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16일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으로 대규모 감세를 통한 ‘민간 주도 성장’을 제시했다. 세금 부담을 완화해 기업의 투자가 활성화되도록 이끈다는 기조인데, 방향성에 대한 평가는 확연히 엇갈린다. 정책 실행력을 강조하는 신문이 있는 반면, 실패한 ‘낙수효과론’이란 지적도 나온다.

해양경찰청·국방부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두고 실종자의 월북 의도를 인정할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입장을 바꿨다.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은 유족이 자료를 공개하라며 낸 소송에 항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해경 등이 입장을 번복한 근거를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래는 17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제목들이다.

경향신문: 성과 못 낸 ‘낙수효과론’ 5년 만에 부활
국민일보: 법인세 25→22%…‘친기업’으로 경제 살린다
동아일보: ‘경제 살얼음판’ 한미 성장률 낮췄다
서울신문: 감세·친기업…민간 주도로 경제 살린다
세계일보: 감세·민간주도 ‘尹노믹스’ 본격 시동
조선일보: 법인세 22%로 인하…종부세는 14억까지 면제
중앙일보: “정부가 기업이다” 이젠 ‘민주성’ 시대
한겨레: 재벌·부자감세…MB때로 회귀한 윤 정부
한국일보: 윤 정부 ‘민간 주도 성장 엔진’ 시동
중앙일보 “민주성” 한겨레 “MB노믹스 판박이”

▲6월17일 주요신문 1면
▲6월17일 주요신문 1면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25%로 올렸던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다시 낮춘다. 종부세 과세 기준선은 11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높이고, 생에 최초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은 80%, 대출 한도는 6억 원(기존 4억 원)으로 늘린다. 연간 연금저축 세액공제 납입한도를 400만 원에서 600만 원으로 올리는 한편, 주52시간 근로제 유연화 등 노동시장에 대한 변화도 예고했다.

중앙일보는 “정부는 기업이다”라는 16일 윤 대통령 발언을 1면 기사 제목으로 썼다. 윤 대통령이 이날 경기 성남시 판교에서 주재한 경제정책 방향 발표 회의에서 한 말이다. 조선일보는 ‘尹·장관·기업인 90분 토론…“경제는 항공모함, 민·관 한몸돼 끌어야”’ 기사에서 전날 윤 대통령과 기업인간 대화를 전했다.

중앙일보 사설(민간 주도 성장은 맞는 방향, 실행력이 관건)을 통해서는 “문재인 정권에서 홀대받던 ‘건전재정’이란 단어를 복권시킨 것도 반갑다”고 환영했다. 그러면서 “주요 정책 상당수는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특히 법인세 인하 등 지난 정부 정책을 뒤집는 내용이 많아 야당을 설득해야 한다”며 “결국 정부가 얼마나 실행력을 보여줄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 강조했다.

정부의 감세 정책이 재정 건전성을 강화한다는 기조와 상충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일보(투자 확대·일자리 창출 유도 위해 감세…재정건전성은 과제)는 “국세 수입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향후 세수 여건이 악화할 수 있다. 정부는 지출 구조조정 등 재정 혁신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해관계자 반발 등 걸림돌도 만만치 않다”며 “세계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 속 경기침체) 우려로 투자 환경이 악화하고 있어 법인세 인하가 기업 투자와 고용 창출로 이어지는 부분에도 변수가 많다는 분석”을 전했다.

정부가 내년 3월까지 마련한다는 국민연금 개선안, 올 하반기까지 마련한다는 ‘근로시간 제도 개선안’이 어떻게 이뤄질지도 관심이다. 경향신문(내년 하반기 국민연금 손질, 주 52시간제 유연화…사회적 합의 진통 클 듯)은 “20년 이상 지난 재정제도는 물론 최근 현장에 뿌리내린 ‘주 52시간’ 같은 제도들도 함께 손보겠다는 것이어서 사업 추진, 사회적 합의 도출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한겨레는 1면 기사(재벌·부자감세…MB때로 회귀한 윤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인 ‘와이(Y)노믹스’는 이명박 정부의 ‘엠비(MB)노믹스’ 등 과거 보수 정부의 경제 정책와 판박이”라 규정했다. 사설(‘세금 깎고 규제 풀어 성장’ MB시대 돌아간 경제정책)은 “정부는 ‘양극화 해소의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식으로 넘어가며 양극화 해소도 정책 목표에서 뺐다”며 “무주택 세대주 월세액 세액 공제율 상향, 퇴직소득세 근속연수공제 확대 등 서민을 위한 감세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감세 혜택은 대기업과 자산가에게 집중된다”고 지적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진상규명 어디까지 가능할까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 갑자기 입장을 바꾼 해양경찰청과 국방부에 대해선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년 전 이들은 이씨가 감청을 통해 북측 발견 당시 월북 의사를 밝혔고, 인터넷 도박 빚을 지고 있었다는 근거 등을 월북 의사 근거로 제시한 바 있다. 서울신문(“해경, 정권 바뀌니 말 바꿨나”…결과 뒤집고 근거도 제시 못해)은 “해경과 국방부는 월북을 단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날 발표에 따른 근거도 제시하지 못했다”며 “이씨가 탔던 어업지도선의 참고인 조사 내용과 초동조사 내용은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혀 추후 새로운 정황 증거들이 드러날 여지도 있다”고 했다.

▲6월17일 중앙일보, 경향신문 기사
▲6월17일 중앙일보, 경향신문 기사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이 유족 정보공개 소송에 대한 항소를 취하했지만 공개될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라는 한계도 있다. 경향신문은 사설(“노무현 NLL 포기” 공세 연상시키는 서해 공무원 피살)에서 “이씨의 월북 상황을 밝히려면 군의 SI(특별취급첩보)를 공개해야 하는데, 이는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관련 자료도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15년간 봉인됐다. 또한 북한과 공동조사를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이른바 ‘노무현 NLL 포기’ 공방을 소환했다. 2012년 대선 직전 정문헌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노 전 대통령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에서 이런 발언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허위사실로 판명난 일이다. 이 신문은 “윤석열 정부의 사정이 시작되는 시점에 정부가 이씨 피살 경위에 대해 말뒤집기에 나선 것이 찜찜하다”며 “만약 여권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 신구 정권 간 갈등을 의도했다면 그 후과에 대해 책임져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

조선일보 사설(北에 피살 공무원 ‘월북 증거 없다’, 文 정부 감춘 사실 다 밝혀야)은 문재인 정부가 사건에 대한 진상을 감춘 이유를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국민이 살해된 직후 문 전 대통령은 사전 녹화한 유엔 연설에서 ‘종전 선언’을 강조했다. 김정은이 ‘미안하다’고 한마디 하자 민주당은 ‘북한 규탄 결의안’ 대신 ‘종전 선언·관광 결의안’을 통과시켰다”며 “북이 조난당한 우리 국민을 사살하고 불태웠다면 반북(反北) 여론이 커졌을 것이다. 그래서 참극 당한 국민을 월북자로 몰아간 것 아닌가”라고 했다.

한국일보 사설(‘월북 단정’ 사과한 군경, 진상 규명 더 남았다)은 “국방부와 해경은 이씨가 월북을 기도했다는 성급한 단정으로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며 “유족이 해경 지휘부 고발, 대통령기록물 공개 등 법적 조치를 예고한 만큼 상황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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