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논란이 잇따르는 대통령실이 MBC 보도를 거론하면서 “억지 주장과 악의적 보도에는 단호히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의혹에 대한 해명 없이 반박의 수위만 높여가는 모양새다.

MBC ‘뉴스데스크’는 8일 ‘“코바나 출신 직원도 1호기 탑승”‥비선 논란에 또 김건희 여사?’ 리포트를 보도했다. 지난달 대통령 부부의 나토(NATO) 정상회의 순방 때 김건희 여사 측근으로서 ‘사적 채용’ 논란이 불거진 유아무개씨가 대통령전용기에 탑승했다는 내용이다. MBC는 “김 여사는 자신을 공식 수행하는 부속실 직원 2명이 동행하는데도, 코바나컨텐츠 직원 출신인 유씨를 추가로 순방에 데려간 것”이라며 “김 여사가 사적으로 오래 알고 지낸 친구나 직원 등에게 일을 맡기는 걸 선호하면서 이른바 비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 지적했다.

대통령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10시경 “MBC 보도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서면 입장을 냈다. 대변인실은 “대통령실 직원이 순방에 동행한 점을 문제 삼는 것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또 정식 직원에게 일을 맡겼음에도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비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주장은 논리적 비약을 넘어 억지에 가깝다”며 “더욱이 해당 기사에 등장하는 A씨는 지난달 봉하마을 방문 때 동행해 논란이 일자 채용한 것이 아니라 이미 당시 채용 절차를 밟고 있다고 공개한 바 있다”고 밝혔다.

▲7월8일자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7월8일자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대변인실은 또 “그럼에도 명백한 허위를 바탕으로 기사를 전개하면서 가까운 사람을 채용했으니 ‘사적 채용’이라는 악의적 프레임까지 동원했다”고 반박한 뒤, “억지 주장과 악의적 보도에 단호히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도 덧붙였다. 향후 언론에 대한 법적 대응 등으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이에 MBC는 별도의 반박을 하지 않고 있다. 박성호 MBC 뉴스룸국장은 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대통령실 비판에 대해 별도로 입장을 낼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MBC 내부에선 보도 내용 자체로 평가 받으면 되지 않겠냐는 분위기다.

연일 MBC에 문제제기…일부 기자, 인사에 “도대체 제 정신이냐” 시민 반응 전달도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7일에도 관계자 입을 통해 ‘비선 의혹은 악의적’이라는 주장을 한 바 있다. 당시 익명 전제로 기자들 질의에 답한 그는 “공적 업무를 하는 분을 두고 ‘비선이다’라고 표현하는 건 명백한 오보다, 명백한 허위사실이고 악위적 보도라고 저는 생각한다”며 “공적 조직에서 공적 업무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 비선이라는 악의적 프레임을 씌우는 건 저희들 입장에서는 동의할 수 없다는 말씀을 같이 드리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정작 이런 의혹을 키우는 것은 명확한 해명을 피하는 대통령실이라 볼 수 있다. 대표적 사례가 이원모 인사비서관 배우자인 민간인 신씨가 ‘기타수행원’으로서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나토 순방에 동행한 일이다. 대통령실은 6일 “A씨는 오랜 해외 체류 경험과 국제행사 기획 역량을 바탕으로 이번 순방 기간 각종 행사 기획 등을 지원했다”며 “출장에 필수적인 항공편과 숙소를 지원했지만 수행원 신분인 데다 별도의 보수를 받지 않은 만큼 특혜나 이해충돌의 여지가 전혀 없음을 분명히 밝혀드린다”는 입장문을 냈다.

▲30일 나토 정상회의 순방 후 귀국 비행기 앞에서 인사하는 한국 대통령 부부. 왼쪽부터 김건희 여사,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30일 나토 정상회의 순방 후 귀국 비행기 앞에서 인사하는 한국 대통령 부부. 왼쪽부터 김건희 여사,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하지만 미국에서 유학해 영어가 능통한 신씨가 왜 스페인 일정에 동행했고, 한방건강업체를 운영했던 그가 나토 순방에서 어떤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었냐는 의문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신씨가 구체적으로 어떤 행사에 관여했는지도 불투명하다. 대통령실은 “전체 행사를 기획하는 데 참여하셨고, 대표적으로 동포 만찬 간담회 등등 행사에 이분이 역할을 했다”고 밝혔을 뿐이다.

신씨가 대통령 취임 초기 대통령실에 출근했던 사실이 알려진 뒤에는 ‘사실 확인을 해줄 필요가 없다’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6일 백브리핑에서 관계자가 “초기에 근무한 것은 사실, 날짜는 제가 좀 생각해 보겠다, 그것까지 확인해 줘야 할지에 대해서는”이라고 답한 것이다.

이는 윤 대통령의 6촌 외가 친척인 최아무개 선임행정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실은 최씨가 윤 대통령의 대선 경선 캠프에서 일한 ‘업무 연속성’, ‘장기간 대기업 근무 경력’ 등에 따라 임용됐다고 했다. 대기업 근무 경력의 어떤 점이 임용 근거가 됐냐는 질문에도 이 관계자는 “대통령실 직원의 경력 사항을 일일이 확인해 드리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 같고, 그럴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7일 백브리핑)고 답했다.

이해할 수 없는 대통령실 답변에 한 기자는 “도대체 제 정신이야”라는 일부 시민의 반응을 들기도 했다. 해당 기자는 “아침에 전철을 타고 용산 대통령실 오는데 두 남녀 직장인들이 하는 얘기를 우연히 들었다. 이번에 나토 정상회의 신씨 수행과 관련해 얘기하면서 그분들 표현이 이랬다. ‘도대체 제 정신이야’ 이렇게 얘기하더라”며 “대통령실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논란이 법적으로 제도상 규정상은 맞는지 모르겠는데, 국민들의 상식이나 공정이라는 잣대에서 과연 그게 수용 가능한 것인지 입장을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이 관계자는 “그 시민들의 비판을 새겨듣겠다. 이 말로 대신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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