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출범 두달 만에 위기다. 단지 지지율이 떨어지고 윤석열 대통령이 “지지율을 괘념치 않았다”고 말해서가 아니다. ‘허니문’이란 비유까지 들어가며 관용의 폭이 넓고 되도록 긍정적으로 보는 정권 초인데 이를 느끼기 어렵다. 현재 국정의 위기 징후가 몇 가지 보이고 있다. 

지지율 상승 단골 메뉴 해외순방에도

윤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김건희 여사와 나토(NATO) 정상회의 출국을 위해 해외 순방에 나섰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은 지지율 상승의 단골메뉴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어떠한 성과가 있었는지 체감되지 않더라도 일단 소폭이라도 지지율은 상승하기 마련이다. 심지어 국내 상황에서 대통령에 대한 악재가 있더라도 제한적으로 지지율이 올랐던 경험이 많다. 

아무래도 외교나 국제문제에는 여야가 없고 대통령이 국가원수 자격으로 나서는 공식행사이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도 ‘대박’ ‘붐’ ‘싹쓸이’ 등의 수식어로 해외순방을 표현하거나 해외순방만으로 천문학적인 금액의 경제효과가 있었다는 주장을 유통한다. 윤 대통령의 경우 국제무대 데뷔전이기에 더욱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나토순방의 효과는 부정적이었다. 하락하던 지지율은 멈추지 않았고, 긍정평가보다 부정평가가 높아져 ‘데드크로스’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유는 여러 가지를 찾을 수 있다. G7회의와 같이 선진국으로서 위상을 확인하는 자리가 아닌 이번 나토 초청은 국제정치의 중요한 변곡점이어서 부담스러운 자리였는데 윤 대통령이 준비 없이 갔다는 시선을 꼽을 수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이 진행 중인 가운데 나토는 러시아를 ‘위협’으로 중국을 ‘구조적 도전’으로 규정했다. 러시아를 대척점으로 한 미국 중심의 자유진영이 탈냉전을 종식하고 신냉전시대를 선언하는 역사적인 자리인 셈이다. 

중요한 건 한국이 미국과 러시아·중국 사이의 전략적 모호성이 옳으냐, 미국과 동맹강화가 옳으냐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중심 질서에 빠르세 편승하는 이유와 우려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여전히 미국과 중국 사이의 줄다리기가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상당수 시민이 있지만 윤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비행기에서 ‘유럽 축구를 봤다’는 불필요한 말을 남겼다. 

▲ 윤석열 대통령이 빈 화면을 보고 있는 사진을 연출해 논란이 됐다. 사진=대통령실
▲ 윤석열 대통령이 빈 화면을 보고 있는 사진을 연출해 논란이 됐다. 사진=대통령실

 

게다가 바이든 미국대통령이 악수할 때 윤 대통령을 쳐다보지 않았다거나 윤 대통령이 눈 감은 사진을 나토 측이 공개하는 등의 모습도 언론에 나왔다. 즉 윤 대통령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해외순방의 순기능인 국가원수로서 한국의 위상을 올리는데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통 해외순방에 대한 효과가 부풀려졌다는 평가를 받는데 이번엔 정반대인 셈이다. 윤 대통령이 빈 컴퓨터 화면이나 자료를 보고 있는 비하인드 사진은 일각에서 ‘사진쇼’라는 조롱까지 받고 있다. 

윤석열보다 주목받는 김건희, 이미지 소비뿐

윤 대통령 취임 이후 대통령보다 더 관심을 모으는 인물은 김건희 여사다. 대통령실에서 공개하는 사진 역시 사진의 질이 다르다. 윤 대통령 비하인드 컷이 ‘연출된 쇼’라는 비판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대통령실에서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그대로 언론에 뿌렸다는 증거다. 상대적으로 김 여사에 대한 사진은 돋보일 수밖에 없다.  

지난 3일자 한국경제 “행보마다 뜨거운 관심…‘미운 김건희’ 딜레마”를 보면 “온라인과 모바일 뉴스에 보도된 김 여사 관련 기사 클릭수가 윤 대통령을 훨씬 능가했다는 게 언론계 정설”이라며 유력 일간지 기자들이 한국 시각으로 자정을 넘겼지만 김 여사 관련 온라인용 기사를 쓰느라 바빴다는 얘기를 함께 전했다. 온라인 부서장이 김 여사 기사는 꼭 챙겨달라고 당부했다는 내용도 전했다. 한국경제 기자는 이러한 현상은 국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 김건희 여사. 사진=대통령실
▲ 김건희 여사. 사진=대통령실

 

대선 전부터 불거졌던 김 여사 관련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고, 김 여사는 철저하게 셀럽으로서 패션, 이미지, 외모를 키워드로 소비되고 있다. 단순히 대선 전보다 김 여사의 호감도가 상승했다는 것에 그치는 수준이다. 대통령의 배우자로서 공적인 역할이나 메시지를 내서 주목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통령실과 언론의 공동책임이지만 김 여사를 이미지로 소비하는 현상은 시대착오적이다. 지지층 내에선 동정여론을 받으며 우호적인 평가를 받을지 모르지만 이는 대통령 배우자가 수행해야 할 역할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국정에 도움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벌써 ‘후계자’ 운운

정권 초부터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윤 대통령의 ‘후계자’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지난 정부 초 후계자에 대한 얘기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계자 성격이 있다는 평가, 혹은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가 호남출신이라는 점에서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후계자를 꿈꾼다는 등의 평가가 주 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윤 대통령에 대한 후계자 얘기다. 이는 정권 초이지만 윤 대통령에게 온전히 이목이 집중되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윤 대통령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후계자가 언론에 본격 등장한 것은 자신의 측근인 한동훈 전 검사장을 법무부장관에 내정하고 민정수석실 인사검증 기능을 법무부에 넘기면서다. 

노골적으로 ‘2인자’를 키우는 방식은 민주적인 정치에 어울리지 않는다. 야당에서는 한 장관을 후계자로 키우는 것이냐며 비판을 했고, 언론에서는 후계자에 대한 다양한 ‘설’이 오르내렸다. 만약 후계자를 키울 생각이었다면 법무부가 민심을 얻고 대중정치인에 나서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부처라는 점까지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대통령제의 장점은 권력의 정점에서 강한 추진력으로 개혁과제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후계자 운운하는 것은 권력누수의 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달 5일 중앙일보 “날개 단 여당 잠룡 셋…‘尹 후계자 누구냐’ 벌써 말 나온다”를 보면 오세훈 전 서울시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홍준표 대구시장 등 세명을 언급하고 있다. 기사를 보면 여권 내에서 벌써 윤 대통령 후계자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앞서가는 얘기’라며 손사래를 친다는 내용도 전하고 있다. 정권 초에 낯설어야 할 후계자라는 표현이 익숙해지자 차기 대권을 꿈꾸는 인사들에게도 후계라 딱지를 붙이는 현상까지 온 것이다. 

▲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사진=대통령실
▲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사진=대통령실

 

5일자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을 보면 “신임 대통령에게 허락된다는 이른바 대통령의 허니문은 벌써 끝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제 비판과 반대가 거세질 것이란 예상이다. 조선일보는 “역대 대통령들과 그 부인들이 대통령병에 걸려 연출한 촌극들을 익히 보아왔다”며 “윤 대통령은 더 이상 대통령을 즐길 시간도, 거기에 취해 있을 여유도 없다. 이제 가십거리나 사진거리로 뉴스를 장식하는 것은 그만했으면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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