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가 사상 초유의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통보받은지 5시간 여 만에 당 대표의 징계 ‘처분’ 권한을 이용해 자신에 대한 징계를 보류하겠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당 윤리위원회에는 징계 의결권만 있고, 그 처분권은 당 대표와 당 대표에 위임받은 자에 있다는 규정의 허점을 파고 든 것이다.

그러나 2시간도 안되어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지도부인 권성동 원내대표는 그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즉시 당 대표의 권한정지 효력이 발생한다고 사실상 선언했다.

이에 따라 징계 처분의 효력이 개시됐는지에 대한 해석을 놓고 이준석 측과 윤핵관 측이 본격적인 권력 암투를 벌일 조짐이다.

국민의힘 당규 윤리위원회 규정 제23조(징계절차의 개시와 징계 처분권자) 제2항은 “위원회의 징계 의결에 따른 처분은 당 대표 또는 그 위임을 받은 주요 당직자가 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준석 대표와 이 대표 측 천하람 변호사 등은 징계 의결은 윤리위원회가 해도 그 처분인 당 대표가 하거나 위임을 받은 당직자가 한다는 점에서 결국 결정 권한은 당 대표에 있다고 봤다.

이준석 대표는 8일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전화 연결에서 처음 입장을 밝히면서 “원래 우선 징계에 대해서 우리 윤리위원회 규정을 보면 윤리위원회의 징계 결과에 징계 처분권이라고 하는 것이 당 대표에게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 부분에 있어서 납득할 만한 그런 어떤 상황이 아닌 경우에는 저는 징계 처분을 보류할 그럴 생각”이라고 밝혔다. 물러날 생각이 없느냐는 진행자 질의에도 이 대표는 “저는 그럴 생각 없다”고 밝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일 오전 국회 본관 245호 앞에서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나와 기자들의 질문에 이준석 대표 징계 효력이 즉시 발생했다고 본다고 답변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일 오전 국회 본관 245호 앞에서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나와 기자들의 질문에 이준석 대표 징계 효력이 즉시 발생했다고 본다고 답변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당원권 정지가 최종 확정되는 시기를 묻자 이 대표는 “징계 처분권 자체가 당 대표에게 있기 때문에 처분이라는 게 납득 가능한 시기가 되면 그건 당연히 그렇게 받아들이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제가 봤을 때 가처분이라든지 재심이라든지 이런 상황들을 판단해서 어떤 조치들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최종 확정 전까지 최고위원회도 개최하고 주재할 거냐’는 질의에 이 대표는 “어차피 최고위는 다음 주 월요일에 열게 돼 있으니까, 주말 간에 판단해 봐야죠”라고 답했다.

최종 확정도 당원권 정지 6개월 정지로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이 대표는 “그것도 (그때 가서) 판단해 봐야죠”라고 말했다, 자진사퇴문제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도 했다.

그러나 2시간도 채 되지 않은 이날 아침 9시42분경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같은 주장을 부정했다. 권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백브리핑에서 징계 처분권은 당 대표에 있고, 자신의 징계 처분을 보류하겠다는 이준석 대표의 주장을 두고 “제가 실무자들로부터 보고 받은 바에 의하면, 지금까지 모든 징계처분은 윤리위원장이 직접 그 처분 결과를 통보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윤리위 규정에 따르면, 징계 의결 처분을 당대표나 그 위임 받은 사람이 행한다고 돼 있는데, 그게 아니라 윤리위원장 판단으로 결론을 낸 것이냐’는 황영찬 CBS 기자 질의에 권 원내대표는 “당 대표 권한을 위임 받은 사람으로서 윤리위원장이 징계 처분 의결서를 통지했다”고 답했다. 재차 ‘그러면 어제 징계 의결을 한 그 순간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권 원내대표는 “그렇다. 윤리위원회 징계 의결 즉시 효력이 발생해서 당 대표가 권한이 정지되고 그 권한은 원내대표가 직무 대행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 현재 권한 대행 체제이냐는 질의에 권 원내대표는 “이것을 사고로 봤을 때는 직무 대행 체제이고, 궐위라고 봤을 때 대표가 없는 것으로 해석하면 권한 대행이 된다고 실무자로부터 통보를 받았다”며 과거 김순례 최고위원의 5‧18 망언 후 3개월 당원권 정지 후 복귀한 전례를 들어 “(이 대표의 경우도) 6개월 업무가 정지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사고로 봤을 때 직무 대행 체제로 보는 것이 맞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라고 해석했다.

‘이 대표가 불복 의사를 밝혔는데도, (현재) 권한 대행(직무 대행) 체제가 계속 되는 것이냐’고 묻자 권 원내대표는 “그렇게 해석합니다”라고 단호하게 밝혔다. 이미 징계 이후 상황에 대한 법리 분석과 판단을 일사분란하게 다 해놓았다는 것을 드러냈다.

최고위원회 소집 또는 중진 의원 의견을 모을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 권 원내대표는 “다시 논의를 거쳐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지도부 총사퇴할 가능성도 있느냐는 질의에 그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최고위원들과 논의를 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앞서 권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이준석 대표 징계 이후 대비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오늘 새벽 당 윤리위원회가 이준석 당 대표를 징계했다”며 “윤리위원회 결정에 대해 의원들은 과도한 해석과 거친 표현을 자제해달라. 특히 익명 인터뷰를 절대 하지 말자는 부탁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선 승리 4개월 지선 1개월 만에 다시 당이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며 “당의 혼란을 극복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저를 포함한 당원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난국을 타개할 준비를 하겠다. 선당 후사의 마음으로 지혜와 의지를 모을 시간”이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끊임없는 혁신의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겠다”며 “수권 정당으로서 경제위기로 인한 민생의 고통을 살피고 대책 마련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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