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이 디지털 전환을 앞둔 JTBC 보도국 구성원들에게 뉴스를 영상 리포트 형태의 ‘JTBC 뉴스룸’ 플랫폼 유통만 생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자신의 취재물을 유튜브, 인터넷 기사, 팟캐스트 등 여러 채널에서 적극적으로 알릴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은 서울 상암동 JTBC 빌딩에서 JTBC 보도부문 구성원들을 만나 ‘중앙그룹 첫 타운홀미팅’을 개최했다. 이날 타운홀미팅에는 120명 넘는 인원이 참석했고 피자와 치킨을 먹으며 자유로운 대화를 나눴다. 미리 준비된 질문은 오대영 앵커가 물었고, 이후에는 자유로운 질의 응답시간이 이어졌다.

▲첫 타운홀미팅을 알리는 중앙그룹 공지.
▲첫 타운홀미팅을 알리는 중앙그룹 공지.

그동안 중앙그룹은 ‘내일 콘퍼런스’를 진행해왔다. 이 콘퍼런스는 경영진이 경영 목표를 제시하는 탑다운 방식의 소통이다. 중앙그룹이 처음으로 개최한 ‘타운홀미팅’은 그룹이나 계열사마다 방향성이나 목표가 설정됐을 때 CEO가 이에 대해 설명하고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고, 자유롭게 회사의 방향성을 이야기하고, 궁금한 점을 묻고 답하는 자리다.

취재를 종합하면 홍 부회장은 보도국 기자들이 아침에 출근해 저녁 메인뉴스인 JTBC ‘뉴스룸’에 보도될 기사를 목표로 발제를 내면서 JTBC ‘뉴스룸’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이 취재물을 재가공해 여러 채널에 유통할지도 동시에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메인뉴스의 퀄리티는 유지하면서 다른 채널에서 똑같은 취재물을 어떻게 재가공해 유통할지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마디로 그동안 JTBC 기자로 생활했던 마인드를 전환하라는 것.

또 JTBC 홈페이지와 앱 안에서도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여러 콘텐츠가 제공될 수 있도록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JTBC는 장기적으로 홈페이지와 앱 개편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타운홀미팅’ 이후에도 JTBC 보도부문 구성원들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될지 아직 감이 오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JTBC ‘뉴스룸’ 제작 외에도 다른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건데, 구체적인 로드맵이나 추가적인 업무에 대한 보상 등 보다 구체적인 안을 알고 싶다는 것이다. 

▲서울 상암동 JTBC 사옥. 사진=중앙그룹.
▲서울 상암동 JTBC 사옥. 사진=중앙그룹.

중앙그룹은 언론사 가운데 ‘디지털 혁신’을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중앙일보 편집국은 2015년 혁신보고서 발표했다. 속보를 쓰는 온라인 대응팀인 EYE24팀 신설했다. 신문제작과 콘텐츠 생산을 별도 부서로 운영하면서 신문제작 전담부서를 ‘중앙일보A’, 디지털콘텐츠 제작 전담부서를 ‘중앙일보M’으로 분리해 별도 법인화하기도 했다. 2020년에는 탈포털 및 유료화를 위해 ‘중앙일보 레거시 디지털 전략’을 수립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엔 기존 도메인을 버리고 20억 원을 넘게 들여 홈페이지를 새로 열어 구독자들을 모집하기도 했다. 현재 중앙일보는 로그인 독자를 모집해 ‘구독자 분석’ 중이다. 

‘타운홀미팅’에 앞서 지난 19일 중앙일보·JTBC 노동조합은 노보에서도 “보도국 조합원들은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에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급변하는 미디어 생태계와 언론 환경을 굳이 내세우지 않아도 디지털 구성원 모두에게 발등의 불”이라며 “오히려 상당수는 디지털 전환에 맞춰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아이디어를 내고 싶다는 조합원도 많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중앙일보·JTBC 노조는 “디지털 전환은 가보지 않은 길이다. 앞서 중앙일보 편집국은 2015년 혁신보고서 발표 이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지금은 디지털 뉴스 시장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안팎의 평가를 받고 있다. 편집국 구성원들의 노고가 바탕이 됐다”며 “JTBC 보도 구성원들도 가보지 않은 길에 나선다. 중앙일보와는 또 다른 길을 개척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수많은 난관과 시행착오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JTBC의 A구성원은 노보에서 “진짜로 궁금한 건 개인의 업무 환경이 어떻게 변하느냐인데 구체적인 설명이 없으니 의견을 내기도 어렵다. 투명하고 솔직한 의사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TBC의 B구성원은 “어느 때보다 취재에 집중해야 할 시기임에도 디지털 전환에 따른 조직 개편, 인사이동 등을 놓고 갖가지 소문이 돌며 보도국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말했다.

특히 디지털화로 인해 업무량만 늘고 제대로 된 보상책은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JTBC의 C구성원은 노보에서 “업무량이 늘어나는 건 각오하고 있지만 투자 없이 기자들만 갈아 넣는 식이 될까 우려스럽다. 방송 디지털을 위해선 디자이너와 편집 등 전문 인력에 대한 투자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JTBC 노조는 노보에서 “조합원들 사이에선 디지털 전환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보도국 특유의 집요함을 되찾고 취재 문화를 바로 세우는 것이란 목소리가 컸다”고 설명했다. JTBC의 D구성원은 “최근 들어 타사보다 발 빠르게 핵심 이슈에 취재 인력을 투입해 단독 보도를 발굴하거나 선후배가 똘똘 뭉쳐 차별화된 보도를 발굴하거나 선후배가 차별화된 보도를 만들어내는 모습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12월 홍 부회장은 중앙일보·JTBC 신입사원들 앞에서 “2022년은 중앙일보, JTBC 보도·예능·드라마, 다 포함해 ‘디지털 전면화’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규정할 수 있다. 이전에는 종이 신문도 중요하다. 뉴스룸 시청률도 중요하다는 얘기를 했는데, 2022년에는 모든 분야를 망라해서 완전한 디지털을 우선순위에 두겠다. 이게 2022년 비전”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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