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디지털 전환을 앞둔 JTBC가 구체적인 개편안이 필요하다는 뜻을 모아 상부에 전달한 기자들의 입장을 고려해 개편을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

최근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은 오는 18일 발표할 예정이었던 JTBC 전면 디지털 개편안과 진행 중인 인사 개편을 잠정 보류할 것을 내부적으로 지시했다. JTBC 관계자는 4일 미디어오늘에 “(JTBC는) 공식적으로 보도 개편 날짜를 확정하지 않았고 원활한 모바일 전환을 위해 서두르지 않고 촘촘히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JTBC 사옥. 사진=중앙그룹
▲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JTBC 사옥. 사진=중앙그룹

JTBC 기자들이 디지털 전환 개편안에 우려를 표한 이유는 뭘까. 취재를 종합하면 디지털 혁신을 하기 위한 구체적인 안이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JTBC ‘뉴스룸’ 제작 인력을 줄여 우선적으로 힘을 빼는듯한 개편이 우려스럽다는 지적이다.

JTBC 기자들은 ‘JTBC 뉴스의 퀄리티는 유지하면서 디지털화를 시도해야 하는데 아직 큰 그림이 덜 잡힌 상황에서 뉴스룸부터 손보는 건 옳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JTBC는 현재 ‘뉴스룸’ 진행자인 오대영 앵커와 안나경 앵커 후임으로, 임종주 새 제작국장과 한민용 주말뉴스 진행자를 내정하기도 했다.

이에 지난달 23일 한국기자협회 JTBC지회는 회사가 진행하는 전면 디지털화 계획안을 두고 논의하기 위한 기자총회를 개최했다. 총회에는 80여명의 보도국 기자들이 참석했다.

이날 기자들은 △디지털 전환 계획의 형식이 아직 모호한 점 △형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메인뉴스인 JTBC ‘뉴스룸’ 제작 인력을 최소화하는 점 △뉴스룸제작국장과 보도국장 중 보도국장 인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의 의견을 모아 상부에 전달했다.

유럽 출장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홍정도 부회장이 이 같은 사실을 공유받고 JTBC 디지털화를 잠정 보류하겠다고 한 것. 홍 부회장은 ‘모든 개편은 모바일이 중심이고, 뉴스룸 개편은 거기에 맞춰서 진행돼야 한다’는 뜻을 내비쳐왔다.

▲지난달 중앙그룹 사보.
▲지난달 중앙그룹 사보.

지난 5월23일 홍 부회장은 서울 상암동 JTBC 빌딩에서 JTBC 보도부문 140여명의 구성원을 대상으로 ‘타운홀미팅’을 개최해 “(아이템이) 'JTBC 뉴스룸'에 잡히지 않으면 모바일에 쓰는 게 아니라 보도국의 모든 기자는 모바일만 생각하며 취재하고, 뉴스룸만을 만드는 전담 조직에서 그 취재물을 갖고 뉴스룸을 만들게 될 것”라고 말했다.

홍 부회장은 하루에 2분 분량의 리포트 30여개만 할 수 있는 ‘JTBC 뉴스룸’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여러 이야기를 다양한 형태로 할 수 있는 모바일에 전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TBC는 디지털 전면 전환을 위해 제작과 취재를 분리한다고 밝혔다. 모든 기자가 ‘뉴스룸’ 제작을 위한 현장 취재를 하는 게 아니라, 20~25명만 뉴스룸을 만든다. 지난달 중앙그룹 사보에 따르면 이규연 JTBC 보도부문 대표는 “출입처에 대한 전문성을 갖고 방송을 잘 하는 기자들이 현장 담당 기자로 선발될 것이고 인사주기는 분기별 또는 1년 정도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평가 시스템도 바꾸고 다음에 들어갈 예비 후보 풀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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