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20대였던 A씨는 a신문사에서 인턴기자로 일했다. 입사 두달차, 50대 부장급 남성 기자ㄱ씨는 A씨에게 저녁을 먹자며 회사 10분 거리의 본인 동네로 불렀다. A씨가 거부했음에도 ㄱ씨는 술을 시켰다. 강요하는 분위기에 A씨는 술을 마실 수밖에 없었다. 술을 마시면서 ㄱ씨는 “내가 아침운동을 하고 나오는데, 나 몸좋다”는 등의 말을 일삼았다.

식사가 끝나고 ㄱ씨는 노래방에 가자고했다. A씨는 가기 싫었지만, 부장급인 선배 ㄱ씨앞에서 싫다는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ㄱ씨는 “다른 기자들한텐 가자고 못하겠어”라고도 말했다. A씨는 결국 ㄱ씨와 노래방에 갈 수밖에 없었다. “언젠간 기자가 되면 선배가 될 사람인데,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성희롱을 할까? 너무 혼란스러웠다. 하나도 나쁜짓 하는것이 아닌 것처럼, 날 위해주는 것처럼, 놀아주는 것처럼 그렇게 말을 했다. 너무 당당해서 당시 문제 인지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A씨의 말이다. 

A씨는 혼란스럽고 불쾌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그날 밤 11시 ㄱ씨에게 전화가 왔고 A씨는 받지 않았다. ㄱ씨는 다음날 출근한 A씨를 찾아와 “우리 동네에 왔다는 거 얘기하지마”라고 말했다. 그 뒤로도 ㄱ씨는 종종 A씨 혼자만 본인과의 저녁식사 자리에 불렀다. ㄱ씨는 늘 “어디 말하지 말라”는 말을 강조했다. 

언론사 내의 평판조회, 어디에도 말할 수 없는 인턴기자 

A씨는 ㄱ씨의 가해를 회사 내부 사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최종면접에 올라가면 공공연히 진행되는 언론사 내 ‘평판조회’ 문화 때문이다. 평판조회는 최종면접에 올라온 면접자의 자소서에 써있는 경력을 보고 해당 언론사에 연락해 면접자에 대해 묻는, 언론사 내에서 두루 이뤄지는 관행을 뜻한다. 

“인턴기자에게는 말 못하는 장치가 하나 더 있는 것이다. ‘인턴 한 명이 그런 일을 만들었다고 소문이 나면 나는 취업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인턴 위치에 있으니까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인턴기자들이 말을 못할거라는 걸 아는 것 같다.” A씨의 말이다. 

회사에 말할 수 없었던 A씨는 혼자서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았다. 사설 성폭력상담센터에 전화해 상담을 받고, 언론사 입사 준비생이 아닌 친구에게도 털어놓았다. “친구들에게 노래방 갔다는 얘기는 차마 못했다. 내가 갔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워서. 말 못하는 날 보면서 또 괴로웠다.” 퇴사 후에도 ㄱ씨로부터 몇 번 잘지내냐는 연락이 왔고, A씨는 답을 하지 않았다.

언론사 입사를 희망해 높은 경쟁률을 뚫고 인턴 스펙을 쌓을 기회를 갖게 된 인턴기자에게 ‘거부’는 쉽지 않다. b언론사에서 인턴기자로 근무했던 B씨가 첫날 직속선배에게 들은 말은 “너네가 어딘가에 언론사 면접까지 가게되면, 나한테까지 연락이 온다”였다. B씨는 “내가 어디 면접에라도 가면, 자소서에 써 있는 인턴 경력을 보고 연락해 평판조회를 하는구나. 기자들이 심심치 않게 그런 연락들을 받는구나 알게됐다.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사진=Gettyimages.
▲ 사진=Gettyimages.

실제 인턴을 하던 도중 언론사 입사 공채에 지원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B씨는 “한 방송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던 친구가 업무 실수를 한 적이 있다. 직속 선배가 생방송 중에 달려와 혼을 내는 상황이었는데, 그 선배가 ‘너 이번에 거기 언론사 최종 떨어졌다며, 나 너 그거 왜 떨어졌는지 알겠다’고 했다. 친구에게는 미래에 대한 저주였다. 하지만 그냥 삭히고 떨쳐버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아직 입사하지도 않은 내 미래가 걸려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내가 겪은게 뭐지?’하는 자각도 더뎌지는 것 같다.” B씨의 말이다. 

“언론사, 인턴기자 채용은 재능기부라고 생각해”

c언론사 디지털부서 인턴기자로 일했던 C씨는 “면접때부터 이상했다. 면접을 떨어뜨린 후 나에게 개인사업 제안을 해왔다”고 말했다. C씨는 “첫 번째 면접 때 면접시간이 연기돼서 나를 다른 홍보팀이 오는 점심식사에 데려갔다. 너무 당황했지만 따라갔는데, 결국 떨어졌다”고 말했다. 

인턴기자들을 관리하던 차장대우급 50대 남성 기자 ㄴ씨는 면접 불합격 통보 직후 C씨에게 개인적 사업을 하자는 제안을 했다. 분명한 설명은 없었고, 그가 제안한 금액은 ‘무급’이었다. C씨는 “자소서에 중고등학교에 가서 코칭해주는 클래스를 진행한 적이 있다고 쓴 것을 보고, ‘개인적으로 근처 학교에서 그런 클래스 사업을 진행하고 싶다. 무급으로 나와 함께 진행해줄 수 없겠느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C씨는 거절했다.

6개월이 지나 두 번째 지원 당시, c언론사는 C씨에게 면접 소식을 당일에 알려줬다. 지방에 있었던 C씨는 ‘시간을 말씀해주시면 당장 올라가겠다’고 했지만 연락은 없었다. 전화도 받지 않았다. 그리곤 다음날 아침 9시도 안돼서 전화가 왔다. “그냥 믿고가는걸로 하겠다. 1일부터 출근해라”라는 말이었다. 그렇게 C씨는 인턴을 시작했다. 

일하는 6개월동안 ㄴ씨는 “너네를 뽑아준 것이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C씨는 “‘그 자리에 오고싶었던 애들이 많은데 너네를 뽑은 거다. 좋은 스펙 있는 애들 많은데 지방대 다니는 너를 데리고왔다. 너네가 더 열심히 해야하는데, 이런식으로 하면 일 같이 못한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집 가는데 너무 서러워서 울었다. 그렇다고 누구한테 얘기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 출처=권범철 만평작가.
▲ 출처=권범철 만평작가.

B씨는 “포럼같은 언론사 행사에 일반기자가 아닌 인턴기자들은 참석을 꼭 해야했다. 인턴기자들의 업무도 있는데, 그 업무보다는 이 행사가 훨씬 우선이니까 행사 참여를 먼저 하게끔 다 조율이 되어있었다”고 말했다. 

올해까지 총 3곳의 언론사에서 인턴기자로 일했던 D씨는 “부려먹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아이템 발제부터 최종 출고까지 인턴들이 다 했는데도, 인턴 담당 기자는 자기가 다 한 것처럼 말한 적도 많았다. 우리 앞에서도 ‘제가 생각해서 이렇게 했던게 잘된 것 같다’고 말했다”고 했다. 

“자기위로식으로, ‘우리가 이렇게 기획부터 최종 출고까지 다 해볼 수 있는 회사가 어디 있겠어’라고 생각하면서 그 기간을 버텼다. 우리 이름으로 인정받지는 못해도, ‘우리가 만든 콘텐츠가 나온 것 자체가 자랑스러운 거야’라고 생각하며 버텼다.” D씨의 말이다. 

인턴기자들은 입을 모아 “굳이 인턴기자를 안뽑아도 되는데, 언론사에서 취준생들에게 재능기부한다고 생각하는 게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언론사 내 인턴기자 위한 소통 창구, 가이드라인 없어

언론사에서 수많은 형태의 인턴기자를 채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턴기자들은 공통적으로 그들을 위한 소통창구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C씨는 “내가 당한 일들을 얘기할 곳은 없었다. 인턴기자를 관리해주는 사람이 기자 한 명이었는데, 그 기자의 행동이 불합리해 얘기할 곳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부서는 거의 인턴으로만 이뤄진 부서 느낌이었는데, 우리끼리만 모아놓을 뿐, 인턴생활을 하다가 무슨 일 있을 때 어디에 이야기하면 된다고 안내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B씨도 “인턴 기자들을 위한 소통창구는 전혀 없었다. 인턴 생활 중 일어날 수 있는 불합리함, 조심해야 할 부분들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없었다. 회사 분위기에 맞춰 잘지내야한다고만 말했다”고 했다. 

D씨는 “함께 일했던 인턴이 없었으면 못 버텼을 거다. ‘이거 잘못된거 아닐까’ 혼자 고민하고 있을 때 같이 일한 인턴 동료가 ‘힘들지’라고 말을 해줬기 때문에 문제제기는 못해도 ‘분명히 잘못된 게 맞구나’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A씨는 “가해자가 또 어린 인턴들한테 그런 짓을 할까봐 제보했다. 인턴 기자를 위한 장치는 없고, 이러한 언론사 구조 내에서 가해자는 바뀌지 않아도, 차라리 피해자가 기사를 보고 주의하고 피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인턴’이라는 법적지위의 모호성, 용어 재정의 필요

근로기준법에 ‘인턴’이라는 용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턴’이라는 용어는 법률적 용어가 아닌 그저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사회적 용어다. 현재 통용되는 ‘인턴’과 가장 비슷한 개념은 ‘시용’ 혹은 ‘수습’이다. 

▲ 사진=Gettyimages.
▲ 사진=Gettyimages.

시용은 정식 채용 전 업무적격성 확인을 위한 테스트 기간으로서의 근무를 말한다. 언론사를 예로 들면, ‘채용 전환형 인턴’이 가장 유사하다. 정식 채용 이전에 테스트 기간으로 별도의 시용 계약을 맺고 근무를 하는 것이다. 

수습은 채용 후 ‘학습, 적응 기간’의 의미가 강하다. 근로자로 정식 채용을 한 후에, 근로 계약서 내에 수습기간을 명시해두고 교육을 받는 것이다. 언론사를 예로 들면, 신입기자 공식채용을 한 후에 3개월의 수습 기간을 두고 일반 기자로 전환되는 것이다. 수습은 근로계약 체결 시 근로계약서에 기간을 명시하거나 취업규칙상 해당조항을 확인 시킨 후 확인서를 받아야 한다. 

주로 3~6개월 단위로 계약하고 계약을 종료하는 언론사 인턴은 채용 후 교육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시용’에 가깝다. 하지만 ‘시용’ 개념도 채용전환형 인턴에 한에서만 적용될 수 있다. 사실상 인턴은 시용도 수습도 아닌 근로조건이 낮은 ‘단기 근로계약직’인 것이다. 

하지만 현실 속 ‘인턴’이라는 개념은 사용자가 유리한 대로 사실상 수습과 시용의 성질이 혼용되어서 사용되고 있다. 본 채용도 되지 않은 상황인데, 수습처럼 ‘교육’의 명목으로 최저임금 이하의 대우를 받고 있으며, 시용처럼 정식채용은 아니더라도 본 채용 시험에 응시하거나 테스트를 받을 수 있어 ‘갑을’관계가 명확한 것. 

하은성 노무사(권리찾기유니온 정책실장)는 ‘인턴’이라는 용어의 정의부터 다시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근로기준법에는 ‘인턴’이라는 게 없기 때문에, 인턴의 성질이나 법적 지위가 점점 더 두루뭉술해지고 회사별 인턴의 처우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은성 노무사는 “단기 계약직이 아닌 ‘인턴’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인턴은 대우 잘못받는거 당연한거라던데’, ‘인턴은 원래 이런가보다, 어쩔 수 없나보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상 단기 근로계약자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게 된다. 명시적인 게 하나도 없으니까 더 열악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3번의 인턴을 경험한 후, 언론사 입사를 준비를 그만하기로 결정한 D씨는 “애초에 인턴제도 자체가 문제가 있다. 하지만 인턴을 없애면 언론사 입사 준비생들이 경력 쌓을 곳이 없다. 인턴제도 자체의 문제가 상존하고, 그걸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인턴으로 근무하며, 언론사는 인턴 등의 계약직을 굴려 살아가는 업계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한마디로 인턴을 저비용, 일회용으로 쉽게 취급하는 것”이라며 “언론사 입사가 바늘구멍이다보니까, 기자가 되고 싶은 언론사 지망생들의 심리를 이용하는 게 아닌가 싶어 씁쓸하다. 인턴기자들 입장에서는 좌절하고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기자를 고용하는 사람들의 인식 변화도 있어야 한다. 사내외적으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본보는 인턴기자들이 처한 문제를 보여주기 위해 여러 사례에 대한 증언을 들었습니다. 기사화 과정에서 인턴기자가 특정되지 않도록 내용을 각색하고 이니셜처리했습니다. 보도 전 인턴기자 당사자들에게도 확인을 거쳤습니다. 하지만 보도 이후 한 인턴기자가 특정될 수 있는 소지의 내용이 있다고 판단해 해당 대목을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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