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취재·보도윤리가 논란이 될 때마다 여러 가이드라인과 준칙이 만들어지지만 실효성은 높지 않다. 이상적인 말들이 현장에 적용되기 어렵다는 성토가 나오기도 한다. 이런 한계 속에서 방송기자연합회가 마련한 방안이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방송기자연합회는 올해 2월부터 ‘이달의 방송기자상’ 공모 때 ‘방송기자연합회 강령 준수 여부 작성표’를 받고 있다. 올해 1월14일 방송기자연합회 강령을 만들어 선포하면서 도입한 제도다.

이 강령은 성재호 연합회장 시절이었던 지난해 방송기자연합회 저널리즘특별위원회(위원장 심석태 세명대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의 연구와 일선 현장 기자들의 의견 수렴을 거친 결과다. 강령의 주요 원칙은 △정확하고 완전한 취재보도 △정직하고 책임 있는 취재 보도 △다양성 존중과 차별·혐오 배제 △언론 자유와 독립 수요 등이다. 보다 실천적 가이드라인이라 할 수 있는 ‘취재 보도 준칙’, ‘회원 행동 준칙’이 함께 공개됐다.

▲방송기자연합회 소개 갈무리
▲방송기자연합회 소개 갈무리

이와 함께 도입한 것이 바로 방송기자상 공모 시 제출하는 강령 준수 여부 작성표다. 이를 통해 방송기자상에 보도를 출품하는 기자들은 취재원 발언 인용과 취재 과정, 편집 등 전반에 걸친 여섯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 관련 질문 내용은 아래와 같다.

△기사에 취재원의 발언을 인용할 때, 발언에 임의의 수정과 각색이 있었습니까?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취재원에게 반론의 기회를 충분히 주었습니까? 그렇지 못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기사에 익명 취재원이 사용됐습니까?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기사의 근거가 되는 자료의 입수 경위와 경로를 기사에 밝혔습니까? 그렇지 못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취재원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녹음이나 촬영이 기사에 사용됐습니까?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취재진이 아닌 내·외부의 입장이나 요구로 기사 내용을 수정하거나 편집한 것이 있습니까?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양만희 연합회장(SBS 논설위원)은 미디어오늘에 “보통 강령, 준칙이 박제화되곤 한다. 아름다운 말들이 실제 생활과는 관련 없는 이야기일 수 있는데 방송기자상 출품할 때라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로 삼는다면 강령, 준칙을 조금 더 많이 접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제출 서류에) 포함시켰다”고 전했다.

작성표는 한국 저널리즘이 맞닥뜨리는 현실과 조응할 수 있는 내용으로 만들어졌다는 점도 강조했다. 양 회장은 앞선 1월 방송기자연합회장 이취임식 당시에도 “언론 신뢰자본이 바닥이고 언론 신뢰회복이 절실하다고 하는데 사실 기자들이 보기엔 부당한 부분이 많다. 무엇이 언론이고 어떤 것이 바른 저널리즘에 대한 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본다”면서 “기자들이 바른 취재, 보도행위를 하기 위해 우리 기준을 공유하고, 공감하고, 실천해나가는 부분이 평가에 반영이 될 때 언론의 대응력은 훨씬 더 좋아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작성표를 직접 작성한 기자들은 이를 계기로 그간의 취재 과정을 돌아볼 수 있었다면서 호평을 내놨다. 한 기자는 “기자 일을 한 지 15년 만에 이렇게 전체적으로 취재윤리 관점에서 리뷰를 한 것도 이번이 처음인 듯하다”며 “취재 과정 전반을 인터뷰이, 취재원 입장에서 돌아보게 됐는데 취재 윤리 차원에서 아쉬운 점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다음에 비슷한 취재를 할 때는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훌륭한 보도는 단독보도나 좋은 기획보도에 더해 취재 윤리도 잘 지킨 보도이다’라는 생각을 은연 중에 기자에게 심어주는 듯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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