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학생 세 명이 시급 440원 인상과, 샤워실 설치 등을 요구하며 농성 중인 청소 노동자를 상대로 민·형사상 고소를 진행했다. 두 시간 수업 중 한 시간 여 수업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농성 소음이 심해, 도저히 수업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는 이유다. 학교는 학생들로부터 등록금을 수령하고 수업을 제공하는 영업을 하는 주체인데, 이러한 학교 영업 행위를 방해했다는 이유 등으로 형사상 고발을, 소음으로 인해 학생들이 받은 학습권 침해와 정신적 피해를 보상하라는 취지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한 것이다. 특히, 손해배상 청구 내역을 뜯어보면 학생들이 얼마나 작심을 했는지 엿보이는데, 이미 진료 받은 정신과 치료에 대한 비용을 청구했을 뿐만 아니라 이번 사건으로 인해 미래에 영향을 미칠 정신적 트라우마까지 상정하여 손해배상 금액을 책정했다.

단 세 명의 학생들이 진행한 고소 건이지만 교내·외 파급력은 컸다. 학교 내에서는 우선 청소노동자들을 지지하며 연대하는 학생들을 결집 시켰고, 대자보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다발적인 비판을 받으며 수세에 몰렸다. 게다가 한 교수가 강의계획서에 이들을 특정해 ‘지성인으로서의 공정 감각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한 글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하면서 이제는 교내 뿐 아니라 전국구에서 쏟아지는 비난을 받고 있다. 결국 이들은 반박문을 냈는데, ‘사회적 약자’인 청소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고소한 것이 아니라, ‘민주노총’을 상대로 한 소(訴)였다고 해명했다. 농성 배후인 민주노총은 막대한 결집력을 가진 사회적 기득권 집단이기에 ‘약자’에 대한 공정 감각이 없다는 비판은 온당치 않다는 것이다.

이들 주장에 대해서, 고발 대상이 형식적으로 청소노동자 개인이든 노동조합이든 그들이 받는 비판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는 것을 요목조목 짚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에 지면을 할애해 세 학생이 고발을 한 결심에 대해 정면적인 비난을 하고 싶지는 않다. 이들이 수업권 침해에 대한 문제 해결 방식으로서 청소 노동자를 차라리 고발해야겠다고 결심한 방법론 자체는 현명한 처사가 아니었지만, 옳고 그름을 떠나 그들 권리 내의 의사표현을 한 것이라고 볼 여지는 있기 때문이다. 또 젊은 지성의 전당인 대학가에서, 대다수의 지지를 받는 지배적 의견 외에 소수의 다른 목소리가 존재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라고 보이기도 한다.

▲ 연세대학교 학생들과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7월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양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세대가 청소경비 노동자 처우 개선에 책임질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연세대학교 학생들과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7월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양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세대가 청소경비 노동자 처우 개선에 책임질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때문에 이들이 직면하는 비판은 감수해야 할 일이라고 할지언정, 고발할 결심을 두고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고 단정 짓고 싶지는 않다. 이런 이유로, 이들을 겨냥해 ‘지성인의 공정 감각’을 거론한 모 교수의 대응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학생들 간에 서로 비판이 오가는 것과는 다르다. 교내 권력 구조상 교수는 다수 학생들의 의견, 그리고 이들의 성적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지위에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제자들이 고발에 이르기 까지 손을 놓고 있었던 학교 측에 문제를 제기했다면, 그 이면에 숨어있는 원-하청 구조의 모순을 펼쳐 질문을 던졌더라면. 강의계획서 란까지 빌려 부조리를 고발하고자 했던 그의 결심이 진정 빛나지 않았을까. 해당 교수가 과거 KTX 해고 노동자들을 지지하며 현장에서 함께했던 것처럼, ‘배제’보다는 ‘연대’의 방식으로 말이다.

공은 세 학생이 청소 노동자들을 고발하며 쏘아 올렸다. 이제 우리 언론은 그 공을 다시 이들에게 던져, 스물 몇 살 하는 학생들의 여물지 않은 결심을 시청자와 독자를 상대로 고발하기 보다는 어른들이 여태 손 놨던 문제에 시선을 두자. 7월 1일 자 한겨레 기사에 따르면 학교는, “학교와 노조와의 문제가 아니라 용역 업체와 노조와의 임금 협상 문제”라며 선을 그었는데 이것이 얼마나 무책임한 태도인지 짚어야 한다. 또, 이른바 일류대라고 하는 거대 학교 법인에서 시급 440원 하는 노동의 대가에 대해 이렇게까지 인색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학교 재정 문제를 거론하는데, 그 비싼 등록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재정 위기의 실체에 대해서도 들여다봐야 한다. 사태의 뿌리 대신, 마침 뾰족이 드러난 일면으로 뽑은 헤드라인들을 점검하며 우리는 ‘고발할 결심’을 새로 해야 한다.

▲이선영 MBC 아나운서.
▲이선영 MBC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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