이 노동 현장에서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극렬 파업을 벌인 불법 행위자 전원에 대해 끝까지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불법에 책임을 지우지 않으면 불법은 영원히 계속된다”고 했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공권력 투입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한 건 다행이지만 불법 파업의 여파는 컸다. 대우조선해양은 파업 피해를 7845억원으로 추산했다”며 “대우조선해양은 이미 심각한 부실기업이다. 지난 3월 말 부채 비율은 546.6%다. 생존이 위태로운 지경”이라고 했다. 

▲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그러면서 “파업을 지지하는 시민단체들이 전국에서 ‘희망버스’를 타고 어제 거제 옥포조선소에 결집했다. 2011년 한진중공업 사태 때 처음 등장한 ‘희망버스’를 부산 현지 주민들은 교통난과 폭력 시위를 유발한다며 ‘절망버스’라고 불렀다”면서 “당시 진보경제학자인 고(故) 김기원 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희망버스를 주도하는 분들은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구호로 내걸고 있다. 그런데 그런 세상은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아니다…그런 구호는 접어야 한다. 목표가 실현 가능해야 운동도 지속 가능하다”라고 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3면 기사 ‘‘추가 손배소 않겠다’는 조항 비공개…노사갈등 불씨 남아’에서 이번 파업을 ‘승자 없이 패자만 남은 파업’으로 규정했다. 기사는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의 파업사태가 대우조선, 하청업체, 근로자, 지역사회 모두에 피해를 남기고 22일 마무리됐다”며 “재계와 노동계 모두에서 ‘승자는 없고 패자만 남았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했다. 

▲ 동아일보 3면 기사 갈무리.
▲ 동아일보 3면 기사 갈무리.

아울러 “조선소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독이 마비되는 것을 본 해외 선사들이 선뜻 대우조선에 건조 물량을 발주할지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 또 선박 인도 지연에 따른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뢰도 하락도 우려된다”며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그룹과의 인수합병이 무산된 후 새로운 인수 후보자를 찾는 데도 이번 파업이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사설에서는 “노사가 합의한 실제 임금 인상 폭은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비노조원들이 각 업체와 계약한 평균 인상률보다 낮았고, 명절과 여름 휴가비는 40만∼50만 원 정도”라며 “이 정도 합의는 노사 간 대화만으로도 가능했을 것이다. 투쟁으로 모든 문제를 풀려는 파업만능주의 때문에 노사 양쪽 모두 큰 상처만 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노사정은 대화의 테이블에서 인내심을 갖고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투쟁과 떼쓰기로는 어느 것 하나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 동아일보 사설 갈무리.
▲ 동아일보 사설 갈무리.

반면, 진보언론은 하청노동자들의 열악한 임금과 노동조건, 다단계 하청구조의 문제점 지적에 집중했다. 한겨레는 5면 기사 ‘대우조선 하청 노사협상 타결…’손해 면책‘ 합의 못해’에서 “하청노동자들은 파업의 핵심 요구사항이었던 임금 인상을 철회했고 파업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한 민형사상 면책에도 합의하지 못했으나, 공권력 투입으로 인한 최악의 사태는 면했다”고 했다. 

▲ 한겨레 5면 기사 갈무리.
▲ 한겨레 5면 기사 갈무리.

사설에서는 “조선업 현장은 하청노동자들의 열악한 임금과 노동조건 탓에 비숙련 신규 인력조차 구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조선업은 대표적인 노동집약산업이다. 많은 하청업체들도 임금을 체불하거나 4대 보험을 장기 미납할 만큼 위기에 몰려 있다”며 “원청에서 지급하는 돈이 실비용조차 보전하지 못하는 탓이다. 눈앞의 비용 절감에만 매달리면 전체 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음을 대우조선해양은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향신문도 3면 기사 ‘원청·산업은행 빠진 합의안…임금·처우 근본적 개선 미지수’에서 “임금교섭 진행은 대우조선해양 원청업체 노사도 참여해 4자 간 틀로 운영됐지만, 정작 합의안에 원청은 담기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 대주주인 산업은행도 빠졌다. 그간 조선하청지회는 “산업은행과 원청의 적극적인 문제 해결”을 주문해왔다. 그러나 이번 합의안의 협상 주체는 하청업체들로 한정됐다”고 지적했다. 

▲ 경향신문 3면 갈무리.
▲ 경향신문 3면 갈무리.

사설에서는 “노사 양측이 어렵게 협상을 타결한 만큼 사측의 전향적 자세가 요구된다. 노동자에게 파업에 따른 기업의 손실 배상 책임을 묻는 행태는 그간 현대자동차·한진중공업 등에서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해왔다”며 “이번에 노조가 당초 임금 인상 요구에서 대폭 물러서게 된 것도 손배소 부담 때문으로 짐작한다. 노조에 대한 손배소를 제한해 노동3권을 보호하는 ‘노란봉투법’ 제정을 국회가 서둘러야 할 이유”라고 했다.

이어 “이번 파업을 계기로 드러난 조선업계의 고질적 하청구조 문제도 되짚어야 한다”며 “외환위기 이후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조선업계에 다단계 하청이 고착화되면서, 20년 넘는 경력자의 임금도 최저임금을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다. 조선업 불황 때마다 하청노동자의 임금 삭감과 대량해고는 반복돼왔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파업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 “점거와 같은 불법 수단을 동원한 떼법에 법과 원칙이 통한 셈”

파업에 대한 정부 대응과 관련한 평가도 엇갈렸다. 진보언론은 ‘정부가 파업 초기에 뒷짐만 지고 있다가 사태를 키웠다’, ‘법과 원칙만 외쳐서는 조선산업을 정상화할 수 없다’고 비판했지만, 보수언론은 ‘타결에 이른 원동력은 역시 법과 원칙의 힘’. ‘법과 원칙을 고수한 정부가 노조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파업 초기에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가 사태를 키웠다. 윤석열 대통령은 노사 협상 분위기를 촉진하는 대신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며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시사했다“며 “파업 종료 직후 법무부·행정안전부·고용노동부 장관이 공동 브리핑을 열고 “불법점거 과정에서 발생한 위법행위에 대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점도 우려스럽다”고 했다.

▲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아울러 “노사 합의문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정부가 강경 대응을 예고하다니 납득하기 어렵다. 이제라도 정부는 갈등 조정자로서, 산업정책 집행자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 앵무새처럼 “법과 원칙”만 외쳐서는 조선산업을 정상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원·하청 사쪽이 파업에 따른 민형사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타결이 늦어진 것은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여당이 ‘불법행위 엄정 대응’을 거듭 주문하며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영향이 컸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협상 타결에 관한 입장문에서 “불법점거 과정에서 발생한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노사에 대한 공정한 중재자이자 조선산업을 정상화하기 위한 정책자로서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한다”고 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3면 기사 ‘대통령은 원칙 강조, 장관은 현장서 노사 설득… 달라진 정부 파업 대응’에서 “‘불법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메시지를 일관되게 내면서 노조를 압박하고, 중재와 공권력 투입이라는 강·온 전략을 구사해 노조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것”이라며 “특히 윤 대통령이 18일 관계장관회의를 지시한 데 이어 이튿날 “국민이나 정부나 다 많이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해 불법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협상에 별다른 진척이 없자 정부 내에서 ‘공권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막판 극적 타협이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 조선일보 3면 기사 갈무리.
▲ 조선일보 3면 기사 갈무리.

중앙일보는 3면 기사 ‘법과 원칙이 떼법 막았지만…조선업 다단계 하청 개선 시급’에서 “끝이 보이지 않던 파업 사태가 급진전해 타결에 이른 원동력은 역시 '법과 원칙의 힘'이었다”며 “윤 대통령의 최후통첩성 경고가 나오자마자 고용노동·행정안전부 장관과 경찰청장 후보자가 경남 거제로 내려갔다. 정부로서는 단순한 경고에 그치지 않고 절차상으로도 '할 만큼 했다'는 메시지를 준 셈이다. 이 자체로 노사 모두에게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압박이 됐다”고 했다. 

▲ 중앙일보 3면 기사 갈무리.
▲ 중앙일보 3면 기사 갈무리.

아울러 “점거와 같은 불법 수단을 동원한 떼법에 법과 원칙이 통한 셈”이라며 “지난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에 법과 원칙으로 대응하며 장기화하는 것을 막은 데 이어 투쟁 중심의 노사분규를 원칙의 힘으로 돌파했다. 법과 원칙의 학습효과가 기대되는 대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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